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그리고 시작된 나의 서른

by 한그루

한국 나이 서른이 되던 해,

잘 다니던 대기업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딸일 수 있게 해 주던 회사 간판,

지방 점포 인턴으로 시작해 노력으로 얻은 서울 본사 교육팀 자리,

회사가 지원해 준 안정된 거주 공간,

가는 곳마다 할인되는 마법의 임직원 카드까지.


겉보기엔 꽤나 성공한 현대 여성 같았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나는 늘 나의 배경, 남들과 다른 시작점에 스스로 움츠러들었고

보이지 않는 유리벽에 갇혀 자격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럴수록 더욱 내 몸을 혹사시키며 조직에서 인정받고 싶었다.

그만두고 싶어도, 어렵게 일궈낸 영광스러운 순간들을 한순간에 잃게 될까 봐 두려워

손으로 힘겹게 움켜쥔 것을 단 1그램도 놓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나를 믿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고,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기 위해' 회사를 떠나겠다고 다짐했다.


팀장님과 면담하던 날,

"저 퇴사하려고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동안 삼켜왔던 서러움과 알 수 없는 분노가 한꺼번에 몰려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쏟아졌다.

뭐가 그렇게 어려워 여태 이 말을 못 하고 있었는지.


"여기서 나가면 행복할 것 같아?

착각하지 마. 너도 돌고 돌아 다시 오게 될 거야."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너도 결국 후회하게 될 거라는,

회사 밖은 낭떠러지일 거라는.

그 10년도 더 된 대화가 아직도 가슴을 파고든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내 결심에 더욱 확신이 섰다.

"아니요. 저는 안 돌아와요."


2015년 7월 1일,

온 힘을 다해 악착같이 잡고 있던 것들을 미련 없이 모두 놓았다.

정확히 5년간 내 청춘을 바친 회사와의 작별이었다.

사직서가 수리되고 마지막 인사를 마친 뒤, 회사 문을 나섰다.

뜨거운 여름 공기가 얼굴에 스며들었다.


그 순간, 알 수 없는 해방감과 설렘이 밀려왔다.


그리고 비로소 나의 진짜 서른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