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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제힘 Jul 20. 2019

넷플릭스가 꺾였다

OTT 시장의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Winter is coming"


<왕좌의 게임>의 명대사이다. 스트리밍 서비스 출시 이후 가입자를 전 세계에서 끌어모으던 넷플릭스가 앉은 철왕좌의 자리를 위협하는 서비스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올해 2분기 넷플릭스는 270만 명이라는 주춤한 가입자 수 증가 추세를 보여줬고, 미국 내 가입자 수는 오히려 13만 명이 줄어들며 2011년 8월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현재' 콘텐츠 시장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1억 5000만 명이 넘는 가입자 수를 보유하며 OTT 시장(OTT :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넷플릭스'라는 말은 곧 구독 서비스의 고유 명사가 되었다.


넷플릭스가 1위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다양했다. 강력한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사용자 맞춤 추천 서비스, 사용자 선호도를 바탕으로 만든 강력한 오리지널 콘텐츠,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디바이스 간의 동기화 등. 소비자들은 영화 한 편을 볼 돈으로 자신의 취향에 딱 맞는 영상들을 마음껏 볼 수 있으니 넷플릭스를 사용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각종 언론사, 업계 내부에서 넷플릭스에게 위기가 닥치고 있다고 한다. 넷플릭스의 18년 말 장기 채무가 104억 달러(약 12조)에 달하며 현금 사정이 좋지 않은 것은 IT기업의 특징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었지만, 실제로 사용자 수가 감소한 것, 그리고 가입자 수 증가 폭이 감소한 것은 이례적이다. 

단물 빠진 넷플릭스에 질린 소비자들의 이탈

넷플릭스 관련 기사를 보면 "막상 가입하니 볼 게 별로 없더라."라는 댓글들이 생각보다 자주 보인다. 실제로 나도 넷플릭스를 사용해 본 적이 있었지만, 그렇게 볼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느낌이 든 적이 많다. 현재 넷플릭스는 '가입 후 1달간 무료 이용' 프로모션을 꽤 오래전부터 진행하고 있다. 나도 이 프로모션으로 넷플릭스에 가입했고, 유튜브에서 광고했던 '기묘한 이야기', '유병재의 블랙코미디', '블랙 미러' 등을 꽤 재밌게 봤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어느 정도 보고 난 후 다른 영화들을 보고 싶어서 검색해보면 없는 콘텐츠들이 대부분이었다. 


나 같은 경우 드라마보다는 영화나 일드, 한국 드라마 취향을 가지고 있었고, 넷플릭스는 이보다는 미드, 그리고 그들만의 '넷플릭스 감성'으로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래서 왓챠로 갈아탔고, 매우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 나처럼 넷플릭스에 대해 부정적인 사용자 경험을 가진 사용자들이 이렇게 '넷플릭스 감성'에 만족하지 못하고 좀 더 다양한 영화, 일반 콘텐츠를 찾아 이동하지 않았을까 싶다. 


왕좌를 차지하려는 공룡 기업들의 일격이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 내부만의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OTT 시장에 IT 업계의 강자들이 자체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당장 아마존의 경우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고, 애플(19년 9월), 월트 디즈니(19년 11월), 워너 미디어(20년) 등 넷플릭스에는 부족한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양질의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기업들이 서비스 공개를 앞두고 있다. 


특히 전 세계에 수억 대의 기기를 바탕으로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애플, 그리고 월트 디즈니의 서비스 출시는 넷플릭스에게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넷플릭스에서는 이런 공룡 기업들의 시장 합류가 시장 자체의 파이가 커질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하지만 말이다. 또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외한 넷플릭스의 빈 공간들을 채워주던 디즈니, HBO 등의 콘텐츠 공급 업체들이 서비스 출시를 모두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콘텐츠가 빠진다면 큰 출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가 왕좌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럼, 넷플릭스가 이러한 다양한 내외부적 위협에서도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감히 그 방향을 예측해 보았다. 


첫 번째로, 오리지널 콘텐츠의 강화이다. 

콘텐츠로 흥한 자는, 결국 콘텐츠로 살아남는다. 넷플릭스가 강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은 구독 서비스 개념을 제시한 것도 있었지만 특유의 오리지널 콘텐츠 덕분이었다. 한국만 해도 <킹덤>, <블랙코미디>, <옥자> 등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들을 사용자에게 제시했고, '4 FLIX'와 같은 넷플릭스 커뮤니티 등 전 세계의 사용자들로부터 강력한 팬덤을 형성했다. 이런 팬덤을 더욱더 강화시켜 사용자들이 이탈하지 못하게 막고, 동시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로 새로운 사용자들을 유입시켜야 할 것이다. 


<킹덤>으로 덩달아 인기를 얻은 한국의 '갓'

특히 <킹덤>과 같은 그 지역 특유의 문화를 잘 반영한 지역 기반 콘텐츠를 중심으로 콘텐츠 제작에 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해야 할 것이다. 심지어 한국 배경의, 한국어가 전부였던 <킹덤>은 한국보다도 해외에서 훨씬 더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오리지널 콘텐츠가 아닌 영상들은 결국 IP 등의 문제로 인해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오리지널 콘텐츠가 답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넷플릭스'다운 콘텐츠의 생산이다.

첫 번째와 똑같은 말이 아니냐 싶겠지만, 넷플릭스는 기존의 영상 업계가 가진 고정관념을 완벽히 격파하며 넷플릭스 다운 콘텐츠를 생산했었다.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진정한 '유비쿼터스' 서비스를 제공하며 부쉈고, 비록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영화가 일방향 중심의 콘텐츠라는 고정관념을 <블랙 미러 : 밴더스 내치>라는 작품을 통해 완전히 바꿔놓았다. 


? 둘 다 나쁜 거 아닌가?

넷플릭스는 혁신의 대명사이다. 혁신적인 콘텐츠로 흥했으니, 혁신적인 콘텐츠로 사용자들에게 보답해야 할 것이다. <밴더스 내치>는 인터렉티브 콘텐츠로써 유튜브, 인스타그램에서 인플루언서들의 해시태그, 게시물에 등장하며 비록 잠깐이었지만 유행을 탔던 것처럼,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하는 혁신적인 동영상 콘텐츠, 그리고 서비스를 제공해서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트렌드 세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아마 VR, AR과 같은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개념의 영상들이 그 답이 되지 않을까?


글을 마치며

콘텐츠 시장에 '겨울이 오고 있다.' OTT 시장 버전의 춘추전국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과연 넷플릭스는 그 왕좌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아니면 애플, 디즈니 등이 넷플릭스를 꺾고 새로운 왕으로 군림할 수 있을까? 결국 답은 그들 자신에게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자는 그저 좋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재밌고 시청할 가치가 있는 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찾아 이리저리 이동할 뿐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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