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

by 조통달

얼마 전 두 딸아이와 함께 집 앞 슈퍼에 갔습니다. 아이들과 아이스크림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을 고르고 있는데 계산대 앞에 서 있던 초등학생 아이가 우리 쪽을 향해 투덜거리며 인상을 썼습니다. 전 조용히 말했습니다.



“너 나보고 그랬니?”

“아뇨, 저 꼬마 애들이요”

“왜, 우리 애가 무슨 잘못을 했니?”

“아저씨 꼬마들이 절 쳤잖아요.”



자세히 보니 꼬마 애가 계산을 하기 위해 가지고 있던 배드민턴 라켓을 다리 사이에 끼우고 있었는데 우리가 지나오다 그걸 친 것 같았습니다.



“그래, 미안한데… 너도 지나가는 길목에 그렇게 라켓을 끼우고 있으면 방해가 된 거 같은데?”

그 아이는 인상을 쓰면서 저에게 다시 말했습니다.

“사과하라고 하세요”

“뭘 사과하라는 말이니? 아까 전에 아저씨가 말했듯이 서로가 조금씩 잘못한 것이 있다고…”

이렇게 말하고 있는데 그 초등학생 아이는 인상을 쓰면서 구구단 2단의 9번째 숫자를 외치며 슈퍼마켓의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습니다.



집으로 와서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내가 과연 그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았을까? 달려가서 머리통을 잡고 너네 엄마 어디 있냐고 해야 했을까요? 박차고 나가는 아이를 쫓아가 조용히 타일러야 했을까요? 하지만 좀처럼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제 아이들도 슈퍼에서 저와 싸웠던(?) 그 초등학생과 비슷한 성격의 아이들과 학교생활을 할 것입니다. 그때 과연 우리 딸들이 씩씩하게 잘 헤쳐 나갈까 걱정이 됩니다. 늦게 결혼해서 얻은 딸 들이라 내가 지나치게 곱고 여리고 착하게 키운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합니다.



제 딸 유나는 6살 유치원생입니다. 유주는 5살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습니다. 유나는 유치원에 입학하고 상당 기간 적응하는데 힘들어했습니다.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해서 제가 담임 선생님께 장문의 편지도 썼습니다. 답답하고 화가 나서 유나에게 그 친구가 괴롭히면 너도 주먹으로 목울대 부분을 때리라고 싸움의 기술을 전수하기도 했습니다.



유나가 유치원에 입학하고 그런 어려움을 겪고 아내와 저는 여러 가지 책도 읽고 강의도 들으면서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오늘 읽은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지만 핵심 내용은 다음의 네 가지였습니다.



첫째, 아이는 아이답게 커야 하며 부모의 역할은 아이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둘째, 아이가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은 부모가 씩씩하고 건강하기 때문이고, 아이가 폭력적인 것은 영상물이나 스마트폰이 아니라 부모가 폭력적이기 때문이다.



셋째, 아이에게 너무 인색하게 굴지 말고 조건이 허락하면 아이가 사랑과 물질적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게 아이의 요구를 충분히 만족시켜 주어야 한다.



넷째, 아이가 학교나 교육 시설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부모가 참지 말고 용감하게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유나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아내와 제가 먼저 바뀌었습니다.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하든 그 행동을 왜 하는지 이해하려 했습니다. 돌아보면 제가 유나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은 “하지 마라”였습니다. 장난치지 마라, 뛰지 마라, TV 보지 마라, 어지르지 마라, 동생과 싸우지 마라… 집에서 아빠에게 항상 강요받고 금지당하는 습관이 유나를 주눅 들게 한 것 같았습니다. 이 행동을 하면 아빠가 야단치지 않을까 항상 걱정부터 한 것 같았습니다. 그때는 왜 그리 참고 기다려주지 못했을까요?



한 살, 한 살 나이가 먹으면서 힘들고 헤쳐나가야 할 상황과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건 저도 그렇고 제 딸들도 마찬가지일겁니다. 언제까지 딸들을 지켜주고 함께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 함께 하는 동안 제 딸들이 씩씩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아빠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KakaoTalk_20190705_152809508.jpg <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_학습 편> 인젠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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