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듣는 내 안의 목소리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수천 번, 어쩌면 수만 번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자기소개'입니다.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발표도 할 수 있고, 회의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누구이고 제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40대 중반이 되었지만, 여전히 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40년 넘게 함께 살아온 저인데 왜 자기소개가 어려울까요?
새벽에 일어나면 자연스럽게 제 안의 여러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낮에는 잘 들리지 않던 제 안의 이야기들이 새벽의 고요함을 틈타 들리기 시작합니다.
비난과 비판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반성과 후회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희망과 열정의 목소리도 들립니다.
그런 목소리들이 결국 제가 누구인지 대변하기 때문에, 저는 귀 기울여 듣는 편입니다.
피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듣습니다.
이 목소리들이 제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거의 유일한 단서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눈을 뜨고 리추얼을 실행하는 내내 제 자신을 비판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어제 왜 일을 그렇게 처리했어?"
"그 순간에 왜 좀 더 세련되게 말하지 못했지?"
마치 엄격한 상사가 이야기하듯이 저를 꾸짖고 있었습니다.
"왜 계획했던 일을 마무리하지 못했어?"
"의지력이 약해진 거 아냐?"
혼내는 목소리도 들렸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반성하고 다짐하게 됩니다.
'오늘은 어제처럼 하지 말자. 제대로 하자.'
칭찬과 긍정의 메시지가 들리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오늘은 그러하지 못합니다.
스스로를 칭찬할 만큼 어제가 대단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듭니다.
'나는 왜 항상 나를 혼내고 있을까?'
'왜 한 번도 내가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할까?'
하지만 그게 저입니다.
비판적이고, 완벽주의적이고, 스스로에게 엄격한 사람.
이것도 저를 알아가는 과정이겠죠?
이런 목소리들이 매일매일 쌓이다 보면, 그리고 하루하루의 셀프 피드백이 누적되다 보면, 제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보일까요?
더 나은 사람으로 스스로를 자신있게 소개할 수 있을 만큼 좋아질 수 있을까요?
"난 이런 사람이다"라고 그 누구에게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20년 동안 새벽에 일어나 제 안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여전히 저는 저를 잘 모릅니다.
하지만 그래도 계속 들을 겁니다.
비판의 목소리도, 후회의 목소리도 그리고 희망과 열의 목소리도.
왜냐하면 이 목소리들이 모여서 결국 '나'를 만들어가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완성되지 않은 나.
여전히 모르는 나.
매일 조금씩 변하는 나.
어쩌면 '나'라는 것은 완성되는 게 아니라 계속 만들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40대 중반에도 여전히 자기소개가 어려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누군가 묻는다면, 아직은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매일 새벽 제 안의 목소리를 들으며 알아가는 중입니다."
완벽한 자기소개는 아니지만 현재까지 가장 솔직한 자기소개입니다.
저는 여전히 저를 모릅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매일 새벽 저를 만나러 갑니다.
언젠가는 자신 있게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