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고양이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시

by 스프링버드




고양이가

식품 선반

꼭대기로


오른 것처럼

우선 오른

앞발을


조심스럽게

그리고 뒷발을

내려놓았다


화분

흙구덩이에


시인은 농담을 하고 있다. 자기 시가 딱 이 꼴이라면서 웃는다.

고양이가 식품 선반을 조심스럽고도 가볍게 올라가서는 맨꼭대기에서 시인을 내려다봤다.

그 자리는 정상, 저장 식품들을 차곡차곡 채워놓은 곳, 그래서 고양이는 세상을 차지한 냥 든든하다.

그 세상은 사람 눈에는 별것 없지만 고양이는 자부심이 가득하고 그래서 도도하다.

(시에서 식품 선반으로 옮긴 건 '팬트리'라고 부르는 저장 식품 보관 선반이다.)

시인은 고양이를 흉내 내어 아주 조심스럽게 발을 내려놓는데 하필이면 빈 화분일 건 뭔가.

그것도 화분 속 흙구덩이.


고양이는 올라갔고,

시인은 내려갔다.

고양이는 든든한 식품 저장실을 차지했고,

시인은 빈 구덩이만 차지했다.


내 시가 고양이보다 못하다고 시인은 웃는다.

읽는 나도 웃고 만다.

내가 하는 많은 일들도 딱 이 꼴이구나 하면서 시인 말에 맞장구를 치게 된다.

시인은 자기 시를 가지고, 나는 지난날의 수많은 삽질들을 떠올리며, 같이 웃을 수밖에.


이렇게 웃으며 시인은 또 시를 쓰고

따라 웃으며 나는 또 내 하루를 산다.


어떤 화가분께서 말씀하셨다.

"그림 열 장 그려서 한 장이라도 건지면 성공한 거예요."

그럼 시인은 시 열 편을 써서 한 편이라도 건지면 성공이고,

나는 열흘을 살아서 하루라도 괜찮게 살았다면 성공이겠다.



Poem


As the cat

climbed over

the top of


the jamcloset

first the right

forefoot


carefully

then the hind

stepped down


into the pit of

the empty

flowerpot



* 커버 그림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원본 삽화로, 작가는 존 테니얼입니다.

* 민음사에서 출판된 영한대역 시집 <꽃의 연약함이 공간을 관통한다>, 2021년판에서 발췌한 시입니다. 정은귀 번역자의 번역이 아닌 제 언어로 다시 번역했습니다. 오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너그러이 양해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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