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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통달 Feb 12. 2019

스님은 사춘기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말'이 아닌 '생각'이다

천 길이나 되는 낚싯줄을 곧게 드리우니
한 물결 겨우 일어나자 만 파도가 따라 인다
밤은 고요하고 물은 차서 고기는 물지 않고
빈 배에 달빛만 가득 싣고 돌아온다


책의 말미에 나오는 송나라 때 야부(冶父) 스님의 시이다. 마음을 비우라고 이 책을 쓴 명진 스님도 이야기하고, 불교의 여러 스님들이 말한다. 하지만 조명호란 인간은 결혼도 하고 아이를 낳고 어쩔 수없이 세상 속에서 살아야 하기에 마음을 비우기란 쉽지 않다. 이 시에 나오는 것처럼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지 않고 허탕을 쳐도 괜찮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 바다에 나가 고기를 낚기 위해 물을 가로지른 그 행위 자체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자체도 마음을 비우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이 책은 삼성전자 이재용이 애플의 스티브 잡스에게 선물하려 했던 책이라 한다. 삼성전자 이재용은 이 책이 재미있어서 두 번이나 읽었다고 한다. 이재용과 이 책의 내용이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여러 번 생각해 보았지만 뚜렷이 떠오르는 답은 없었다. 아마도 이재용은 마음은 비울 수 있으나 그가 가진 천문학적인 재물과 권력은 비울 수 없었으리라. 

조선시대 임진왜란 당시 왜군들은 사명대사, 서산대사와 같은 승병들을 가장 무서워했다고 한다. 스님들이 전쟁에 나서면 오로지 나라와 백성의 안위라는 거대담론만 생각하며 전쟁에 임했다. 그러니 물불 가리지 않고 오로지 왜군들과 대적했다. 속세에 엮인 것, 즉 처자식이 없으니 앞뒤 계산하지 않고 목표한 것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제 강점기에 일본 총독부는 스님들을 강제로 결혼시키고 결혼한 스님만 절의 주지로 임명하는 법을 만들었다.

마음을 비우는 것은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욕심을 버리는 것은 힘든 일이다. 속세고 인연이고 나발이고 고상한 표현 다 집어치우고 처자식이 있으니 욕심을 버릴 수 없다. 마음을 비우는 일을 소극적으로 실천하면 내가 가진 것에, 내가 얻는 것에 만족하는 마음을 키우는 일이다. 모르겠다. 말로는 이렇게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요즘 다이어트를 한다. 점심에는 구운 계란 두세 개를 먹고 있다. 출퇴근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일 만보 이상 걷고 있다. 구운 계란을 들고 산책을 하며 공원으로 가는 길에 있는 식당에 사람들이 밥을 먹기 위해 줄을 서있다. 한심해 보인다. 뭐 저리 먹고살려고 줄까지 서서 먹으려 하나? 오는 길에 건물 한편에 사람들이 모여 담배를 피운다. 한심해 보인다. 뭐 좋은 것이라고 저렇게 끊지 못하고 연기를 마시며 살까? 사람이 이렇게 입장이 바뀌면 마음도 바뀐다. 나도 며칠 전까지 꾸역꾸역 밥과 반찬을 한가득 배 안으로 밀어 넣었고, 몇 년 전까지 그 연기로 나의 폐를 힘들게 했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말이 아니다. 이 책에 나오는 스님들처럼 선방에 앉아 화두를 가지고 생각하며 깨닫는 행위까지는 필요 없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 마음이 움직이고 그 뒤에 몸이 움직이는 법이다. 내가 담배를 끊은 것은 마누라의 잔소리 때문이 아니라 가족을 지켜야 하는 내 몸의 건강의 필요성이었다. 내가 다이어트를 시작한 것도 같은 이유이다.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고 내가 깨달아서 움직인 것이다.

사무실 바닥에 우산이 떨어져 있다. 3일째 같은 곳에 널브러져 있다. 우리 직원 중에 누군가 치우기를 바랐으나 아무도 치우지 않았다. 오늘 내가 치웠다. 그들은 사무실 바닥에 놓여 있는 우산이 불편하지 않았나 보다 생각하기로 했다. 예전 같았으면 주인의식이니 뭐니 꼰대처럼 야단을 쳤겠지만 그냥 내가 조용히 치웠다. 또 떨어져 있으면 내가 치울 것이다. 사람은 각자 생각한 대로 행동하고 살아간다. 


▲명진 스님 <스님은 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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