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예측 오류가 알려주는 것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이유가 뭘까요? 의지가 약해서? 게을러서? 체력이 없어서?
아닙니다. 뇌과학적으로 명확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도파민 예측 오류(Dopamine Prediction Error)' 때문입니다.
조금 어렵게 들리지만, 사실은 간단합니다.
인간은 "기대한 것과 실제 결과 사이의 차이"에 따라 행동이 지속되거나 중단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기대했던 것보다 좋으면 → 양(+)의 오류 발생 → 도파민 급상승 → "또 하고 싶다!" → 계속 행동
기대했던 것보다 나쁘면 → 음(-)의 오류 발생 → 도파민 하락 → "다시는 하기 싫다" → 행동 중단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결국 "침대에서 나와서 하루를 시작했을 때 얻을 보상"에 대한 기대와 연결된 행동입니다. 여기서 보상이란 만족감, 성취감, 즐거움 등을 말합니다.
그런데 만약 반복적으로 "기대한 것보다 별로 좋지 않은 아침"을 경험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음의 예측 오류가 쌓입니다.
"일찍 일어나 봤자 별로야."
"피곤하기만 하네."
"기대했던 게 이게 아닌데..."
그러면 그 행동(일찍 일어나기)의 가치가 점점 낮게 학습됩니다.
뇌가 학습하는 겁니다. "일찍 일어나는 건 좋지 않아"라고요.
한 번 일찍 일어나 봤는데 기대만큼 좋지 않았습니다.
→ 다음 날 일어나기 더 힘듭니다.
→ 억지로 일어나도 역시 기대만큼 좋지 않습니다.
→ 그다음 날은 더더욱 일어나기 힘듭니다.
→ 결국 포기합니다.
"역시 나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야."
하지만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뇌의 작동 방식일 뿐입니다.
이 공식을 역으로 잘 이용하면 아침에 일어나기가 조금 더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방법은 세 가지입니다.
1. 기댓값을 낮춰야 합니다.
제가 계속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아침에 일어난다고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내일 당장 하루 일찍 일어났다고 인생이 바뀌지 않습니다.
이런 기대를 하면 실망만 커집니다.
오히려 안 하다가 갑자기 하면 피로감만 극심해지고 컨디션만 안 좋아질 뿐입니다.
당연히 육체적인 피로가 쌓이면 기분이 나빠집니다.
그러면 음의 예측 오류가 발생합니다.
"역시 일찍 일어나는 건 힘들기만 해."
그래서 기댓값을 낮춰야 합니다.
"오늘 일찍 일어나면 인생이 바뀔 거야!" (X)
"오늘 일찍 일어나면 조금 피곤하겠지만, 조용한 아침을 경험할 수 있겠네." (O)
2. 무조건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행동을 합니다.
처음 새벽 기상을 실천하는 분이라면, 너무 큰 기대 하지 마세요.
일어나서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행동을 쌓아나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일어나 보니까 기분이 좋네?"
"조금 더 해볼까?"
"내일도 해볼까?"
"일주일만 해볼까?"
"한 달 해볼까?"
이렇게 늘어나면서 결국 내가 벌어놓은 아침 시간이 쌓이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뭘 하면 좋을까요?
일어나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도 좋습니다.
커피를 마셔도 좋고, 산책을 해도 좋고, 명상을 해도 좋고, 책을 봐도 좋습니다.
그게 무엇이든 내가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무언가를 해야 합니다.
양의 예측 오류를 만들어야 합니다.
"일찍 일어나니까 기대했던 것보다 좋네!"
이 경험이 쌓이면 뇌가 학습합니다. "일찍 일어나는 건 좋은 거야"라고 느끼게 됩니다.
3. 장기적인 성취감을 만들 수 있는 행동을 추가합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기분 좋게 만든다고 쾌락이나 일시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면 오히려 더 기분이 좋아지지 않습니다.
짧은 기간에 도파민을 상승시키는 모든 것은 중독되기 쉽습니다.
게임, 담배, 술 등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나를 기분 좋게 만들고 즐겁게 만들지만, 장기적으로는 나를 더 망가뜨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단기간에 도파민을 끌어올리는 것이 아닌, 장기적으로 나를 기분 좋게 하는 일들을 쌓아야 합니다.
저는 이것을 '성취감'이라고 부릅니다.
금방 도파민을 끌어올리지는 않지만, 길게 보면 오랫동안 만족감이 느껴지는 것을 하면 됩니다.
예를 들면, 운동, 독서, 글쓰기, 공부, 명상, 악기 연습 등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하루아침에 원하는 수준이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결국 오랫동안 뿌듯함을 느끼게 해 줍니다.
이 두 가지를 함께 설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일어나자마자 : 좋아하는 음악, 따뜻한 커피 (즉각적 기분 좋음)
그다음 : 책 읽기, 운동, 글쓰기 (장기적 성취감)
이렇게 하면 단기적으로도 좋고, 장기적으로도 좋습니다.
양의 예측 오류가 계속 쌓입니다.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바뀔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 안 됩니다.
그런 일 없습니다.
대신 일어나서 내가 기분 좋아질 만한 행동을 하고, 장기적인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을 조금씩 쌓다 보면, 더 이상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지옥이 아닐 겁니다.
오히려 기대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정리하면,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이유 : → 음의 도파민 예측 오류가 쌓였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일어나기 쉬워지는 방법 : → 양의 도파민 예측 오류를 만들기
구체적 방법 :
기댓값을 낮추어야 합니다. (완벽한 아침을 기대하지 마세요)
즉각적으로 기분 좋아지는 일을 해야 합니다. (음악, 커피, 산책 등)
장기적으로 성취감을 주는 일을 추가합니다. (운동, 독서, 글쓰기 등)
의지력이 아니라 공식에 맞추어 뇌를 조금씩 속여 나가면 됩니다.
억지로 의지력을 쥐어 짜내서 버티는 것이 아니라 도파민 오류를 이용해 뇌를 학습시켜 나가는 과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