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문제를 만들고 있었다

힘을 빼야 하는 이유.

나는 14년차 IT 개발자다.


같은 업계 사람들은 알 거다.


대한민국의 개발자와 실리콘밸리의 개발자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걸.


물론 대한민국의 모든 IT 개발자들이 그렇다는것은 아니다.


보통의 개발자들은 정형화된 일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창의력이나 상상력이 크게 필요 없는 환경 속에서 말이다.


제한 된 시간, 제한 된 자원으로 고객이 원하는 요구사항에 맞게 개발을 하고 있을 심산이 크다.


내가 만들고 싶고 내가 구현하고 싶은 기능을 만드는것이 아닌 고객사가 원하는 기능을


정확한 기간 내에 구현해서 런칭하게 하는것이 고객사와 개발사 공동의 목표가 되는 셈이다.


물론 세상의 어떤일이던 마찬가지일것이다.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처럼 속되게 말하자면 돈을 받았으면 돈값은 해야한다는것이다.


기술력을 파냐 서비스를 제공하냐 제품을 파냐의 차이일 뿐.


그러하다 보니 IT 개발자들 또한 고객사의 말도 안되는 요구라거나 구조상 불가능한 업무가 아닌이상


원하는 요구사항을 최대한 구현해주려고 한다.


이러한 업무 특성 상 우리들은 안되는 방법보다 되게 하는 방법을 찾게된다.


만약 가능한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일반적인 개발자라면 본인의 능력을 의심하곤 할것이다.


내가 못하기때문에, 가능한 기술이 어떤것인지 모르기때문에라는 이유로 말이다.


그렇기때문에 개발자들은 새로운 기술이라거나 이미 알고 있는 기술에 대해


새로이 익히고 더욱 더 능숙하게 다룰 수 있도록 매진한다.


나 역시도 15년 가까이 IT업계 개발자로 종사하다 보니 몸에 밴 직업병같은것이 있다.


개발업무가 아닌 다른 일에서도 안된다. 혹은 어렵다라는 말들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주 작은것마저도 포기한다거나 쉽사리 안되는일이라고 부정하는것이


"내가 능력이 없어서야.", "내가 모자라서 그래."라는 뜻이 되는것같이 느껴지는것이다.


모르면 알때까지 해봐야 하고 안되면 될 때까지 해보는것이 능력이고 프라이드라고 생각하는것 같다.


이러한 생각들이 굳어져 성격이 되다보니 융통성이 없다란 소리를 종종 듣곤한다.


나의 아내가 연애당시에 나에게 많이 했던말중에 이러한 말이 있다.


"당신과 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다른거지. 누구 하나가 틀린게 아니야"


그때 당시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던 말이었고


다른 방법을 인정하는 순간 내 방법이 틀리게 되는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이분법적 사고를 했던것 같다.


이러한 나의 생각과 성격들이 바뀌어야 한다는것을 깨우치게 했던 일이 있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나의 딸 아이가 감기때문에 39도 이상의 고열에 시달렸다.


항생제와 해열제를 시간에 맞춰 먹이고 열이 오를때면 수건에 물을 적셔 몸을 닦아내줘도


이틀동안 열이 쉬이 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동네 소아과에서는 며칠 더 지켜봐야 한다는 말뿐.


이렇다할 대응을 하지 않음에 내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회사에 출근해서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아이가 괜찮은지


아내에게 수시로 물어봤고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다라는 말뿐이었다.


난 나의 굳어진 성격들로 인해 병원에서 내린 처방과 의사를 의심했다.


감기가 아닐지도 몰라. 다른 질병이어서 해열제나 항생제가 안듣는걸거야.


의사가 찾지 못한거니까 내가 어떤 병인지 찾아내야 한다.


그 병을 찾아내지 못하는건 내가 무지한탓이야. 내가 능력이 없어서야


라는 마음으로 온갖 유튜브와 블로그에서 의학정보을 뒤져보고 있었다.


그러한 영상과 글들을 찾아볼때마다 내 걱정은 더욱 커져만 갔고


불안이 나를 삼킬듯이 답답해져왔다.


잘못되면 어떻게 하지.. 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이러한 답답한 마음에 회사 육아선배들에게 물어보니


3일지나면 보통 괜찮아진다는 무책임한 답변에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묵살하였다.


방법도 없이 그저 하루 더 지켜보면 낫는다는게 허무맹랑한 소리로 들렸던것이다.


그리고 어제 퇴근후에도 약에 취해서 인지 열이 취해서인지 곤히 자고 있는


아이를 보았을때에도 하루만 더 지켜보고 큰 병원에 데려가야겠노라 다짐을 하였다.


그 다짐을 하고 한시간이나 지났을까.


아이가 잠에서 깨 일어났을때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


어떻게 해도 떨어지지 않던 열이 갑자기 정상체온으로 돌아온것이다.


언제 아팠었냐는 듯 방긋방긋 웃으며 평소처럼 서투른 걸음마로


온집을 돌아다니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밥도 잘 먹는것이 아닌가.


그때 번뜩 이런 생각들이 머리속을 스쳐 지나갔다.


안되는건 없어. 되게 만들어야돼. 될때까지 해야되는거야.라는 나의 강박적인 성격이


어쩌면 없는 문제를 만들고 있구나라고.


그저 두면 해결될 일들도 문제를 만들어서 혼자 끙끙앓았던건 아닌가라고.


가라앉는게 무서워 온몸에 힘을주고 아무리 물장구를 친다 한들 물위에 뜰 수 없다.


온 몸에 힘을 빼고 물에 나를 맡겼을때 그제서야 물은 나를 위로 올려보내준다.


안될지도 모른다.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나의 두려움이 문제를 만들어왔던걸지도 모르겠다.


앞으론 조금씩 힘을 빼고 물위에 올라가는 연습을 해볼때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