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2016년 하반기 영국 워킹 홀리데이 자격요건을
다시 꼼꼼히 살펴보았다.
- 대한민국 국민으로 만 18세-만 30세
- 공인영어성적증명서 TOEIC 600점
- 자기소개서는 500자(공백포함) 이하 한글로만 작성 (가능한 한 글자 수 엄수)
- 접수일 : 2016.8.1(월)-8.5(금) (우체국 발송날짜[소인일자] 기준)
- 접수방법 : 대한민국 내 우체국 등기우편만 가능 (해외우편, 일반우편 접수불가)
- 발급 인원 : 337명
저 중에서도 제일 문제는 토익 점수였다.
대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 본 첫 모의토익,
990점 만점에 LC와 RC 합쳐서 240점.
저 신발사이즈 토익점수도 사실,
찍어서 나온 점수였다. 슬프게도.
취업하려면 점수가 있어야 했기에
나는 되든 안되든
월례 행사처럼 매주 토익을 보러 다녔다.
그렇게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본 토익 점수가 530점.
리스닝 420점, 리딩 110점.
계속 공부하다 보니 듣기는 어느 정도 익숙해지는데,
문법은 C로만 찍어도 저것보다는 잘 나올 수준이었다.
그만큼 문법 기초가 없으면서
토익협회에 매달 기부만 하러 다녔던 것이다.
600점..
필리핀에서 스파르타식으로 그렇게 공부하고
호주에서 테솔 과정도 이수했지만,
혹시라도 내가 필요한 그 600점이 나오지 않을까 봐 불안했다.
브리즈번에서 급하게 토익시험을 치고
점수를 기다리는 그 2주 동안
매일밤, 5점이 모자란
595점이 써진 성적표를 받는 악몽을 꾸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성적표를 수령했다.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열었다.
결과는 리스닝 415점,
리딩 335점!!!!
내가 드디어 해냈다.
오케이! 토익 패스,
다음은 500자 자기소개서.
하고 싶은 말을 500자 안에 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자다가도 생각나는 말이 있으면 일어나서
수정을 하고, 길 가면서도 또 보고 고치고.
그렇게 핸드폰만 보고 걷다가
전봇대에 심하게 부딪혀
핸드폰 액정이 산산조각 났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나는 깨진 화면을 사이로 보이는 글들을
계속 읽고 수정해 나갔다.
그래도 터치스크린이 계속 작동하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왜 영국이어야 하는지,
영국에서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
2년 후에 한국에 돌아오면 어떤 기여를 할 것인지.
나의 소망을 꾹꾹 눌러 담아
세상에서 가장 나다운 500자를 완성시켰다.
프린트 후 서명.
그렇게 서류준비를 완료했다.
사실, 이제 여기서부터 진짜 시작이다.
이 서류를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보내야 했다.
2016년 7월 29일 금요일 오후 5시,
브리즈번 시내에 있는 대한통운 택배 영업소가
업무를 마감하기 전에 도착해야 했다.
그날 나는 4시에 퇴근하였고,
단 한 번의 기차 연착도 허용되지 않았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내가 아는 모든 신들에게
얼마나 기도를 했는지 모른다.
하느님, 부처님, 천지신령님 제발 도와주세요.
기차에서 내렸고 정신없이 뛰었다.
4시 55분, 입구에 도착.
직원이 이미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말 간발의 차로 도착했다.
"오늘 이렇게 보내면 한국엔 언제 도착하나요?"
"아! 화요일 비행기 편으로 가게 될 거고,
금요일쯤 한국 배송 완료될 것 같아요."
8월 5일 금요일 우체국 소인일자 기준이기에
일단 우체국 마감 시간 전까지 접수만 되면 된다.
나는 그렇게 한국으로 가는 택배를 접수시켰다.
드디어 다시 돌아온 금요일,
한국 시간 오후 2시가 되도록
택배가 도착을 안 했다고 한다.
우체국 마감시간은 6시, 이제 4시간 남은 샘이다.
송장 번호가 있어서 택배사에 연락을 했고,
택배기사님 전화번호를 받아 친구에게 전달했다.
친구가 택배기사님 위치를 파악했고,
3시쯤 배송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런데...
택배기사님이 도착했을 때,
마침, 친구의 9개월짜리 공주님의 낮잠 타임이 시작됐고
우리는 작은 아이가 달콤한 잠에서
기분 좋게 깰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4시 반쯤.. 고맙게도 우리 공주가 일어나 줬고,
친구는 서류를 들고 우체국으로 향할 수 있었다.
"접수하고 오는 길이야."
친구의 카톡을 받고
그제서야 온몸의 모든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우리의 미션 임파서블 대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그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고 했던가.
토익성적표, 여권 긴급배송,
적당히 깨진 핸드폰 액정,
대한통운직원, 항공택배, 배송 기사님,
꽤나 날렵했던 내 10년 지기 친구,
그리고 그녀의 9개월 공주님까지.
나 하나를 영국이란 땅으로 보내기 위해
우리 모두는 하나가 되어
온 힘을 다해 마음을 모았다.
할 만큼 했다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일까?
이젠 정말 기다리는 것만 남았다.
그리고 3주 후 뜬 접수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