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젖고 나면, 가벼워지더라

비는 피하는 게 아니라, 지나가는 거야

너도 가끔 그런 날 있지?

일기 예보를 못 본 날.

비가 오는지도 몰랐던 날.

당연히 우산도 없이 집을 나섰던 날.


오늘이 그랬어.

지하철역을 나왔는데,

눈앞에 소나기가 쏟아지고 있는 거야.


아…


‘어쩌지? 뛰어야 하나?’

‘잠깐만 기다리면 그치려나?’

‘맞으면 하루 종일 찝찝하겠지…’


그 자리에 멈춰서

한참을 하늘만 보고 있었어.

근데 비는 안 멈추더라고.


그래서 그냥 뛰었지.


머리도 어깨도, 양말까지 다 젖었어.

정말 하루 종일 축축하고 찝찝했어.

기분도 그랬고.


그렇게 쭉 찝찝한 하루를 보내고

퇴근길이 됐는데

하늘이 개어 있더라.


‘이젠 우산 없이도 괜찮겠지’


하고 나왔는데… 또 비가 오는 거야.

근데 그냥 걸었어.

어차피 집에 가면 씻을 거니까.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았어.

비를 맞으면서 그냥 걸었어.


조금씩 옷이 젖더니

속옷까지 다 젖었을 때,

그땐 이상하게 개운하더라.

몸도, 마음도.


그때 알았어.

비를 피하려고 애쓸 땐

매 순간이 찝찝했는데,

그냥 젖어버리니까

오히려 가볍더라고.


살면서 그런 순간 많잖아.

힘든 일 피하려고 도망치고,

상처받을까 봐 모른 척하고.

그러다 마음은 더 눅눅해지고.


근데 한번 제대로 마주하고 나면

생각보다 아무것도 아니었단 걸

알게 될 때가 있어.

눈물 나게 시원했던 비처럼.


그러니까,

지금 네 앞에 오는 그 일들이

좀 무섭고, 젖을까 걱정된다면,

꼭 피하려고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어차피 젖을 거라면,

차라리 정통으로 맞아.


그게 마음을 더 개운하게 해 줄지도 몰라.

젖은 옷은 그냥 두면 마르지만,

찝찝하게 젖은 마음은,

한 번 다 젖어버리는 게

더 잘 말려주는 방법일지도 몰라.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