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옳다_정혜신 씀.
아내가 얼마 전 동네에서 용하기로 소문난 점집을 다녀왔다. 올해의 운수와 건강 등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고 나서 아내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가족에 대한 책임감은 아주 크다고 말하더라. 그런데 본인이 성취하고 싶은 야망은 없대.”
한바탕 웃고 넘겼다. 아이들과 한참을 놀고 나서 아내가 아이들을 재우러 함께 들어가고 난 후 거실에 앉았다. 아내와 나누었던 ‘야망’에 대해 한참을 생각했다. 책임감과 나의 꿈과 야망. 나의 꿈을 실천하면서 가족에 대한 책임감까지 함께 성취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나에게도 꿈이 있다. 하지만 4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에 내 개인적 야망이라는 이기심을 발현할 수 있을까? 지금 나의 야망은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다. 책임감이 때로는 기쁨이지만 한편으로는 힘들기도 한 것은 솔직한 내 마음이다.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공감(共感)”이다. 공감은 똑같이 느끼는 상태가 아니라 상대가 가지는 감정이나 느낌이 그럴 수 있겠다고 기꺼이 수용되고 이해되는 상태라고 말한다. 내가 가지는 마음의 힘듦과 아픔의 무게는 제3자가 측정할 수가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상대방의 마음에 대해 감히 충조평판(충고,조언,평가,판단)한다.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은 더욱 빗장을 걸어 잠근다.
이동준이라는 사람이 있다. 내가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직속 선배였으니 안 지가 20년 가까이 되었다. 힘들 때 찾아가 대화를 하면 그는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나의 말을 듣고 가끔 질문을 한다. 그럼 나는 쉴 새 없이 떠들고 생각을 말한다. 나의 마음과 생각에 대해 어떠한 충조평판도 하지 않는다. 이 책을 쓴 정혜신처럼 그저 듣고 공감하고 질문하고 말하게 한다. 예전에 실직을 하고 그 선배를 만났을 때도 조언을 하거나 나의 계획을 묻지 않았다. 그저 나의 말에 술잔을 함께 하며 고개 끄덕여주는 것이 그가 한 행동의 전부였다. 그것은 최고의 공감이었다.
얼마 전 아이들을 재워놓고 아내와 술을 마셨다. 혈중 알코올 수치가 적당하게 감정선을 넘어서자 솔직하게 내 현재의 마음을 이야기했다. 아내는 어떠한 충조평판도 하지 않고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결혼 후 8개월의 실직 생활에서도 어떤 불평이나 투정이 없었던 사람이다. 항상 나를 응원한다고 하며 웃어주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우린 즐겁게 남은 술을 비웠다. 공감이었다.
아내와 공감한 후 나는 다시 “야망”을 가지기로 했다. 점쟁이가 말한 책임감은 나의 본능이니 책임감은 어쩔 수 없는 나의 숙명이다. 하지만 그 책임감에 매몰되어 꿈과 야망을 잃어버리게 되는 현실은 너무 슬픈 일이다. 그건 가족에게도 나에게도 좋은 선택이 아닐 것이다. 나의 마음에 공감하는 아내와 선배가 항상 나에게 해 준 말이 있다. 이 책을 쓴 정혜신도 나에게 말한다.
“당신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