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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



땅거미가 나무에 앉아 꾸벅꾸벅 졸다가
강물 위에 내려앉았다.

그때 노을이 땅거미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내가 붉은 옷을 입을 수 있게 된 것은 너의 어두운  빛 덕분이야"

물가에서 낮동안 조용히 잠자던 개구리들이
노을의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우리 가족이 목청껏 노래할 수 있는 것도
땅거미 네가 있어서야"

그러자 우뚝 서있던 큰 산도 한마디 거들었다.
"내 집채만 한 모습을 강물에 비춰볼 수 있는 것도 땅거미 네가 아니면 불가능하지"

땅거미는 자신이 이 세상을 어둡게 하는 존재로 생각하며 늘 작아져 있었는데 노을이와 개구리가족, 그리고 집채만 한 산이의 이구동성 칭찬과 고마움에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그때서야 깨닫게 되었다
 

#능내리
#봄밤
#저녁노을
#강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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