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사랑

난 네게 반했어!

그는 만인의 연인이었다. 모든 사람은 그를 간절히 원하고 사랑했다. 나도 그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는 너무도 커 보였고 내가 다가갈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냥 바라보고 생각만 해도 좋은 사람이었다.


“내가 어떻게 그 사람을 얻을 수 있겠어.”


나이, 사회적 위치 그리고 주변 상황은 내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반전이 일어났다. 결정적인 계기를 통해 그를 만났고 지독한 사랑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영어와의 사랑과 전쟁이었다. 지난 글 <영어의 지름길>에서도 밝혔듯이 나는 처음부터 쓰면서 영어를 공부했다. 3인칭 단수와 의문문, 부정문을 기억하는 정도로 문법은 전혀 모르는 수준이었다. 짝사랑을 하려니 어렵고 힘들었다. 그래도 나의 지원군 사전이 있었다. 무작정 사전의 도움을 받아 나의 모든 이야기를 영어로 만들었다. 유년시절, 우리 아이들, 여행, 독서, 영화, 그리고 소소한 일상 전부를 써 내려갔다.

복숭아꽃 살구꽃이 피었던 나의 집, 아기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어있는 동산으로 놀러 갔고 아이로 돌아가 부모님 품에 안길 수 있었다. 아이들을 생각하며 짠하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의 이야기를 쓰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명작과 신문을 읽고 영화를 보고 미술관을 다니며 주인공들의 삶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곳곳에서 스승을 찾는 연습을 나도 모르게 한 것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 영어를 잘할 것이라는 확신은 없었다. 글로 만들기 위해서 자료가 필요했고 지적 호기심이 계속해서 발동했기 때문이다.

경험한 일들을 기억하며 글로 쓰는 일이 얼마나 흥미로웠는지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누우면 생각이 나 다시 일어났고 여행 중에도 매 순간 우선순위에 영어가 있었다. 사랑에 빠진 사람과 무엇이 다른가.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그리워하는 그 감정처럼 온통 영어만을 향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예쁘게 보일까. 다듬어볼까. 수정하고 또 수정했다. 몇 개월이 지나고 쓰다 보니 글이 되고 말이 되고 영어가 보였다. 그리고 달라지고 예뻐진 내 얼굴, 영어 에세이집과 자기 계발서 두 권의 저자가 될 수 있었다. 사랑의 완성이었다.


작년 이맘때 잡지 <샘터> 2019년 12월호 특집에서 수상을 했다. 주제는 "올해 내가 가장 잘한 일"에 관한 것이었고 내게는 의미 있는 상이었다. 그동안 내가 어떻게 살아왔고 나를 성장시킨 공부 과정에 대해서 기술했었다. 내가 영어 글쓰기로 공부하지 않았다면 나는 영어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것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했을 것이다. 심지어 어디에 글을 써서 수상은커녕 브런치 작가를 지원할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 낙숫물로 바위를 뚫듯이 한 곳을 바라보고 달려온 결과였다.


영어 쓰기의 도화선 덕분에 꿈이 하나 더 생겨났다.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는 스토리텔러가 되고 싶다. 앞으로 일어날 나의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영어로 꾸준히 글을 쓰고 사랑한 것처럼 지금 현재를 열심히 쓸 뿐이다. 내 삶에 있어서 영어는 내가 만난 최고의 스승이고 처절한 사랑이었다.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라는 말이 있다. 사랑하면 할수록 깊어지고 커지는 사랑을 인생에서 한 번 시도해보라. 사랑은 쟁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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