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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 폴라리스 Oct 18. 2016

하나로도 충분한 '외동아이' 키우기

월간 폴라리스 '의좋은 형제' 中

세상이라는 망망대해에 아이 혼자 내버려두는 건 아닐까. 아이를 위해서라도 동생을 낳아야 할까. 외동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 하게 되는 고민이다. 외동아이는 이기적이고 응석받이라는 편견에 부딪힐 때면 ‘하나로 충분하다’던 결심은 거대한 파도를 만난 종이배처럼 힘없이 흔들리기도 한다. 정말 외동아이는 부모의 과보호 아래 이기적으로 자라는 문제 많은 존재일까? 외동아이를 향한 편견의 실체를 확인하고 행복하게 외동아이를 키우는 방법을 알아보자.

에디터 박은아  포토그래퍼 강봉형  소품 협찬 아이큐박스

하나로는 부족하다고?

일곱 살 외동아들을 키우는 ‘외동이맘’ A씨는 아래층 이웃을 마주칠 때마다 “얼른 둘째 낳아야지?”라는 말을 듣는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이라는데, 계획에도 없는 둘째 독촉을 몇 년째 듣다 보니 이제는 이웃과 마주치는 것조차 부담스럽다. 옆에서 대화를 들은 아이가 상처 받을까봐 걱정도 된다.
다섯 살 난 외동딸의 엄마인 B씨는 최근 더욱 황당한 경험을 했다. 유아 발레학원을 찾아 상담을 받은 후 “조금 더 생각해보고 오겠다”고 하자, “아이가 하나인가 보다. 둘 키우는 엄마들은 그냥 보낸다”는 말이 돌아온 것. 외동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유난스럽고 까다롭다는 비아냥으로 들려 기분이 좋지 않았다.
2015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평균 1.24명이다.  1985년 1.66명으로 처음 1명대를 기록한 이후, 한 번도 2명 이상으로 올라간 적이 없다. 만혼과 미혼의 증가, 경제적 어려움과 여성의 사회 진출 등 요인이야 다양하고 복합적이겠지만, 결과만 놓고 봤을 때 한 부부가 ‘떡두꺼비 같은 아들, 토끼 같은 딸’을 낳고 사는 ‘4인 가족’을 더 이상 평균이라 말하기는 어려워진 셈이다.
하지만 인식은 언제나 숫자보다 더디게 움직인다. 자녀가 한 명인 3인 가족은 여전히 어딘가 모자라고 불안정한, 미완의 가족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외동아이는 ‘외롭다’ 혹은 ‘이기적이다’라는 공고한 믿음 아래 “둘은 낳아야지” “외동은 오냐오냐 키우게 된다” “외롭게 자랄 애 생각은 안 하냐” 등의 말이 ‘관심과 애정’이란 외피를 쓴 채 일상적으로 오간다.
아이는 아이대로 “엄마한테 동생 낳아달라고 해” “너는 왜 동생이 없니?”와 같은 말을 수시로 듣다 보니 형제자매가 없는 상황을 비정상으로 여기기 쉽다. 외동아이가 이기적이거나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면 ‘외동이라서 그렇다’라는 간편한 평가가 내려지고, 반대로 리더십 있고 활발한 외동아이는 ‘외동답지 않게 잘 컸네’라는 칭찬 아닌 칭찬을 받는다. 어떻게 하든 고착화된 외동아이에 대한 시선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변의 갖은 조언과 권유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외동아이’를 선언한 부모라 해도, 한 번쯤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혹시 형제자매가 없어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둘째를 낳지 않는 게 이기적인 건가?’라고.


외동아이, 정말 문제일까?

<똑똑한 부모는 하나만 낳는다>의 저자 로렌 샌들러는 “내면의 바람이 세상의 지혜와 충돌하면 당연히 그 이유를 궁금해해야 한다. (중략) 그러므로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꼭 형제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 이유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의문을 품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한 명이면 충분하다’는 부모의 마음과 ‘둘은 있어야 한다’는 세상의 지혜가 충돌한다면, 부모 먼저 외동을 향한 뿌리 깊은 편견을 짚어봐야 한다. 외동아이가 정말 외롭거나 이기적인 문제아인지 말이다.

외롭다는 편견

혼자 노는 아이를 보면 죄책감이 든다는 외동 부모들이 많다. 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은 무조건 외롭고 나쁘다는 생각은 편견이다. 오히려 아이에게는 또래와 함께 노는 시간만큼 혼자만의 시간도 중요하다. 특히 만 2~3세 정도의 아이들은 오히려 혼자 놀기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창의력과 논리력을 키우기도 한다. <외동의 미래> 저자인 심리학자 칼 피카드트 역시 “외동이 어린 시절에 받는 가장 큰 선물 중 하나가 스스로를 좋은 친구로 여기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릴 때부터 자기 자신과 긍정적인 유대 관계를 쌓은 아이가 독립적이고 감정적 외로움에 잘 대처하는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성인이 된 후 아이가 외롭지 않을까 걱정하는 경우도 많은데, 형제자매가 있다고 해서 외로움이나 고립감을 느끼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안정적인 관계, 그를 통한 행복한 삶을 결정짓는 건 형제자매 유무가 아닌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 여부다.

이기적이고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편견

항상 상호작용 할 수 있는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들과 달리,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은 외동아이는 남을 배려할 줄 모르고 자기중심적이라는 주장은 얼핏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1928년에 외동아이에 관한 각종 가설을 최초로 검증한 노먼 펜턴에 따르면, 오히려 형제자매가 있는 아동보다 외동아이가 더 높은 사회성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발표된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더글라스 다우니 교수팀의 연구에서도 또래들 사이에서의 인기와 형제 유무는 상관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외동아이의 경우 유아기 때는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들보다 사회성이 다소 부족한 경향을 띠기도 했는데, 이 차이는 학령기에 접어들면서 자연스럽게 해소됐다. 오히려 외동아이가 형제자매가 있는 아동보다 배려심과 관대함이 높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외동아이는 부모의 애정을 독점하기 때문에 질투나 시기의 마음을 덜 느끼며 자라고, 이런 심리적 안정감은 곧 타인에 대한 배려와 따뜻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일 수 있다.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는 영유아기 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들 중에도 유난히 이기적이거나 사교성이 부족한 아이는 있기 마련이다. 한데 외동아이가 이런 경향을 보일 때만 유독 ‘외동아이니까’라며 원인 규정을 하는 것이 아닐까.


이외에도 외동아이에 관한 긍정적인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는 수두룩하다. 또래가 아닌 어른 부모와 소통을 많이 하기 때문에 언어 능력이 빨리 발달하며, 부모가 한정된 시간·경제력·관심 등을 한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으므로 성과적 측면에서 더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니 외동아이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 앞에 주눅들 필요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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