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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주머니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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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 공주가 된 할머니

   

유리관에 누워있는 할머니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나요

떼를 써도 꿈쩍도 안해요   

  

남사당패 놀이 덩실덩실 춤추고

청국장 참기름 이고 나르시던

전화기 너머 한 오백 년 목소리 쟁쟁한데

깊은 잠에 빠져있어요

    

할아버지 천국 옆에 눕던 날

치부책 속 삐뚤빼뚤 주소와 전화번호가

노인 대학 학사모에

소나기 되어 흘러내려요  

   

파고 또 파내려 가는 속죄의 시간

나비 한 마리가 손끝에 앉더니 휘휘 돌아요

옛날 옛적 우리 가족 역사책 한 권

세상 시름없는 나비 학교에서 편안히 사세요

무덤가에 하얀 개망초꽃 서러워 뒷동산이 울어요  

   

할머니 미안해요   잘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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