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폴라리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월간 폴라리스 Oct 12. 2016

행복한 아이를 키우려면 엄마, 아빠부터 행복해야 한다

월간 폴라리스 1월호 '아이의 마음'

아이가 아닌 어른을 위한 부모학



에디터 한순호  
포토그래퍼 강봉형  
자료제공 자람 부모학교

대부분의 부모교육에서는 아이를 중심에 두고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부모가 될지, 아이에게 무엇을 더 해줘야 하는지에 대해 배운다. 그러나 ‘자람 부모학교’의 부모교육은 아이 대신 부모를 중심에 놓는다. 아이를 위한 교육이 아니라 어른을 위한 부모학을 배울 수 있는 곳, ‘자람 부모학교’의 이성아 대표를 만났다. 


‘부모교육’과 ‘부모학’은 어떻게 다른가요?

부모학은 아이에게 관심을 두지 않아요(웃음). 우리나라의 부모교육은 유아교육과 아동학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부모를 아이가 잘 자라기 위한 요건 중 하나로 봐요. 때문에 아이가 잘 자라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연령에 따라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부모가 해줘야 하는 게 뭔지를 궁금해하죠. 이런 역할과 기능 중심의 부모교육은 부모에게 뭔가를 계속 해야 한다고 요구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부모학에서는 중심에 아이가 아닌 부모가 있어요. 부모가 건강하게 잘살려면 뭐가 필요한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 거죠. 성인발달심리와 가족발달주기를 기반으로 부모는 과연 어떤 것들을 필요로 하고,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지를 밀도 있게 들여다봐요.


아이가 생기는 순간부터 각종 검사와 출산 준비로 분주하지만 정작 ‘부모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는 경우는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그 질문을 던진다는 것 자체가 중요해요. 부모에 대해 내리는 정의에 따라 양육관이 달라질 테니까요. ‘부모는 아이를 잘 키우는 사람’이라고 정의내리는 사람은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없겠죠? 저에게 묻는다면 “부모는 자기의 삶의 성장 기회를 선물 받은 사람들”이라고 말하겠어요. 나 혼자 잘사는 사람, 아이만 잘 키우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와 더불어, 가족과 더불어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 사람이오.


현실적으로는 대부분의 대한민국 부모들이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난 좋은 부모일까?’라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원인이 뭘까요?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불안감, 아이를 위해서는 더 많이 이뤄야 한다는 프레임에 갇히기 때문에 힘든 거예요. 우리 사회가 효율, 성취 중심으로 가다 보니 자신이 조금이라도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느껴지면 불안하고, 삶이 버겁게만 느껴지죠. 그러다 보니 아예 부모가 되는 것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고, 부모들의 자존감도 많이 낮아요. 특히 가족 그리고 자녀가 망가질까봐 불안해하고, 내가 나를 잃어버리는 거 같은 억울함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 엄마들의 자화상이에요. 그러나 나는 이미 충분히 좋은 사람이고,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 부모성을 충분히 갖고 있다는 걸, 그리고 부모가 되는 것이 아이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엄마, 아빠라는 자리는 정말 많은 걸 누리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선물 받은 직함이거든요. 회사에서 승진하면 좋아하잖아요. 부모란 명함을 받는 건 충분히 기뻐할 만한 일이에요

모든 부모에게는 빛나는
부모성이 충분히 내재돼 있어요.
다만 답답하고 힘들 때 이야기
나눌 사람도 없고, 사회가 조성하는 불안감,
왜곡된 신념들, 어릴 때 상처 등에 의해
가려져 안 보이는 것뿐이죠.


부모로서의 성장을 위해 평생 공부를 해야 하는 건가요?

평생 하게 되면 할 때마다 다른 이슈가 나오겠죠. 그러나 늘 처음처럼 어렵고 서툴지는 않아요. 처음 걸음마를 배울 때는 굉장히 큰 도전이지만 한 번 걷고 나면 새로운 길이 나올 때마다 다시 걷는 걸 배우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만약 걷는 걸 배우는 게 두려워 평생 앉아 있거나 옆에 있는 사람에게 계속 데려다 달라고만 한다면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저도 아이 셋을 키우면서 ‘이걸 조금 배운다고 얼마나 인생이 달라질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어요.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바뀐 거 같아요. 특히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가장 강렬한 에너지잖아요. 짧은 시간에 변화하는 부모들의 모습을 보면 저조차도 놀랄 때가 많아요.

‘행복한 아이를 키우려면 엄마, 아빠부터 행복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뭘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가족 안에서 서로가 건강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좋은 부모가 되고 행복하려면 건강한 부부 관계가 기반이 돼야 해요. 가정의 중심은 부부거든요. 그러려면 아내와 남편이 서로가 남인 걸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에요. 부부는 정확하게 이심이체거든요. 서로 독립적이어야 하는 거죠. 사랑하는 사이에는 엄청난 무의식이 존재해요. 뭔가를 해주는 걸 당연시 여기는 것 그리고 상대방의 마음이 내 마음과 같을 거라는 착각 말이죠. 그러다 보면 내게 부족한 걸 상대방이 채우길 바라게 되고, 내 마음과 같지 않을 때는 비난을 하게 되죠. “애하고 놀아줘, 애한테 좋은 아빠가 돼줘. 나한테 좋은 남편은 안 돼도 돼”라고 말하는 것도 자기합리화예요. 결국 자기에게 좋은 남편이 돼달라는 말이거든요. 그리고 독립만큼 중요한 것이 친밀함이에요. 친밀한 관계는 그 사람을 깊게 이해하는 거예요. 다름을 존중하는 가운데, 얼마나 서로에 대해 민감하냐는 거죠. 아침저녁으로 만나면서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떠올려 보면 “몇 시에 끝나?” “밥 먹었어?” 등의 이야기만 무심코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껍데기들이 궁금한 거예요. “오늘 어땠어?” “요즘 힘들어 보이는데 괜찮아?”라고 진심으로 물어보는 것이 필요해요. 


행복한 부모가 되고 싶은 부모들에게 한마디 부탁 드립니다

내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건 좋은 부모가 되려고 애쓰고 있다는 증거예요. 절대 부족한 부모가 아니니까 안심하시고, 내재돼 있는 부모성을 믿고 자신감을 가지세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지지하고 격려하려고 하는 만큼 부모로서 나를 스스로 격려해주세요. 또 한 가지, 부모로서 희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엄마, 아빠가 아이에게 슬프다고 하면 18개월이 된 아이가 엄마, 아빠를 안아줘요. 보통 부모가 자녀를 돌보고 키운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도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부모를 최선을 다해 돌본다는 거예요. 이런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해요. 




이성아 대표
20세, 18세, 11세 삼 형제를 둔 엄마이자 21년 차 워킹맘. 10여 년간 강연과 상담을 통해 수많은 부모와 가족을 상담해 온 부모 상담 전문가다.
건강하고 행복한 가족 성장을 지원하는 자람 가족학교와 자람 부모학교를 운영 중이다.

 ‘자람 부모학교’의 이성아 대표의 인터뷰 전문은 폴라리스 매거진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magazine.mypola.com/




행복을 키우는 영유아 교육라이프 매거진 <폴라리스>는 매월 한가지 주제만 심층적으로 다루되, 확장성을 가지고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폴라리스>는 앞서가는 부모를 위한 영유아 교육 지침서 역할과 교육의 관점에서 삶을 바라보는 교육 전문지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 마음대로, 태평하게 키워도 괜찮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