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기억을 기록으로 내 삶을 책으로

책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WHY

지난주 내가 진행하는 챌린지에서 나는 나만의 찐 콘텐츠 만들기라는 강의를 했다.

정확하게 1년 전에 했던 강의였지만, 어찌 그리 새롭게 다가오던지!


내용이 너무 좋아 다시 좀 다듬어 강의를 마쳤다.


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왜 그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지

WHY를 먼저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이먼 시넥의 이야기가 들어가 있었다.


그 강의를 준비하며 'Start With WHY' 사이먼 시넥(사이넥?)의 강의를 보고

내 사업을 다시 돌아보았다.


물론 나도 사업을 할 때 WHY를 생각한다.

근데 깊이 있게 제대로 고민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타깃의 WHY는 고민해 봤겠지만, 나의 WHY? 내가 왜 이 사업을 하느냐에 대한 WHY는 이제야 떠올려보는 것이다.


나는 내 삶을 기록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책을 낼 수 있게 하는 아지담이라는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의 자서전이나 수필을 내도록 돕는 출판사는 갑자기 만들어진 거였다. 하지만 오래전 기억을 떠올려보니 나는 할아버지의 자서전을 기록했던 경험이 있었다.


대학생 때 일이었고, 지금은 누가 그 책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할아버지는 북에서 온가족을 데리고 남한으로 와 양평땅에 터를 잡으셨다.

북에 두고 온 누이를 평생 그리워하시고,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로 시작하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TV 프로그램에 번번이 신청하셨지만, 출연하실 수 없었다.


전쟁이 터져서 고향이 아닌 곳에서 새롭게 터를 잡고 사는 삶을 나는 잘 모른다.

삶이 팍팍했을 것 같다는 거 말고는 사실 와닿지 않았다.


그런 내가 정말 철없던 대학생 시절 할아버지가 주신 수백 장의 원고를 받아 들고 타이핑을 시작했던 것이다. 할아버지는 절절함에 쓰셨을 그 자서전을 말이다.


맞춤법이 현시대에 전혀 맞지 않는 글을 읽고 제대로 해석해 쓰느라 정말 고된 작업이었다. 그 누구도 그걸 하면 보상을 해주겠노라 한 적이 없었다. 정말 할아버지의 삶이 궁금해서 하게 된 작업이었다.


나의 할아버지가 평생 어떤 마음으로, 어떤 그리움을 가슴에 사무치게 담고 사셨는지 글을 읽으며 눈물 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글을 잘 쓰셔서 학교에서 상도 받으셨다는 내용을 보고, 할아버지는 평생 글을 쓰는 삶을 동경하셨겠다 싶었다. 혹은 이렇게 흘러가버리는 삶을 붙잡고 싶어 글을 쓰셨을 수도 있다.


내 아버지의 50세, 60세 생신에도 아들을 생각하며 쓴 할아버지의 손 편지를 내가 챙겨두었던 기억도 떠올랐다. 할아버지의 표현은 현시대에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감성이 있다. 언젠가 나도 그 편지를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챙겨둔 것이다.


오래전 엄마가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니 엄마(나의 어머니 시점)가 남겨놓은 편지 한 장, 글씨 하나가 없어서 너무 서운했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엄마는 무슨 때만 되면 열심히 편지를 써서 나에게 주셨다.


지금은 엄마가 뇌출혈로 수술을 받으셔서 글을 자력으로 쓰기 힘드시다. 정말 나는 엄마가 평소에 써주던 편지를 지금도 고이 간직하고 있다. 나에게는 엄마에게 받은 손 편지가 수십 장이다. 자신감 있는 필력으로 시원시원하게 글을 써내려 가셨던 엄마는 지금 그러실 수 없다. 내게는 그 편지들이 소중한 자산이다. 엄마의 마지막 필체니까.


부모가 자녀에게 남기는 글이 자서전의 의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지금까지 책을 낼 수 있도록 도왔던 분들도 역시

내가 왜 이 글을 쓰는가를 떠올려봤을 때

그저 살아온 삶을 기록하는 의미도 물론 있겠지만

나의 아이들이 부모의 삶을 기억하길 바라시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 어떤 삶도 감동 없는 삶은 없다.


내가 출판사를 하는 WHY.

기억을 기록하는 일

그것이 쌓이면 나의 책이 되는 일

개인의 역사에서 그것만큼 위대한 일이 있을까?

그래서 글쓰기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나의 WHY가 될 것이다.




keyword
이전 16화워드프레스로 나는 새 인생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