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밖은 낭떠러지였을까?

에필로그 - 굿바이 나의 30대 vol 1.

by 한그루


“남들 다 자리 잡고 시집갈 나이에 뭘 더 하고 싶어서 그러니. 그냥 회사 다니다 괜찮은 사람 만나 결혼하고 살면 되지.”


서른이 되던 해,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말했을 때 엄마는 한동안 말씀이 없으셨다. 결국은 “네 인생이니 하고 싶은 대로 살아라.” 말해주셨지만, 그 안에 담긴 걱정까지 모를 만큼 나는 어리지 않았다.


그렇게 퇴사를 결심하고 막상 회사를 나오고 나니,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정해진 날짜에 들어오던 월급도, 당연하게 받던 연간 건강검진도, 별생각 없이 쓰던 임직원 혜택도. '무직'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모든 것이 사라졌다. 회사는 생각보다 나를 많이 보호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회사 밖은 정녕 낭떠러지였을까?


회사를 다니며, 나는 늘 절벽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바람이라도 불면 종잇장처럼 흔들리고, 잠시라도 한눈팔면 떨어질 것 같았다. 절벽 아래는 구름에 가려 얼마나 깊은지 가늠 조차 되지 않았다.


눈을 질끈 감고 뛰어내렸다. 한참 내려갈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빨리 발이 닿았다. 낭떠러지인 줄 알았던 그곳은 그저 조금 높은 언덕이었을 뿐. 그리고 그 아래에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낙원이었을까? 아니었다. 눈을 떴을 땐 또 다른 혹독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엔 승인을 해줄 팀장님도, 조언을 해줄 선배도 없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누구의 도움도 없이 내가 알아서 결정하고, 책임져야 했다.


내가 필리핀과 호주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로 잰 듯 철저하게 계획했지만, 당장 내일 아침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계획 따윈 크게 도움이 되진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누구의 것도 아닌, 내 인생이니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걸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서른은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고 배우는데 전혀 늦은 나이가 아니었다.


엄마 말씀처럼 자리를 잡고, 괜찮은 사람 만나 미래를 꿈꾸는 것. 그 시절의 나는 절벽에 서서 누군가가 구원해 주길 기다리기보다는, 또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는 걸 선택했다.


하지만 호주를 떠날 무렵까지도 나는 아직 나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진짜 내가 이 여정을 통해 원하는게 무엇인지. 단지 해외취업이 목표였던 건지.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래서, 현실에서 적당히 타협하는 대신

영국행을 결심했다.


2016년 12월,

그래서 또 한 번 떠나 보기로 했다.




지금까지 [굿바이, 나의 30대] 연재를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굿바이라는 이름 대신 [서른, 회사 밖은 처음이라]로 제목을 새로 달아 브런치북으로 발행하려 합니다.

그리고 후속편 [영국은 처음이라] 연재를 앞두고 있습니다. 낯설고 서툴렀던 시간들이 또 어떻게 흘러갔는지, 천천히 나눠볼게요. 곧 찾아뵙겠습니다 :)


* 이 글을 처음부터 읽어보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확인해 주세요.

https://brunch.co.kr/@mypinetre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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