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을 정리하는 시간
참 신기하게도 새벽에 일어나면 무슨 생각이라도 떠오릅니다.
단 하루도 아무 생각이 없던 날이 없습니다.
일에 관한 생각. 건강에 관한 생각. 미래에 대한 고민. 아이들 걱정. 부모님 생각. 돈과 관련된 고민.
오늘의 일정과 약속. 어떤 사람에 대한 생각 등등.
참 다양한 생각과 고민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또 그런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끝도 없이 오만 생각들이 화수분처럼 생겨나는 것도 신기하긴 합니다.
어제도 생각했고, 오늘도 생각하고, 내일도 생각할 것들.
끝이 없습니다.
오늘 새벽에 눈을 뜨고 잠을 깨기 위해 욕실로 갔습니다.
양치를 하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주로 어떤 생각을 많이 하지?'
매일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는데, 정작 어떤 생각을 가장 많이 하는지는 잘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냥 떠오르는 대로, 밀려오는 대로 생각했을 뿐입니다.
이 질문을 가지고 책상에 앉아 고민해 봤습니다.
요즘 제가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들이 무엇일까.
일에 대한 생각
어떻게 해야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업무를 어떻게 풀어갈까.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누구와 협업해야 할까.
어떻게 결과를 만들어낼까.
미래에 대한 생각
한편으로는 어떻게 하면 지금 이 일을 안 하면서도 인생을 잘 살 수 있을까를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이 일을 언제까지 해야 할까.
언젠가는 그만둘 수 있을까.
그만두면 뭘 하고 살까.
경제적으로 괜찮을까.
참 이율배반적인 상황입니다.
일은 하기 싫고 어떻게든 떠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데, 그 일을 또 잘해서 성과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참 말도 안 되게 느껴집니다.
동시에 존재하는 두 마음
"이 일 그만하고 싶다."
"하지만 제대로 해야 한다."
"빨리 벗어나고 싶다."
"그래도 결과는 내야 한다."
"도망가고 싶다."
"하지만 책임은 져야 한다."
이런 생각을 붙잡고 있다 보니 또 다른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지?'
왜 일을 그만하고 싶으면서도 성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할까.
첫 번째 생각의 뿌리
일을 하면 성과를 내고 티가 나야 한다고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합니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배웠습니다.
"하는 일은 제대로 해야 한다."
"중간은 없다. 하려면 확실하게."
"성과를 내야 인정받는다."
이런 생각들이 몸에 배어 있습니다.
두 번째 생각의 뿌리
그런데 지금 이 일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입니다.
제가 선택한 일이 아닙니다.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떠나고 싶습니다.
충돌
평소 제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생각이 충돌하면서 벌어지는 내 안의 혼란.
그것이 이렇게 표현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긴 합니다.
이런 혼란한 상황들이 지금 제가 일을 하는 데 마음의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리는 결정적인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회의 시간에 집중이 안 됩니다. 하기 싫다는 생각과 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동시에 떠오릅니다.
업무를 시작할 때 망설여집니다. 이걸 왜 하나 싶으면서도, 해야 한다면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주저합니다. 어차피 그만둘 건데 왜 신경 쓰나 싶으면서도, 지금은 책임자니까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분열되어 있으니, 행동도 분열됩니다.
그래서 새벽이 필요합니다. 얽혀있는 구조를 아침 시간을 이용해서 하나씩 풀어냅니다.
저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문제를 하나씩 하나씩 벗겨냅니다.
오늘 아침처럼
거울을 보다가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주로 어떤 생각을 많이 하지?"
생각해 봅니다.
"일과 미래구나."
더 깊이 파고듭니다.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발견합니다.
"아, 두 가지 생각이 충돌하고 있구나."
이해합니다.
"그래서 혼란스러웠구나."
이렇게 하나씩 풀어냅니다. 매일 조금씩.
새벽에 떠오르는 생각들은 사실 혼란입니다. 정리되지 않은 채로 마구 쏟아집니다.
하지만 그 혼란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패턴이 보입니다.
오늘 발견한 것
저는 일과 미래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합니다.
일을 그만하고 싶으면서도 성과를 내고 싶어 합니다.
이 모순은 두 가지 신념의 충돌입니다.
이 충돌이 제 행동을 흔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조금 명확해집니다.
아, 내가 지금 이런 상태구나.
아, 그래서 이렇게 힘들었구나.
아직 답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일을 그만해야 할지, 계속해야 할지. 성과를 내야 할지, 적당히 해야 할지.
하지만 괜찮습니다.
적어도 무엇이 저를 혼란스럽게 하는지는 알았으니까요.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것보다, 보이는 적과 싸우는 게 낫습니다.
새벽은 이런 시간입니다.
화수분처럼 쏟아지는 생각들을 마주하는 시간.
혼란스러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
얽혀있는 실타래를 하나씩 푸는 시간.
답을 찾는 시간이 아니라, 질문을 발견하는 시간.
오늘도 저는 새벽에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제가 왜 혼란스러운지.
일단 답은 못 찾았지만 왜 마음이 혼란스러운지 알았으니 이제 하나씩 답을 찾아가는 생각을 또 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