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이건 그냥 하는 말인데 외 1편
내가 먹었어
그 자두들
아이스박스
안에 있던 그거
네가 분명
이침밥으로
남겨뒀을 그거
용서해 줘
정말 맛있던걸
아주 달콤하고
아주 차갑더라
이렇게 얄미울 수가. 농담처럼 슬쩍 자백하는 저 능청스러움이란. 차갑고 달콤한 자두를 내가 베어문 것만 같이 입안에 침이 돈다.
짧고 리듬감 넘치는 이 시는 무척 감각적이다. 읽는 이의 침샘을 자극하고 촉각을 자극하고 시각까지 자극한다. 그리고 한 편의 드라마를 머릿속에 펼쳐놓는다.
아이스박스를 열고 시원한 냉기 속에서, 내 것이 아닌 자두를, 상대가 아침밥으로 먹으려고 남겨둔 자두를, 꺼내서 한입 크게 베어 먹는 드라마.
아주 오래된 그룹, 산울림의 노래 중에 <어머니와 고등어>가 있는데 가사는 이렇다: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어머니 코 고는 소리 조그맣게 들리네
어머니는 고등어를 구워주려 하셨나 보다
소금에 절여놓고 편안하게 주무시는구나
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 구일 먹을 수 있네
...
나는 참 바보다 엄마만 봐도 봐도 좋은 걸
그런데 시인은 과연 산울림의 저 정다운 정서를 노래하려는 걸까?
이건 그냥 하는 말인데... 하며 능청스럽고 유머러스하게 자기 고백을 하는 이 시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도 좋을까?
이 시를 쓰고 몇 년 뒤에 발표한 다른 시가 있다.
자두를 아작아작
길에서 먹고 있네 자두 봉투를
손에 쥔 채
그것들은 맛이 있네 그녀에게
그것들은 맛이 있네
그녀에게. 그것들은 맛이
있네 그녀에게
그건 알 수 있지
자두 반쪽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면 말야
그녀의 손 안에서 빨려지네
위안이 되어주네
잘 익은 자두들의 위로는
온 대기를 채우는 듯
그것들은 그녀에게 맛이 있네
자두 반쪽을 손에 쥐고 마지막 과즙까지 열심히 빨아먹고 있는 늙고 가난한 여인.
아이스박스 안에 들어있던 자두들이 혹시 그 여인의 것은 아니었을까?
그 자두는 가난한 이의 한 끼 식사인데.
아침밥으로 남겨뒀다지 않나.
혹시 시의 화자는 그걸 먹어버리고 "그냥 하는 말"이라며 웃으며 눙치려는 건 아닐까?
한 사람의 아침밥을 먹어버리고는 "참 달고 차더라", "정말 맛있더라"라고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시간차를 두고 시인이 드러낸 자두의 의미는 그리 유쾌하고 장난스럽지 않다, 짐작컨대.
그냥 가볍게 읽고 웃으면 되는 시를 내가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러나 시인은 늙고 가난한 여인이 자두 반쪽을 열중해서 먹고 있는 모습을 ‘보라’고 한다.
그 자두가 누구에게는 그저 그런 간식거리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누구에게는 참으로 맛난 먹을거리일 수 있고 한 끼 귀한 식사거리일 수 있다는 걸 보라고.
여인에게 자두는 후자의 의미임을 시인은 "보면 알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 두 시를 읽으며 드는 생각이 있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서.
이 말이 뜻하는 바를, 지금까지는, 문자의 뜻 그대로 받아들여왔다.
눈앞에 보이는 대로, 이건 자두, 그냥 자두, 열매, 달고 맛있는 열매라고 말이다.
하지만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라'는 말의 진짜 의미는 자두가 누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있는 그대로 보라'는 의미였던 것이다.
그걸 몰랐다니, 이제야 그걸 깨닫다니, 이렇게 우둔할 수가.
두 번째 시에서 "sucked out in her hand"를 "그녀의 손 안에서 빨려지네"로 옮겼는데, 시인은 이 표현을 중의적으로 쓰고 있는 것 같다. suck out은 카드게임에서 '상대보다 좋은 카드가 좋지 않은 패에 지는 상황'을 가리킬 때 쓰는 표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전문용어다.
이 상황을 그대로 대입해 보면, 자두가 늙고 가난한 여인에게 잡힌 셈이다. 그래서 여인에게 "먹혔다."
먹혀서 "위안이 되어 주었다".
그래서 시인도 같이 위로를 받았던 모양이다. 잘 익은 자두들이 여인에게 주는 위로가 온 대기를 채우는 것만 같다고 말하는 걸 보면 말이다.
This Is Just to Say
I have eaten
the plums
that were in
the icebox
and which
you were probably
saving
for breakfast
forgive me
they were delicious
so sweet
and so cold
munching a plum on
the street a paper bag
of them in her hand
They taste good to her
They taste good
to her. They taste
good to her
You can see it by
the way she gives herself
to the one half
sucked out in her hand
comforted
a solace of ripe plums
seeming to fill the air
They taste good to her
* 커버 그림은 쟝 밥티스트 시메옹 샤르댕의 정물화입니다.
* 민음사에서 출판된 영한대역 시집 <꽃의 연약함이 공간을 관통한다>, 2021년판에서 발췌한 시입니다. 정은귀 번역자의 번역이 아닌 제 언어로 다시 번역했습니다. 오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너그러이 양해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