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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형 인간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나와 공명할 수 있는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by MPL

20년 전의 열풍

새벽 기상을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군대 시절부터였던 것 같은데, 어느덧 20년 이상이 지났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아침형 인간》이라는 책이 소개되면서 국내에 새벽 기상 열풍이 불었습니다.

991375.jpg 새벽기상 열풍을 일으켰던 <아침형 인간>

군 시절 이 책을 읽었고, 저도 이 책의 저자처럼 아침 시간을 잘 활용해 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군대에서는 어차피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밖에 없으니,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열풍과 자괴감

《아침형 인간》의 열풍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자괴감도 주었습니다.

숱하게 많은 사람들이 도전과 실패를 반복했습니다.

마치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하면 게으르고 성공할 수 없을 것 같은 인식이 생겼습니다.

'나는 왜 아침에 못 일어나지?'

'나는 왜 이렇게 의지가 약하지?'

실패할 때마다 스스로를 책망했습니다.


반작용의 시작

그래서 《저녁형 인간》이 나왔습니다.

꼭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위로받았습니다.

'나는 저녁형 인간이었구나.'

'내가 게으른 게 아니라 유형이 다른 거였어.'

아침형 인간이 좋으냐, 저녁형 인간이 좋으냐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어느 정도 결론이 모인 것 같습니다.


결론은 간단합니다

아침에 꼭 일찍 일어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일어나서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성공하고 못 일어나면 실패한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되었습니다.

솔직히 주변을 보세요.

아침에 일어나는 사람들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밤늦게까지 활동하는 사람 중에 더 많은 사회적 성공을 거둔 사람도 많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무 의미 없는 논쟁입니다.


중요한 것은 방향입니다

중요한 것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방향을 정하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새벽에 일찍 일어났는데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나 보고 게임만 한다면, 당연히 발전과 성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프로게이머가 아침에 일어나 목적을 가지고 게임을 한다면, 이는 훈련이 되어 성장과 발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크리에이터가 일어나서 더 나은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유튜브를 보고 콘텐츠를 기획한다면, 이는 당연히 더 나은 나를 위한 시간이 됩니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활용하느냐가 핵심입니다.


저는 그냥 저에게 맞아서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왜 새벽에 일어날까요?

성공하기 위해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물론 100% 틀린 말은 아닙니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서 일어나는 것은 맞습니다.

이렇게 하다 보면 조금 더 성공에 가까워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냥 제 개인적인 성향 때문입니다.

저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시끄럽고 정신없는 상황에 놓이면 에너지가 소진되고 많이 지칩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람들과 어울려서 해소하기보다는 혼자 조용한 곳에 있으면 스트레스가 풀립니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보다는 저 자신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런 저의 성향과 새벽은 너무 잘 맞아떨어집니다.

그래서 새벽에 일어납니다.


공명하는 시간

흔히 공명(共鳴) 현상이라고 우리는 부릅니다.

같은 주파수가 만나면 서로 영향을 주어 울림이 일어나는 것을 말합니다.

공명한다는 것은 나와 맞아떨어졌다는 뜻이 됩니다.

새벽이 그렇습니다.

저와 공명이 일어나는 시간대입니다. 훨씬 더 편안하고 안정감을 줍니다.

그게 좋아서 일찍 일어나는 것뿐입니다.

그냥 저라는 사람과 잘 맞아서입니다.


《아침형 인간》, 《미라클 모닝》 같은 책들을 꼼꼼히 읽어보면, 결국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은 방법일 뿐입니다. 더 나은 삶을 만나기 위해 아침 시간을 잘 활용했다는 것이지, 아침만이 답은 아닙니다.

본인의 생활에 맞추어 그 효과를 잘 만들어낸다면 미라클 애프터눈, 미라클 이브닝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러니 너무 아침 기상에 대한 강박을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후에 가장 집중이 잘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밤에 가장 창의적인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도 괜찮습니다.


제가 꿈꾸는 삶

저는 인간에게 가장 좋은 수면 패턴은 피곤하면 잠들었다가 알람 없이 자연스럽게 눈뜨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게 새벽일 수도 있고, 아침일 수도 있고, 오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삶을 누리기 위해 저는 새벽에 일어나는 겁니다.

역설적으로 들리시나요?

새벽에 일어나는 이유가 '알람 없이 자연스럽게 눈뜨는 삶'을 위해서라니.

하지만 그게 제 목표입니다.

언젠가는 출근도 없고, 시간에 쫓기지도 않고, 피곤하면 자고 자연스럽게 눈뜨는 삶.

그 삶을 미리 연습하고 있는 겁니다.

특히 주말 새벽이 그렇습니다.


나에게 맞는 시간을 찾으세요

아침형 인간이 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시간대를 찾으면 됩니다.

어느 시간에 가장 편안한가요?

어느 시간에 가장 집중이 잘되나요?

어느 시간에 가장 나다워지나요?

그 시간을 찾아서, 그 시간을 오직 나만을 위해 사용해 보세요.

그게 꼭 새벽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나와 공명할 수 있는 시간대가 있다면 그 시간이 나랑 가장 잘 맞는 때입니다.


20251118.jpg 20251118 오늘의 날씨 _ 오늘은 진짜 겨울같이 춥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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