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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영어 중독자라니까
Jan 09. 2021
유리관에 누워있는 할머니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나요
떼를 써도 꿈쩍도 안해요
남사당패 놀이 덩실덩실 춤추고
청국장 참기름 이고 나르시던
전화기 너머 한 오백 년 목소리 쟁쟁한데
깊은 잠에 빠져있어요
할아버지 천국 옆에 눕던 날
치부책 속 삐뚤빼뚤 주소와 전화번호가
노인 대학 학사모에
소나기 되어 흘러내려요
파고 또 파내려 가는 속죄의 시간
나비 한 마리가 손끝에 앉더니 휘휘 돌아요
옛날 옛적 우리 가족 역사책 한 권
세상 시름없는 나비 학교에서 편안히 사세요
무덤가에 하얀 개망초꽃 서러워 뒷동산이 울어요
할머니 미안해요 잘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