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을 벗고 환골탈태하는 푸른 뱀의 해가 되기를
한 해가 시작됐다는 감흥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일주일을 보냈다. 하는 일마다 잘 되길 바란다는 덕담이 가볍게 오가기보다는 건강 잘 챙기면서 무탈하게 보내자는 말을 더 자주 듣는 요즘. 단어에 꾹꾹 눌러 담긴 걱정 어린 마음과 진정성의 무게 때문인지 가장 욕심 없을 것 같은 ‘무탈하자’는 말을 들을 때 오히려 버겁기도 하고 마음이 괜히 울적해진다.
밤새 내린 눈이 소복이 쌓인 주말 아침을 맞이했는데도 그리 신이 나지는 않았다. 기분이 가라앉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즐겁다, 행복하다’는 좋은 감정이 들어올 생각은 없는 듯 한 한 주를 보냈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자꾸 떠올린다. 슬픔과 공허함, 그러다 미안한 마음으로 이어지는 생각들. 국화 한 송이를 놓고 조문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나의 미천한 신분이 미안했고 도울 힘이 없다는 나의 상황이 부끄러워졌다.
개인적으로는 퇴사를 하고 나를 찾겠다며 세상 소식에는 눈귀를 닫고 살았던 2024년이었는데, 그 어느 때보다 세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뉴스를 찾아보며 연말을 보냈다. 아무리 각자도생, 개인주의를 외치며 뭐라도 되는 척, 강한 척을 해왔지만, 모두가 힘든 세상에서 혼자만 행복하게 지낸다는 것은 애초에 성립될 수 없는 얘기임을 이렇게 깨닫는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간절하게 송구영신을 바란다. 지긋지긋한 2024년을 떠나보내고, 푸른 뱀의 해라는 2025년은 이 글을 읽는 모두가 허물을 벗고 환골탈태하는 날들을 보내길 기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