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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통달 Feb 27. 2024

윤석열 대통령의 반말

윤석열 대통령님! 제발 말조심하십시오. 

인간적인 대통령의 반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21일 울산에 있는 전통시장을 방문했습니다. 시장 이곳저곳을 방문하던 중 좌판에서 쪼그려 앉아서 냉이와 나물 등을 팔고 있는 할머니를 발견했습니다. 대통령은 건강하시냐고 물어보고 악수를 청합니다. 처음에 할머니는 당신 손이 차가워서 그러시는지 대통령이 싫어서 그러시는지 알 수 없지만 악수를 거부하고 손사래를 치십니다. 그러자 대통령은 괜찮다고 하며 결국 악수에 성공합니다. 


악수를 한 후 할머니가 팔고 계시는 물건들을 확인한 대통령은 옆에 있던 수행원들에게 반말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이거 어르신이 내놓으신 것들 다 사라! 어르신 빨리 들어가서 쉬시게…”


윤석열 대통령이 울산 신정시장을 방문해 할머니 상인과 악수를 하고 있다(대통령실 사진 제공)


이 장면은 대통령실 페이스북 페이지에 있는 짧은 동영상으로 올라와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이 영상을 바라보면 참 훈훈하고 아름다운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언론들은 대통령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었다고 민생을 챙기는 대통령을 향해 찬가를 부릅니다. 대통령이 전통시장을 방문해서 할머니와 악수하고 할머니가 팔고 있는 물건들을 싹쓸이해서 할머니는 기분 좋게 퇴근하게 만드는 장면은 마치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아름다운 영상을 보면서 시비를 걸고 싶어졌습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대통령이 수행원들에게 내뱉은 말에 주목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수행원들에게 할머니가 팔고 계시는 물건들을 사라고 큰소리로 외칩니다. 그것도 할머니가 판매하고 있는 전 품목을 모두 사라고 말입니다. 잠깐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을 조선시대 왕으로 착각을 했습니다. 왕이 저잣거리를 순행하면서 가난한 백성들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의 “王”에 대한 사랑은 유별나긴 합니다. 대통령 후보 토론에 손바닥에 “王”자를 써서 오기도 했으니까요.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 출신입니다. 90년대 대학교 형사소송법 시간에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배운 적이 있습니다. 검사동일체의 원칙이란  모든 검사들이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피라미드형 계층적 조직체를 형성하고 일체불가분의 유기적 통일체로서 행동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검사동일체 원칙은 검찰청법 제7조 1항에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라고 명시돼 있었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4년 1월 해당 부분이 삭제되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검찰 내 상명하복 문화를 낳은 검사동일체 원칙이 폐지됐다고 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검사동일체 원칙이 법전에서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원칙임은 명백하다"라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검사동일체의 원칙이란 상명하복의 조직문화에 익숙한 대통령이 아랫사람에게 반말을 하는 것은 좀처럼 바꾸기 어려운 습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석열의 반말이 문제가 된 것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검사 출신 대통령의 반말

 

2022년 3월 6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는 경기도 부천에서 있는 선거운동에 참석했습니다. 연단에 선 그는 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무대 뒤로 가서 손가락질을 하며 당직자들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전주혜, 박대출 의원 등에게 반말로 ‘마이크, 다 꺼!’라고 고함을 지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직 시절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한동훈 후보자에 대한 수사를 위해 압수수색을 하겠다고 보고하자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쇼하지 말라'라며 반말을 했다고 2022년 5월 9일 국회에서 열린 한동훈 법무부장관 청문회에 출석해서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2022년 8월 19일 중앙경찰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졸업생들과 악수를 하며 본인을 소개하는 청년 경찰들에게 ‘어, 그래, 그래, 그래’라고 반말로 답을 합니다. 2022년 6월 2일 윤석열 대통령은 손흥민 선수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손흥민 선수에게 손가락질을 합니다. 누가 봐도 ‘니가 손흥민이야?’라는 행동이었습니다.


2022년 10월 5일 윤석열 대통령은 경북 상주시 스마트팜 혁신밸리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먹음직스러운 토마토 하나를 들고 스마트팜 관계자에게 물어봅니다. “그냥 먹어도 되나? 농약 있나"라고 물어보며 반말로 대화를 이어나갑니다. 반말이 습관화가 된 것이죠. 


그리고 그 유명한 ‘바이든, 날리면’ 발언이 있습니다. 2022년 9월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환담한 뒤 현장을 나오다가 박진 외교부장관과 이야기를 하던 중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이 쪽팔려서 어떻게 하나?"라고 발언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이 바이든이든 날리면이든 상관없이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는 외교무대에서 한 국가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외교부 장관에게 반말을 하는 것은 누가 봐도 무례하고 비상식적인 행동입니다. 참고로 박진 외교부 장관은 1956년생이고, 윤석열은 1960년생입니다. 


회사나 정당, 정부기관 등과 같은 조직 내에서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반말을 사용하는 것은 예의와 효율성 사이에서 끊임없이 논쟁되는 주제입니다. 반말이 친밀감을 형성하고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상하관계에 따른 갈등을 유발하고 불쾌감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반말이 주는 친밀감 형성, 효율적인 의사소통 등은 조직 내에서의 문제이며 외부로 노출되는 대통령의 습관적인 반말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2022년 10월 경북 상주 스마트팜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사진=YTN 돌발영상 갈무리)


대통령님! 제발 말조심하십시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을 지냈던 강원국 작가는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나와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대통령의 말은 令이 서야 한다. 영이 서려면 권위가 있어야 하고, 권위가 있으려면 실력과 신뢰가 있어야 한다. 만일 실력과 신뢰가 없으면 권위가 안 생기고 권력만 남아 권위적으로만 보이고 결국 令이 서지 않는다. 대통령이 되면 모든 것이 공적인 자리가 되고 그가 내뱉는 모든 말은 공적인 말이 된다.”


더불어 강원국 작가는 대통령이 되면 대통령이 되면 ‘윤석열다운’ 언어가 아닌 ‘대통령다운’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대통령의 말은 지금 내 눈앞에서 듣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 모든 국민과 역사가 듣는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말하기 습관에 대해 꼬집었습니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언행을 예의 바르고 품위 있게 여기며,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는 중요한 역할로 인식합니다. 대통령은 공식 자리에서는 명확하고 존중받을만한 언어를 사용하여 국민들과 소통해야 함이 당연합니다. 시민들이 지켜보는 시장에서 아랫사람에게 손가락질로 지시하거나 거들먹거리며 반말을 하는 것은 조폭이나 양아치 두목이 하는 ‘짓거리’이지 대통령이 하는 ‘언행’이 아닙니다. 대통령의 언행은 국민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며, 반말 사용은 이러한 모범성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조직 내 분위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는 중요한 인물로, 그 언행은 국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대통령의 행동은 국민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며, 이에 따라 대통령은 공식 자리에서의 언어 선택과 행동에 특히 신중해야 합니다. 윤석열이란 사람은 검사동일체 원칙이 지배하는 검찰 조직의 수장이 아니라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그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대통령입니다. 


“윤석열 대통령님! 제발 말조심 좀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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