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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통달 Sep 23. 2024

대통령의 품격, 한글 맞춤법부터

형법에 심취해 한글 맞춤법을 잊어버린 사나이

Oficiální návštěva Jeho Excelence pana Jun Sok-jola, V prezidenta Korejské republiky, a paní Kim Kon-hi České republice ve dnech ve dnech 19.-21. září 2024”

 

“천년의 역사가 서린 프라하성에서 한-체코 관계의 새로운 도약을 기원합니다.

2024년 9월 19일 대통령 윤석열, 김건희


체코를 공식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프라하성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을 마친 뒤 작성한 방명록의 내용입니다. 방명록 위쪽에 있는 내용은 체코어로 ‘2024년 9월 19일부터 21일까지 대한민국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체코를 공식 방문했습니다.’라는 뜻입니다.


대통령의 말과 글은 그 나라의 품격을 나타내는 상징과도 같은 것입니다. 흔히 ‘국격(國格)’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래서 해외에 나간 대통령이 행사나 장소를 방문하여 직접 쓰는 기록인 방명록의 글은 더욱더 세심하게 살펴서 써야 합니다. 우리나라 국민들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언론과 국민들도 다 함께 지켜보는 것이니까요.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체코 방문 당시의 방명록을 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명록 맞춤법 논란은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번에도 2가지를 짚어 보겠습니다.



첫 번째, “천년의 역사가 서린 프라하성”


한글 맞춤법 제43항에 따르면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는 띄어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천년’은 ‘천’과 ‘년’을 띄어서 써야 합니다. 그리고 ‘서리다’라는 뜻은 ‘어떤 기운이 어리어 나타나다’라는 뜻과 ‘수증기가 찬 기운을 받아 물방울을 지어 엉기다’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이에 따르면 기운, 숨결, 한, 얼, 정신, 정기 등은 서릴 수 있어도 역사는 서리는 것이 아닙니다. 프라하성에 ‘역사’를 넣어 표현하고 싶으면 ‘천 년의 역사의 기운이 서린’이라고 표현해야 합니다. 아니면 ‘서리다’라는 표현을 빼고 ‘천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프라하성’이란 간결하고 쉬운 표현도 있습니다.



두 번째, "한-체코"


방명록에 나라를 표기할 때는 해당 국가의 온전한 이름을 써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쓴 ‘한’이라는 단어는 한국이나 대한민국을 표현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한-체코’라고 표현하면 우니라 언론들과 국민들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상관없으나 체코 사람들에게는 예의가 아닙니다. 따라서 "대한민국-체코" 또는 "한국-체코"라고 쓰는 것이 맞습니다.



세 번째, 체코를 방문한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윤석열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김건희 씨의 권세가 도를 넘어 ‘윤석열-김건희 공동정권’이라는 말도 있지만 굳이 외국에 나가서 방명록에까지 윤석열, 김건희라는 이름을 공동 표기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굳이 ‘김건희’라는 이름을 쓰고 싶으면 ‘대통령’이라는 단어를 기재하지 말고 ‘윤석열, 김건희’라고 쓰면 됩니다. 대통령이라는 단어를 기재했다면 그냥 ‘윤석열’이라는 한 명의 이름을 쓰는 것이 맞습니다.


대통령의 말과 글은 그 나라의 품격입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품격 있는 대통령, 품격 있는 영부인을 보고 싶습니다.


3년은 너무 깁니다.

체코 프라하성 방문 윤석열 방명록(사진제공=대통령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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