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7분의 1 확률

by 한그루


2016년 4월,


그렇게 테솔 인턴십이 시작됐다.


출석 체크를 받는 학생이 아니라

출석 체크를 하는 인턴 선생님이 되어

한 달 만에 다시 찾는 어학원.


나의 멘토는 엘루이스, 호주인 여선생님이셨다.

소문에 의하면 한국어를 정말 잘하신다고 했지만

어학원 규정 때문에 한국어를 쓸 수 없다고 했다.


엘루이스 선생님은 중/초급 반을 담당하셨었고

학생들은 남미, 유럽, 아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 온 친구들이었다.

선생님과 함께 다니며 필요한 부분은 보조하고.

수업 중간에 활동을 준비해 직접 운영해보기도 했다.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수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엘루이스 선생님이 나에게 초콜릿 하나를 내밀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Happy Teacher's day’

그녀는 나에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You are a teacher now as well."

"너도 이제 선생님이잖아."


그렇다. 5월 16일 월요일이었다.

전날 일요일이 한국의 스승의 날이었다는 걸

선생님이 기억하셨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다정한 엘루이스 선생님 덕분에

5주간의 인턴십을 순탄하게 잘 마칠 수 있었고,

원장님의 추천서를 받아 어학원을 떠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일터로 돌아왔다.

주 1,000불 벌기에 혈안이 되어

누구보다 바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돌아오는 10월에 비자가 만료되기에

향후 일정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다.


다음 행선지는 모르겠으나

이대로 한국에 돌아갈 순 없다는 마음만큼은 확고했다.

그런 나에게는 몇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캐나다와 뉴질랜드,

이 두 나라를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갈 수도 있었다.


사실 호주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는 건 어렵지 않다.

딱히 정해진 인원이 있는 게 아니라서

경쟁이 필요가 없다.

결격사유만 없다면 다음 주에 바로 출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캐나다의 경우 신청 후 초대장을 받아야 했고,

추첨식이라고 했다.

지원을 했지만 소식이 없었다.


반면 뉴질랜드의 경우 선착순 지원이라

날짜를 잘 보고 인터넷이 가장 잘 되는 곳에서

대기를 했다가 신청해야 한다.

마치 성시경 오빠 콘서트 티켓팅 하듯이

몇 시부터 시작이라고 한다면

광클릭을 해서 선착순에 들어가야 했다.


브리즈번에서의 인터넷 속도는

내가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게 썩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느린 속도로 훼방을 놓았다.


그렇게 나는 캐나다,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기회를

눈앞에서 놓칠 수밖에 없었고

이제 유일한 희망은 영국이었다.


영국은 보통 상반기에 1000명을 모집하는데

그중에 실제 결원이 발생하면

그 인원만큼 하반기에 추가 모집을 한다고 했다.

0명이 될 수도 있고, 999명이 될 수도 있다.


혹시 모르니 작년 공고를 참고해

토익 점수를 미리 준비해 놓았고,

시드니에서 한국 영사가 브리즈번을 방문했을 때

여권도 미리 갱신해 두었다.


사실 결원이 없으면 추가 모집 자체가 없는 거라 헛수고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혹시라도 기회가 왔을 때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바보같이 기회를 놓치는 일만큼은 없었으면 했다.


그렇게 나는 기약 없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나는 아침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출근길 기차에 올라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다음과 같은 공고를 보게 된다.


2016년도 영국 청년교류제도(YMS) 참가 추가 모집 안내

7월 26일 아침,

드디어 영국 워킹홀리데이 하반기 공고가 떴다.

가슴이 미친 듯이 뛰고 손이 덜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공고의 핵심내용은 이랬다.


- 대한민국 국민으로 만 18세-만 30세,

- 공인영어성적증명서 TOEIC 600점

- 자기소개서는 500자(공백포함) 이하 한글로만 작성 (가능한 한 글자 수 엄수)

- 접수일 : 2016.8.1(월)-8.5(금) (우체국 발송날짜[소인일자] 기준)

- 접수방법 : 대한민국 내 우체국 등기우편만 가능 (해외우편, 일반우편 접수불가)

- 발급 인원 : 337명



토익점수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해외우편 접수가 안되니,

국내로 우편을 보내서 친구에게 부탁하려면

서둘러야 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 하나.

발급 대상자 선정방법 중

신청자가 발급인원을 초과하는 경우,

결격자 배제 후 전산추첨으로 선정한다.


잔칫집 아차상 당첨도 돼 본 적 없는 내가

그 흔한 로또 복권 5등 조차 한 번을 안된 내가


과연 '전산추첨'으로 337명이라는 숫자 안에 들 수 있을까?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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