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테솔(TESOL) 시작일.
나를 포함한 한국인 9명, 일본인 2명, 대만인 1명.
역시 자격증은 동북아시아에서 강세인가?
9주 동안 선생님이 될 스캇의 안내에 따라
앞으로 어떤 식으로 수업의 방향이 흘러가는지를 알게 되었다.
내가 이 자리에 있다니,
앉아서 동료들과 선생님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워 자꾸 울컥했다.
9주간의 테솔코스 흐름은 대략 이랬다.
- 교육생 성향에 따른 교육방식의 이해
- 주요 4대 영역에 대한 티칭스킬의 이해
- 교육안 작성, 모의 수업 진행
- 실제 수업 진행 60분 x 2 회
- 실제 수업 진행 90분 x 2 회
- 우수 학생에 한해 어학원 인턴쉽 기회
시작도 안 했는데 과정 설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압도당하는 느낌이 있었다.
우리는 질문했다.
"Has anyone dropped out before?"
"과정 중에 낙오한 사람도 있었나요?"
스캇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교실 안이 순간 긴장감에 휩싸였다.
‘어떡해’ 모두가 서로를 바라봤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스캇이 덧붙였다.
"However, as long as you don't give up,
it's very rare for the school to kick you out."
"하지만 본인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학교에서 중도퇴출 시키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랬던가.
쉽진 않겠지만 그런 조건이라면
왠지 모르게 자신은 있었다.
나는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니까.
2주 차부터는 매일 밤 시강 준비에 매달렸다.
밤새 교육 계획서를 쓰고, 고치고 또 고쳤다.
어떻게 설명해야 교육생들이 이해하기 쉬울까?
어떤 예시를 들어야 할까?
어떤 액티비티를 해야 재미있을까?
어떻게 해야 지루하지 않을까?
점심, 저녁을 모두 식빵, 신라면으로 때웠다.
아침 일찍 학교에 갔고,
직원이 빈 교실을 체크할 때까지 남아있는 날도 많았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내가
나와 같은 입장의 사람들에게,
영어로 영어를 가르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5주 차에 접어들었을 땐
통장에 잔고가 확연히 줄어든 게 보였다.
편하다는 핑계로 한인마트 신라면을 자주 사 먹는
사치를 부렸던 게 화근이었다.
일단 최대한 아껴야 한다는 일념하에
라면 두 개를 살 수 있는 돈으로
1달러짜리 식빵 한 봉지와 1.5달러짜리 딸기잼을 샀다.
가성비 식사라 생각하며
한 끼에 2장씩 먹으면 5일은 족히 먹겠다 싶었는데,
"안돼...."
3일째, 내 소중한 식빵에
푸르스름한 곰팡이가 피어버렸다.
순간,
이제껏 꾹꾹 누르면서 참아왔었던 감정이 밀려와 그만 눈물이 터져 버렸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까지 하고 있는지..
눈물 젖은 식빵이란 게 이런 걸까.
그런데 이 비참한 순간에도
‘아까워. 3일은 더 먹을 수 있었는데.
이럴 줄 알았다면 3장씩 먹을걸.‘
하며 식빵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는 내가
참 우습기도 했다.
아니 그런데,
우리나라 식빵은 실온에 보관에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호주는 대체 왜 이런 거야!
‘우리나라는 안 그러는데’ 병이 또 도졌다.
다음날
학교 친구들에게 이 사건을 말하니
냉동실에 넣는 게 오래 먹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역시 굶주려 본 자들은 뭔갈 알고 있었구나.
내 사정 따윈 아랑곳없이,
수업은 이제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60분의 실제 수업 스케줄이 잡혔다.
참관하실 선생님도 정해졌다.
브레들리..
눈물, 콧물을 쏙 빼놓는 피드백으로 유명한 분이라고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마침 내일 내 첫 수업에 들어오신다고 한다.
막을 수 없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집에 오는 길에 슈퍼마켓에 들렸다.
그 애증의 식빵 한 봉지를 집어 들었다.
집에 와서 이번엔 저녁으로 먹을 두 조각만 빼고,
친구들이 알려준 대로 바로 냉동실에 넣어버렸다.
역시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게 직빵이다.
늘 실온 보관했던 것들도
경우에 따라선 냉동 보관 해야 할 때도 있으니까,
내가 알고 있는 게 항상 맞는 건 아니니까,
귀를 열고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배우고
경험으로 성장하러 여기 왔으니까.
브레들리의 참관이 무척 긴장됐지만,
눈물의 식빵 정신으로 준비한 나의 수업을
어떻게 평가하실지.
내일이 기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