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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제힘 Sep 25. 2018

디자인 없는 디자인, <무인양품 - MUJI>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무인양품, 무지(MUJI)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어떤 사람들은 벽걸이 CD플레이어를 생각할 것이고, 필기구 또는 소파를 생각할 수도 있다. 


무인양품 벽걸이형 CD 플레이어(출처 : 무인양품 홈페이지)


하지만 진짜 무인양품의 뜻대로라면, 무지라고 했을 때 벽걸이형 CD플레이어가 생각나면 안 된다.


또 혹자는 무인양품이 미니멀리즘의 집결체라고 한다. 하지만 무인양품의 진짜 뜻은 다음과 같다.



"무인양품(無印良品) : 상표가 없는 좋은 물건"


무인양품 어디 매장을 가든 찾아 볼 수 있는 무지의 세 가지 원칙이 있다.

1. 소재의 선택
2. 공정의 점검
3. 포장의 간략화


즉, '군더더기 없는 합리적인 공정을 통해 생산한 간결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무지의 원칙이다.

사실 무인양품은 1980년대 설립 되었고, 위와 같은 원칙을 준수하며 값싸고 좋은 브랜드라는 인식을 대체로 받으며 꾸준히 성장했었다. 하지만 중국, 동남아 등에서 값싼 브랜드들이 계속 등장하고, 단기 급성장의 휴유증에 빠지면서 회사는 정체되었다. 


그 시기 2001년 디자인계의 거장 '하라켄야'가 등장하며 ‘공(empty)의 철학’을 내세우게 된다.

텅 빈 그릇과 같이, 단순하면서도 여백이 있는 브랜드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받아들이자는 것을 회사의 모토로 내걸게 된 것이다. 그 모토는 다음 사진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당시 사람들에게 많은 충격을 주었던 하라켄야의 무인양품 캠페인 포스터 <지평선>

무인양품의 공(空)은 없다, 헛되다 라는 뜻이라기 보다는 비워둔다는 것, 그렇기에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사람들을 담아낸 다는 뜻을 담고 있다.


브랜드의 시대이다. 물론 플랫디자인으로 대표되는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윈도우 10 디자인, 애플 UI 등 미니멀리즘도 등장한지 시간이 꽤 되었지만, 여전히 브랜드가 넘쳐나고, 화려하고 장식이 가득한 상품, 광고의 홍수가 몰아치는 시대이다. 


이에 가세해서 AI, 4차산업혁명, 드론 등 신기술도 계속 등장하고 있고, 사람들은 넘치는 상품, 브랜드, 그리고 너무나도 빠른 진보적 기술 속도에 지쳐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는 언제나 무인양품이 있다. 무인양품은 군더더기 없는, 간결하지만 충분한 브랜드로서 이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따라서 지쳐 있는 사람들이 언제나 무인양품에 돌아와서 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브랜드 철학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무인양품의 디자인 철학 덕분인지는 몰라도, 무인양품은 초창기 40개의 제품을 다루었지만 이제는 7,000여개의 제품군을 다루고 있고, 전 세계 700여개의 점포를 두고 있다. 또 중국 선전에는 무인양품의 제품, 공간디자인, 그리고 철학을 집대성한 
무지호텔(MUJI HOTEL)이 만들어졌을 정도라고 한다. 


중국 선전에 위치한 무인양품 호텔(MUJI HOTEL)

사실 무인양품의 디자인 철학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는 것은 건방져 보일 수도 있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디자인 철학 덕분에 사람들, 특히 나는 무인양품을 많이 좋아하는 듯하다. 


세상을 갈수록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고, 사람들은 그 속도에 뒤쳐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트렌드 또한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고, 이것은 기술 또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는 안티(Anti) - 트랜더, 혹은 빠른 속도에 지친 사람들을 편히 쉬게 해주는 "이것으로 충분하다" 라고 말해주는 무인양품이 있다. 


텅 비어있는, 그렇기에 많은 사람을 담을 수 있는 빈 그릇 같은 무인양품의 디자인철학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대학생이 보고 들은 솔직한 브랜드 이야기, 다음은 애플로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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