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오늘은 월요일, 평일입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04시에 기상하는 것이 맞지만, 어쩐 일인지 알람이 울리지 않아 5시에 눈을 떴습니다.
아마 어제 밤에 핸드폰 알림 설정을 다 해제하는 바람에 벌어진 일일 겁니다.
여러 앱에서 보내는 알림들이 너무 시끄러워 조정한다는 것이 그만 알람 앱까지 조정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날이면 하루의 시작이 굉장히 찝찝합니다.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이미 벌어진 일인걸요.
11월은 단 한 번도 새벽 기상에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계획대로 잘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나름 기대했습니다. '이번 달은 완벽한 달을 만들 수 있겠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여지없이 이번 달도 '퍼펙트'하게 마무리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가 실패했으니까요.
기분이 언짢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오늘 하루를 포기하지는 않습니다.
저에게는 안 좋은 습관이 있었습니다.
무언가를 계획대로 잘 해오다가 한 번 삐끗하면 전체를 포기하거나 와르르 무너지는 경향이었습니다.
완벽함을 꿈꾸다가 그 완벽함이 깨져버리는 순간, 모든 의욕과 동기가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래서 무너질 때는 크게 무너졌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습니다.
두 가지 사실을 깨닫고 나서부터 완전히 삶의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첫째, 어차피 완벽한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더 나아지는 것입니다.
둘째, 실패하면 인정하고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무너진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이 두 가지를 받아들이면 오히려 마음 편하게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비록 체크리스트에 이빨 빠진 것처럼 하루가 보이는 것이 힘들고 불편할 수는 있어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만약 이빨 빠진 모습이 불편하다고 막 무너지면, 이제 겉잡을 수 없이 더 많은 이빨들이 빠지게 됩니다.
그것보다는 그냥 인정하고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그럼 다른 빈칸은 체크로 가득 채울 수 있습니다.
완벽함에 집착하지 않는 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완벽함을 받아들이지 못해 포기하고 무너지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려고 했던 그 마음을 다스리는 데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 《수학의 정석》을 정복하는 데 수도 없이 도전했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책의 앞부분은 새까맣게 풀어서 반복했지만, 어려운 내용이 시작되는 부분부터는 항상 깨끗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려운 부분이 나오면 포기했습니다.
다시 마음에 걸려 시작하면 예전에 포기했던 부분에서 또 포기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자존감은 무너지고 또 포기하고... 악순환의 반복이었습니다.
아마 《수학의 정석》을 제대로 해보겠다고 시도한 횟수는 수도 없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 장까지 풀어낸 적은 없습니다.
그렇게 저는 수포자의 길로 들어서고 말았습니다.
포기하고 다시 시도하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넘어진 지점을 반드시 딛고 극복해야 합니다.
또 포기할지언정 넘어진 지점에서 계속 넘어지면 안 됩니다.
한 발이라도 더 가서 넘어지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넘어진 지점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포기했다고 다시 첫 장부터 돌아가면 어려운 지점에서 똑같이 포기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포기한 그 지점에서 다시 시작해서 오히려 역으로 돌아오면 됩니다.
예를 들어, 오늘 같은 경우 04시 기상에 실패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그날 하루를 포기해버렸을 겁니다.
'아, 망했어. 오늘은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자.'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04시 기상에 실패한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거기서 시작합니다.
일어난 그 시간부터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하는 겁니다.
다만 04시에 일어나서 계획했던 일들이 있기 때문에 순서대로 하면 뒤의 일들이 다 밀리게 됩니다.
이럴 때는 일어난 시각에 해야 하는 일들부터 순서대로 하고, 남은 시간에 역순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원래대로라면 05시에는 독서하고 글 쓰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그 때 일어났습니다.
딱 필요한 기본적인 행동인 세수부터 하고 잠을 깨운 뒤 그냥 그 시간에 해야 하는 독서와 글쓰기부터 합니다.
시간이 남으면 앞으로 돌아가서 이부자리 정리, 명상, 아침 청소 등을 순서대로 하면 됩니다.
넘어진 지점을 극복해야 다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으로 돌아가면 또 넘어집니다. 넘어진 곳에서 시작하면 넘어간 수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실패를 유연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무너지지 않으려면 실패한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별것 아닌 생각이지만, 이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정말 많은 것들이 바뀐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실패한 지점에서 다시 시작했습니다.
04시가 아니라 05시에 일어났지만, 05시부터 시작했습니다.
11월은 완벽하지 않게 되었지만, 괜찮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하는 것이 포기하고 무너지는 것보다 낫습니다.
오늘 하루, 체크리스트에 빈칸이 하나 있어도 괜찮습니다.
나머지는 채워나가면 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