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와 배우 조진웅
"그래서 법이 그 아이한테는 죄가 없다고 판결을 내렸는데, 왜? 왜 이 자리에서 이지안씨가 또 판결을 받아야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일 당하지 말라고 전과조회도 잡히지 않게 어떻게든 법이 그 아이를 보호해 주려고 하고 하는데 왜 그 보호망까지 뚫어가면서 한 인간의 과거를 그렇게 붙들고 늘어지십니까? 내가 내 과거를 잊고 싶어 하는 만큼 다른 사람의 과거도 잊어주려고 하는 게 인간 아닙니까?"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박동훈(이선균 역)이 피를 토하듯 울부짖던 이 대사는, 단지 드라마 속 허구가 아닌 우리 사회의 고통스럽고 잔인한 현실을 그대로 관통하는 날카로운 비판입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미 속죄하고 재기를 약속받은 이들에게조차, 언론과 대중이 휘두르는 '낙인'이라는 채찍은 멈추지 않습니다. 최근 배우 조진웅 씨의 은퇴 선언과 이선균 배우의 비극적인 죽음은 이 질문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처절하게 입증하는 슬픈 증거물입니다. 두 사건은 우리 사회가 '용서'와 '재기'에 대해 얼마나 인색한지, 그리고 언론의 펜과 대중의 분노가 어떻게 한 인간의 삶을 뿌리째 흔들어 파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뼈아픈 성찰을 요구합니다.
배우 조진웅 씨가 청소년 시절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사실이 보도되면서 결국 배우 생활의 종지부를 찍겠다고 선언한 사태는, 우리 사회가 소년보호처분 제도의 근본 취지, 즉 재사회화라는 국가적 약속을 어떻게 배반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소년보호처분의 목적은 형사적 '처벌'이 아닌 보호와 교육을 통한 성장 유도입니다. 최정규 변호사의 말처럼, "소년 비행의 원인은 학업 중단, 가정 해체, 경제적 어려움, 학대·방임 등 환경적 요인이 더 크다"는 진단은, 그들의 잘못이 개인의 타락이 아닌 사회가 아이를 지탱하지 못해 벼랑 끝으로 내몬 결과라는 뼈아픈 공동 책임을 역설합니다.
그렇기에 국가는 청소년에게 '낙인'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기지 않고, 성인이 된 후 정상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관련 기록을 비공개하거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 삭제합니다.
배상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러한 익명성과 기록 삭제 원칙에 대해 "국가와 사회가 재사회화를 지원해야 한다는 점에서 제도 취지의 핵심"이라고 그 당위성을 강력히 설명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닙니다. 과거의 실수를 딛고 일어선 개인에게 사회가 부여하는 '새 삶을 살 수 있는 권리'이자, 그들에게 빚진 '최소한의 관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탐욕에 눈이 멀어 이 법의 보호망을 찢어발겼습니다. 오직 대중의 호기심과 자극적인 보도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법이 이미 묻어주고 잊으라고 했던 수십 년 전의 기록을 기어이 끄집어냈습니다. 이는 조진웅이라는 한 인간이 쏟아부었던 재사회화와 성장의 고독하고 힘든 노력을 단숨에 무효화시켰으며, 사회가 그에게 재기할 권리를 공식적으로 박탈하는 잔인한 처사였습니다. 법이 덮어주려 했던 흉터를 세상이 다시 긁어 피를 내는 행위인 것입니다.
이선균 배우의 비극적인 죽음은 이러한 법정 밖 여론재판이 한 인간의 생명을 어떻게 앗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생생하고 처절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죗값은 그가 지은 죄만큼만 벌을 받으면 된다. 하지만 아저씨 이선균은 죄도 밝혀지지 않은 채 몇 곱절의 벌을 미리 받았다. 그것도 법과는 무관한 세상 사람들이 욕을 하고 벌을 주었다."
당시 이선균의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한 수사는 법의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되었어야 마땅했으나, 경찰의 일방적 정보 흘리기와 언론의 경쟁적인 추측성 보도 속에서 곧바로 마녀사냥으로 변질되었습니다. 기자들은 하나 마나 한 질문을 퍼부었고, 수신료의 가치를 전해야 할 공영방송조차 사적인 대화 녹취록을 단독 보도라며 공개했습니다. 유튜브 찌라시 수준의 정보가 수사기관이 기획한 시나리오처럼 충실히 따라갔고, 대중은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지기도 전에 그에게 가장 가혹한 심판을 내렸습니다.
이선균 배우가 드라마 속에서 "나 안 망가져. 행복할 거야. 행복할게."라는 희망을 외쳤던 절규는, 현실에서 안타까운 자기 위안에 불과했습니다. '쪽팔림'과 '수군거림'은 그가 감당해야 할 법적 형벌을 몇 곱절 능가하는 사회적 처형이었습니다. 법의 최종 판단도 나오기 전에, 그는 자신을 향한 혐오와 경멸의 무게에 압도되어 스스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이선균 사건이 정치적 위기를 감추기 위한 시선 돌리기의 제물로 이용되었다는 합리적 의혹이 짙다는 사실입니다. 권력층 측근의 중대한 학교폭력 사건이 터진 날, 마약 사건 수사가 시작된 시점은 언론이 시선 돌리기의 충직한 심부름꾼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만듭니다. 우리 사회는 정의가 필요한 곳에서는 관대하거나 침묵하면서, 약자나 이미 실수한 이에게는 유난히 가혹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차별적 분노에 병들어 있습니다. 타인의 몰락을 보며 자신의 우월감을 확인하려는 천박한 심리를 멈추지 않는 한, 이러한 비극은 반복될 것입니다.
"서로의 과거를 잊어주려고 하는 것이 인간"이라는 최소한의 관용을 회복해야 합니다. 한 인간에게 이미 법적으로 재기할 기회가 주어졌다면, 사회 공동체 역시 그 재기의 가능성을 굳건히 지켜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문명사회의 기본 덕목이며, 관용의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우리 사회의 언론은 펜이 휘두르는 폭력의 잔혹성을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국민의 알 권리가 개인의 삶을 파괴할 권리가 아님을 인지하고, 공익성이라는 본질적 가치에 충실해야 합니다. 사적인 정보나 검증되지 않은 의혹을 폭로하여 '관심 장사'를 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법의 취지와 개인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보도 윤리를 확립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대중의 무조건적인 비난이 얼마나 큰 폭력이 될 수 있는지 깨달아야 합니다. 분노의 대상이 과연 누구여야 하는지, 그 분노가 정의로운 기준을 통과한 것인지를 냉철하게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나 마음 아파서 못 살겠다. 내가 행복하게 사는 걸 보여주지 못하면 넌 계속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할 거고.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너 생각하면 나도 마음 아파 못 살 거고. 그러니까 봐. 어? 봐! 내가 어떻게 행복하게 사나, 꼭 봐. 다 아무것도 아니야. 쪽팔린 거? 인생 망가졌다고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거? 다 아무것도 아니야.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나 안 망가져. 행복할 거야. 행복할게."
이 대사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자신을 위로하는 이지안에게 박동훈 부장으로 분한 이선균이 토하는 절규에 가까운 대사입니다. 당신이 짊어진 세상의 무게를 이해하고 함께 아파하는 이들에게, 이 대사처럼 희망을 보여주십시오.
당신이 연기했던 수많은 영웅적 캐릭터들처럼, 이 부당한 세상의 비난과 낙인에 당당하게 맞서주시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이 대사는 박동훈이 이지안을 향해 던진 간절한 위로였지만, 이제 우리 사회가 당신에게 보내는 간절한 응원의 주문이기도 합니다.
당신의 과거를 향한 세상의 분노는 당신이 지은 죄보다 몇 곱절은 과하고 부당하며, 법의 취지를 배반하는 명백한 폭력입니다. 당신의 삶을 포기함으로써 그들의 잔혹함에 최종적인 승리를 안겨주지 마십시오.
잘못한 것이 있다면 진솔하게 인정하고 책임지되, 법이 이미 재사회화를 약속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당신의 삶과 재능을 지켜낼 권리를 포기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겪은 시련을 이겨내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이, 이 시대의 수많은 이들에게 가장 강력한 위로이자 희망이 될 것입니다. 부디 "나 안 망가져. 행복할 거야. 행복할게."를 외치며 이 폭풍우를 뚫고 나와주십시오.
더욱 멋진 배우 조진웅으로 돌아와, 우리 사회가 그릇된 분노에 얼마나 쉽게 동조했는지, 그리고 관용이라는 인간의 기본 도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당신의 존재 자체로 증명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행복한 재기는 우리 사회가 비로소 '사람대접'을 할 줄 아는, 따뜻하고 관대한 공동체로 한 걸음 나아갔음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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