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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흰 Apr 19. 2021

100일 글쓰기

001 내가 글을 쓰는 이유

Day 1.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오늘부터 100일 글쓰기 챌린지를 시작하기로 했다. 최근 나에게 많은 일들이 겹치면서 글쓰기의 중요성 혹은 필요성을 다시금 느꼈기 때문이다. 간략히 나에 대해 말하자면, 나는 현재 휴직 중인 교사이고 이제 겨우 3년 차 새내기 교사이다. 우울증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치료한지는 3년이 되지 않았고 한 달 전 자살시도 후 지금은 집에서 말 그대로 요양 중이다. 우울증과 관련해서 이를 극복하고 상처를 드러내기 위해 꽤나 오랫동안 글을 썼고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었다. 다만 글을 쓰는 텀이 너무 길어 생각을 미처 정리하기도 전에 나에게 어려움이 많이 발생해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금 나의 과거를 정리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100일 동안 글을 쓰기로 했다.


주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나의 과거와 내가 좋아하는 것들-영화, 뮤지컬, 음악 등이 될 것 같다. 나는 어떤 문화를 접하든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는 않을 거라 생각된다. 여기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란 영화 속에 나타난 주인공과 나의 공통점을 어떻게든 찾아 엮어낸다는 뜻이다. 참 신기하게도 어떤 영화를 보던 주인공과 내가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성격이나 경험 등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은가 싶다. 오늘은 100일 글쓰기 챌린지의 첫 번째 날이므로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이 챌린지를 시작하게 된 이유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사실 나에게 글을 쓰는 일은 많이 어렵지 않다. 남편이 나를 '다작 왕'이라고 부를 만큼 필이 꽂힐 때면 하루에도 10편씩 쓸 수 있는 것이 글이다. 하지만 그 글은 내가 상처 받거나 힘들 때만 나오는 것이기에 지금까지 브런치나 블로그에 많은 글을 쓰지 못했다. 게다가 브런치와 블로그의 결도 너무나도 달라서, 둘 사이에서 나의 필체를 전환하는 것 역시 힘들었다. 브런치는 나에 대한 깊은 이야기, 남들에게는 쉽게 하지 못하지만 익명의 힘을 빌려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전했다면, 블로그는 정말 잡다하고 사소한 것까지도 쓸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다른 점은 소재라기보다는 필체이다. 브런치는 나의 무거운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좀 더 무겁고 진중한 필체를 사용하는 반면, 블로그는 가볍고 밝은 필체를 사용하고 있다. 이 차이에서 나는 어려움을 겪어 블로그를 쓸 때는 블로그만, 브런치를 쓸 때는 브런치만 쓰게 되었다. 사실 이것도 글을 많이 써보지 못한 사람의 변명이 되겠지만, 오늘부터는 필체를 자유자재로 바꿔가면서 쓸 수 있도록 많은 연습을 하고자 한다.


앞에 잡다한 이야기는 그만두고,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상처를 드러내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다. '글쓰기는 상처를 드러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고 나의 과거를 털어놓다 보면 찬찬히 나의 상처는 치유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의 공통점은 과거를 미처 청산하지 못한 사람들이고, 거기에 나도 속해있다.


학교에 제출할 진단서를 받기 위해서는 심리검사가 필요했는데, 그 결과는 정말 나 자신을 하나씩 까서 드러내 놓은, 날 것의 나 자신이었다. 과거의 일로 남을 원망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것이 나의 특징이었다. 사실 이 말에 대한 반박을 하고 싶은 것이, 나는 정말 오랫동안 나 자신을 혐오하면서 살았다. 나의 부모님이 나를 그렇게 가르쳤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10대 시절부터 부모님으로부터 나에 대한 나쁜 것들만 들으며 살았기 때문에 나는 나를 혐오할 수밖에 없었다. 나를 사랑하기는커녕, 나에 대한 조금의 애정도 없이 자라왔다. 하지만 나의 부모님은 나에게 모든 것을 해주었다고 생각하신다.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었고, 부족하지 않을 만큼의 용돈을 충분히 주었고, 남들 부럽지 않게 키웠다고 생각하신다. 여기서 나는 남을 원망하게 된다. 그들은 기억하지도 못하는 그 기억 속에서 나는 상처를 받아 여전히 나는 10대 시절의 나 자신에게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상담 치료를 하면서 나를 혐오하기보다는 남들을 원망하는 법을 배웠다. 나 자신에 대한 혐오가 더 심해지면 정말로 내가 이 세상에서 살아남을 것 같지 않아서 바닥에 있던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심리검사는 맡는 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틀린 말이기도 하다.


따라서 나는 글쓰기를 통해 나의 과거 속 상처 받은 그 순간을 떠올리며 나를 상처 준 상대방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이제 원망은 그만둘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들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그 상황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부모님은 나를 첫째 딸로 키우며 부족한 점이 많았고, 지금도 나에게 항상 미안하다고 하신다. 아팠던 동생에 밀려 항상 덜 관심을 줄 수밖에 없었던 그 상황을 나는 이해한다. "나 죽을 거야"라고 했을 때 "나 이제 수업에 들어가야 해"라고 했던 나의 예전 남자 친구를 이해한다. 그때 우리는 겨우 22살이었고 우리 둘 다 우울증이 있는 나를, 그리고 그 상황을 견디기엔 너무나도 어리고 경험도 없었다. 그는 오히려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과거의 그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이렇게 조금씩, 적어도 예전의 원망보다는 덜, 그 상황에 몰입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제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나는 오래 살지 못할 것 같아"라고 말하곤 했던 나 자신을 뒤로하고 이제는 살아보려고 한다.


정신과에서 상담 치료를 하고 구청 정신건강센터에서 자살예방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글쓰기 혹은 일기 쓰기를 권유받았다. 자살시도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인 지금, 나에게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  도움이   같다고 추천해주셨다. 그래서 일기 쓰기를 시작했는데, 도저히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필라테스와 공부를 조금 하고 있는 나의 너무나도 무료한 일상에 대해 적어야 할지, 아니면 떠오르는 모든 것들을 써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그래서 주제가 있는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었기에, 어떠한 새로운 주제가 필요했다. 그래서 이번 100 글쓰기는 나의 브런치북인 <나의 사적인 영화공간> <반 고흐에게 보내는 편지> 종합편이라고 생각하면   같다. <나의 사적인 영화공간>에서  내려갔던 사랑에 의해 상처 받았던 나의 과거들, 그리고 <반 고흐에게 보내는 편지> 통해 드러낸 나의 우울증 기록들, 모두를 합친 글이 이번 글이  것이라 생각된다.


브런치에서 글을 쓸 때 정말 어려운 것은, 바로 메인 사진을 고르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고 있는 이 상황을 사진으로 걸기로 했다. 어떤 곳에서, 어떤 시간에서 글을 썼는지 기억하고 기록하고 싶기 때문이다.


100일 글쓰기를 통해 내가 크게 성장하는 것도,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의 소원은 오직 살아남는 것이기 때문에, 글쓰기를 통해 나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고 그때의 나를 마주해 상처를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이것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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