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대구도시철도 3호선
아침 출근 시간, 혁신도시 정류장에 서 있으면 이 도시의 현실이 보인다. 시내로 나가는 708번 버스 한 대를 놓치면 하루의 계획이 어긋난다. 배차 간격은 표로 보면 평일 16분, 주말 19분이지만 체감은 훨씬 길다. 정류장 전광판 숫자보다 마음속 시계가 더 빨리 움직인다.
국가 균형발전의 상징으로 조성된 혁신도시. 공공기관이 이전하고 연구·산업 기능을 묶어 새로운 거점을 만들겠다는 계획 아래 출범했다. 나는 그 혁신도시에 살고 있다. 대구 동쪽 끝에 자리한 이곳에서 10년을 보냈다. 그 사이 아파트는 늘고 상가는 들어섰지만,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가 있다. 이동의 문제다.
또다시 제외된 대구도시철도 3호선 연장
최근 혁신도시 주민들이 도시철도 3호선 연장 원안 검토를 요구하며 대구시에 정책토론을 청구했다. 진보당 대구시당과 ‘분권과자치 동구사람들’은 주민 1,219명의 서명을 모아 제출했다. 행정 절차상 검토를 거쳐 토론 개최 여부가 결정된다고 한다. 최소한 공개적인 논의의 장을 열어 달라는 요구다.
이 장면은 낯설지 않다. 2018년 국토교통부가 승인·고시한 ‘제1차(2016~2025)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는 3호선을 혁신도시까지 연장하는 안이 포함돼 있었다. 같은 해 12월 발표된 ‘대구 혁신도시 발전계획’에도 연장 구상이 담겼다. 그때 주민들은 “이제는 연결되겠구나” 하는 기대를 품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발표된 ‘2차 도시철도망 구축계획(2026~2035)’에서는 방향이 달라졌다. 용지역에서 혁신도시로 이어지는 13㎞ 구간은 빠지고, 대신 수성구 고산역 연장안이 포함됐다. 포함될 듯하다가 빠지고, 기대가 생겼다가 접히는 과정이 반복된다. 정책은 수정될 수 있다. 하지만 방향이 자주 바뀌면 신뢰는 흔들린다.
대구시가 제시한 근거는 비용 대비 편익 비율, 이른바 B/C 값이다. 혁신도시까지 연장할 경우 이 수치가 0.425 수준에 머문다는 분석이다. 통상 기준으로 거론되는 0.7에 미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과거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한 경험도 있다. 숫자는 분명하다.
B/C는 사업에 투입되는 비용과 사회적 편익을 비교하는 지표다. 1.0이면 비용과 편익이 같고, 그 이상이면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0.425라는 수치는 현재 조건에서 경제성이 낮다는 뜻이다. 그러나 숫자가 말해주지 않는 부분도 있다.
혁신도시는 완성된 도시가 아니다. 추가 공공기관 유치 논의, 제2수목원 건립, 안심뉴타운 대형 상업시설 조성 등은 향후 이동 수요를 바꿀 변수다. 교통 수요는 고정된 값이 아니다. 정책과 투자에 따라 달라진다. 교통 인프라는 수요가 충분히 형성된 뒤 따라붙는 시설이 아니라, 사람과 기능이 모이도록 만드는 기반이다. 길이 열리면 흐름이 생긴다.
“지금은 어렵다”는 판단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재정은 한정돼 있다. 하지만 인프라는 시간이 지날수록 단가가 오른다. 토지 보상비, 자재비, 인건비는 매년 상승한다. 지금 구간만 연장하고 나중에 추가 연결을 검토한다면 설계와 시공의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단계적 추진이 반드시 총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기반시설은 필요해진 뒤 급히 붙이는 장치가 아니라, 도시의 방향을 먼저 정하고 맞춰가는 구조다.
정주 조건의 출발점
혁신도시의 생활 여건을 이야기하면 교육, 의료, 문화시설 문제가 따라온다. 일반계 고등학교 전무, 종합병원 접근성, 편의시설 부족은 주민들이 체감하는 과제다. 그러나 이 문제들은 서로 떨어져 있지 않다. 핵심에는 교통이 있다. 학교가 멀면 통학 시간은 늘고, 병원이 멀면 응급 대응은 늦어진다. 이동 시간이 늘어나면 가정의 시간은 줄어든다. 정주 여건의 중심에는 결국 접근성이 있다.
공공기관 직원들 중 일부가 주말마다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현실도 같은 맥락이다. 이곳이 근무지는 될 수 있어도 생활 중심이 되기에는 아직 거리감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정책은 일관성으로 평가된다. 도시철도망은 10년 단위 법정계획이다. 장기 계획이 반복적으로 수정되면 시민은 방향을 읽기 어렵다. 주택 구매, 창업, 교육 계획은 모두 교통과 연결된다. 교통 계획이 불확실하면 생활 계획도 불안정해진다. 이 문제는 단지 한 노선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 신뢰의 문제다.
섬이라는 말의 무게
주민들은 종종 “혁신도시는 섬 같다”라고 말한다. 물로 둘러싸인 섬은 아니다. 그러나 출퇴근 시간의 불편, 제한된 접근성, 도시 중심과의 거리감은 심리적 단절을 만든다. 균형발전을 목표로 조성된 공간이 체감상 고립돼 있다면, 그 자체가 모순이다.
연륙교를 실제로 놓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도시 안에 이미 철도망이라는 구조가 존재한다면, 그 연결을 통해 고립감을 줄일 방법을 찾는 일은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
경제성 평가는 필요하다. 재정은 공공의 자산이다. 그러나 도시를 설계하는 일은 단순한 손익 계산을 넘어선다. 3호선 연장 문제는 0.425와 0.7 사이의 간극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이 도시를 계속 성장 거점으로 키울 것인지, 현 상태로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혁신도시를 균형발전의 상징이라 부른다면, 그 상징은 선언이 아니라 구조로 증명되어야 한다. 교통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도시가 시민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여주는 태도다. 연결은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존중의 문제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다. 도심의 일부로 온전히 이어지고 싶다는, 아주 기본적인 요청이다. 0.425와 0.7 사이의 간극은 숫자일 뿐이지만, 단절과 연결 사이의 간극은 삶의 문제다. 혁신도시가 섬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물이 있어서가 아니다. 다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 다리는 물 위의 연륙교가 아니라, 도시철도라는 구조적 약속일지도 모른다.
수성구 고산역까지 5.8km를 연장하면서, 거기서 7.2km를 더 이어 동구 혁신도시까지 연결하는 일이 과연 과도한 요구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곧, 대구가 균형발전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