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킥보드 시장에 대한 마케팅적인 시각
최근 학교에 전동 킥보드 업체인 'SWING'의 킥보드가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나도 가끔씩 기분 전환하고 싶을 때, 걸어 다니기 귀찮을 때 이용하곤 한다. 저번 주 정각 수업이었는데 55분에 일어난 바보 같은 나를 구원해 준 것 역시 킥보드였다.
확실히 최근 홍대, 강남 거리나 대학가에서 킥보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킥고잉, 스윙, 씽씽 등 마이크로 모빌리티 스타트업도 등장하고 있고, 미국에서 큰 히트를 친 거물 '라임'도 한국에 진입한다는 뉴스도 종종 보인다.
물론 가장 먼저 시장을 선점한 킥고잉이 현재까지는 가장 많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공유 킥보드가 운영되는 곳은 서울 일부밖에 없기에 시장의 판도를 감히 예측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시장을 활성화하고, 더 나아가 주도하기 위해서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써야 할까? 이에 대해 나름의 분석을 해보았다.
첫 번째, 바이럴(입소문) 마케팅
먼저 전동 킥보드는 바이럴 마케팅에 매우 최적화되어 있는 제품군이다. 학교와 도로 위를 달리는 킥보드는 그야말로 시선을 사로 잡기에 아주 충분하다. 현재 전동 킥보드는 아직까지는 낯선 대상이지만, 에어팟을 생각해보면 꽤나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콩나물 대가리'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던 에어팟도 '캐즘'의 시기를 극복하고 나니 이제는 무선 이어폰의 대명사가 되었고, 이제는 어엿한 애플의 효자 상품이 되었다.
이처럼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전동 킥보드를 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과 같은 구독 서비스처럼 초기 가입 기간 동안 무료 또는 할인 혜택을 줘서 가입자를 증가시킨다 던가, 야나두처럼 초기 진입 시 무료 쿠폰을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두 번째, 라이프 스타일 제시
또다시 등장한 그놈의 라이프 스타일이다. 무선 이어폰이 자연스러운 라이프 스타일이 되었고, 군부대에서 기가 지니가 군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되었듯이 전동 킥보드도 전 국민의 라이프 스타일에 스며드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현행법상 도로 위의 '사생아' 취급을 받는 전동 킥보드이기에 인프라 구축도 잘 되어 있지 않고, 토스처럼 전 국민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제품이다. 그렇기에 역시나 마케팅에서 늘 타깃이 되는 20~30대를 중심으로 타깃팅을 실시하면 어떨지 생각해보았다.
우선 대학교를 중심으로 프로모션 이벤트나 오프라인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은 어떨까? 개강 주간에 학교 내에 부스를 설치하고 안전 캠페인을 진행하며 쿠폰을 제공하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서포터스 활동도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 킥보드 업체의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는 식으로 서포터스를 간편하게 선발하고 (최근의 홍보대사, 서포터스 대외활동은 무슨 인턴 면접 보듯이 오버해서 선발하는 것 같다) 특정 기간 동안 무료로 이용권을 제공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또한, 대체로 서포터스들은 소위 '인싸'들이 많다. 킥보드를 타는 모습들을 대학 동기, 선후배들에게 보여주고, 같이 타보기도 하면 꽤 좋은 바이럴이 되어 '나도 한번 타볼까?'라는 생각을 갖게 하지 않을까?
아까 언급했듯이 킥보드는 곧 달리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낯설어 보여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킥보드를 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에어팟처럼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에 보편화될 것이라 생각한다.
세 번째, 따릉이 선배의 뒤를 따르자.
박원순 시장이 야심 차게 준비한 따릉이는 어느새 서울 시민의 꽤 괜찮은 '대체 교통수단'이 되었다. 따릉이로 출퇴근하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한강 주변 둔치나 공원에 가면 따릉이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물론, 공공기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따릉이는 인프라나 재정적인 측면에서 공유 킥보드와 비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따릉이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들 중 분명히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우선 따릉이는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표방했다. 이런 것은 웰빙 시대로 도약하고 있는 시점에서 SNS 업로드를 유도하기에 충분했다. 나는 건강한 삶을 살고 있고, 주말에는 한강 근처에서 따릉이도 타면서 기분 전환을 한다는 것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심리를 자극했다.
공유 킥보드를 탄다고 해서 살이 빠지진 않는다. 오히려 그렇게 저렴한 돈도 아니라 지갑의 돈이 나갈 뿐. 하지만 따릉이처럼 바이럴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의 인스타 업로드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를 공유 킥보드 업체들도 분명히 고민해봐야 한다. 그것이 신문물에 익숙한 얼리어 답터의 모습이든, 아니면 여가 시간을 색다르게 즐기는 현대인의 모습이든 말이다.
마지막, 전동 킥보드의 약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키자
전동 킥보드의 약점은 도로에서의 애매한 포지션이다. 가장 복잡한 교통체증을 자랑하는 서울의 도로에서 조그맣지만 빠른 킥보드는 많은 운전자들의 비난의 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동 킥보드가 꼭 필요한 곳도 있다. 평지가 많은 대학교라던가, 차가 없지만 도로가 많은 장소에서 전동 킥보드는 그 위력을 발휘한다.
이런 곳을 중점적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이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킥보드가 어느 정도 보편화되어 있는 경주에서 '킥보드 타고 가기 좋은 경주 관광 코스'라든지, 광복절에 '킥보드 타고 떠나는 서울 속 광복절 코스'라든지 어느 정도의 테마를 가진 콘텐츠로 공유 킥보드를 편하게 탈 수 있는 환경을 소개한다면 어떨까?
정리하며
지금의 공유 킥보드를 향한 시선들이 썩 좋지 않아 보인다. 특히 운전자들이나 거리의 보행자들에게 애매한 포지션의 공유 킥보드는 위협의 대상으로 보이곤 한다. 위에서는 어떻게 하면 공유 킥보드가 더 활성화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지만, 공유 킥보드 업체도 어떻게 하면 더 안전하고, 쾌적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