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오면 바보가 됩니다

어쩌면 ‘멍’이 필요한 시간일지도

회사에선

할 일 정리하고, 시간 쪼개고,

업무 동선까지 계산해서 움직이는 완벽주의자다.


"이건 오전에 끝내고, 저건 점심 전에 마무리하고..."


효율, 속도, 정확도.

머릿속은 늘 계산기처럼 바쁘게 돌아간다.

머리도 몸도 긴장감으로 빳빳하다.


근데 이상하지.

집만 들어오면, 바보가 된다.


밥 먹으려다 수저만 가져오고


"아 맞다, 젓가락!"


젓가락 가지러 갔다가

물컵은 들고 왔는데, 물은 안 따라옴.


'뭐 하냐 진짜'


혼잣말로 나를 구박하다가,

결국 물 마시려고 다시 주방으로 간다.


바보 같아.


근데 그게 그렇게 나쁘진 않더라고.

회사에선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하루 종일 똑똑한 사람 코스프레를 했으니까,


집에선 그 긴장을 좀 내려놓고 싶은 거겠지.

나를 쥐어짜지 않아도 되는 공간,

조금 바보 같아도 괜찮은 나의 자리.


집에 오면

잠깐 멍해지고, 어리숙해지고,

순서가 뒤죽박죽이 돼도

괜찮은 이유.


그건,

오늘 하루를

진짜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일지도.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