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뉴스거리
이 사람, 얼굴은
마치 뭉개진 붉은 오렌지인 듯
갑자기
시선을 끌더니
고개를 들고 소리친다
전쟁이다! 전쟁이다!
두툼하고, 해진 외투를
움켜쥐면서
모자 쪼가리
낡아빠진 구두
전쟁이다! 전쟁이다!
겁을 내며 비척댄다
젊은 남자들에게
총개머리판으로
자신을 밀치는 그들에게
나자빠진다 ―
시대의 하단부에 적힌
주석 하나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의 시들은 대체로 무겁다. 시집에는 온통 사람들이 불편해할 시만 있다.
안 그래도 살기 팍팍한데 이렇게 무겁고 어두운 시까지 읽어야 하는지.
솔직히, 읽고 싶지 않다.
하지만 힘든 마음을 따뜻하고 밝은 글과 말로 위로해가며 가끔은 이런 어두운 글도 읽어야 맞지, 라는 마음도 동시에 있다.
현실은 따뜻하고 밝지만은 않으니까.
마음이 좀 버틸만해지면, 험악한 현실도 용기를 내서 직시해야 조금이라도 사람노릇을 할 수 있으니까.
의무감이랄까, 부채의식이랄까…
여기, 전쟁이 났다고 외치는 여인이 있다. 그녀의 얼굴을 붉은 오렌지, 그것도 뭉개진 오렌지에 비유한 첫 연부터 끔찍하다.
시선을 돌리고 싶게 만드는 장면이다.
그녀의 낡아빠진 옷차림과 급박한 외침이 내 삶의 보호막을 날카롭게 뚫고 들어온다.
"전쟁이 났다!"
원문에서 'young men'으로 되어있는 부분은 '젊은 군인들'로 옮겨도 무방하겠지만 (다음 행에서 그들은 총개머리판으로 그녀를 밀치고 있으니까) 어쩐지 이 시가 단지 시위나 전쟁 상황만을 묘사하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든다.
시는 1935년에 발표된 시집 <때 이른 순교자>에 실려있는데, 이 즈음에는 큰 전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인은 왜 전쟁이라는 단어를 썼을까?
영화 <기생충>의 감독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요소들(이를테면 한국적 분위기에 인디언 놀이가 등장하는 파티 장면)을 함께 연결시키는 방식으로 연출함으로써, 장소와 시간을 초현실적으로 변질시켜 한 편의 부조리극을 만들었고, 그렇게 해서 현실의 어두운 면을 부각했다.
시인도 비유를 통해 이런 걸 의도했는지 모르겠다.
남자 대 여자
백인 대 유색인
시민권자 대 이민자
기득권자 대 약자
시인이 살았던(1883-1963) 시대, 미국의 가난한 중소도시, 유색인들과 이민자들 그리고 여자들이 절대적으로 사회의 밑바닥층을 구성했던 그 시대에, 여자는 그야말로 약자 중의 약자였을 것이다.
그런 여자 중 한 명이 낡아빠진 행색으로 고개를 들고 외치는 "전쟁이 났다!"는 외침은 곧 “그녀의 현실이 전쟁"이라는 고발 같이 들린다. 시에 대해서 문외한이지만 나는 시인의 뜻을 이렇게 이해하고 싶다.
어떨 땐 현실이 마치 전쟁 같이 느껴지곤 한다. 내 마음이 전쟁터라서일까?
(실제로 팔레스타인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과거 수천 년에 걸친 유대인들의 고달픈 역사를 고려하면 그들에게 좀 너그러워지고도 싶지만, 현재 이스라엘이 행하고 있는 폭력은 단연코 용서 안 될 경악스러운 범죄다.)
아무튼 전쟁 같은 내 마음부터 휴전을 하고 싶다.
상황이 어지럽고 복잡하고 힘들 때는 가장 간단한 원칙이 마음을 다스리기에 가장 효율적인데, <법구경> 제183 게송을 최근에 들어 알게 됐다:
일체의 악을 짓지 말고
일체의 선을 받들어 행하고
스스로 그 마음을 맑게 하라
이것이 모든 부처님들이 한결같이 말씀하시는 핵심 가르침이다.
종교를 떠나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황금률이다.
Item
This, with a face
like a mashed blood orange
that suddenly
would get eyes
and look up and scream
War! War!
clutching her
thick, rageed coat
A piece of hat
broken shoes
War! War!
strumbling for dread
at the young men
who with their gun-butts
shove her
sprawling ―
a note
at the foot of the page
* 시집 <꽃의 연약함이 공간을 관통한다>에서는 '항목'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시입니다.
* 민음사에서 출판된 영한대역 시집 <꽃의 연약함이 공간을 관통한다>, 2021년판에서 발췌한 시입니다. 정은귀 번역자의 번역이 아닌 제 언어로 다시 번역했습니다. 오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너그러이 양해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