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나 자신을 설득한다는 것

by 라즈베리맛젤리


중동 승무원이 된 평범한 ‘나’라는 사람







#퇴직서를 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다.



그렇게 그만두고 들어갈 거라는 말을 남긴 채, 엄마와의 통화를 마무리 지었다.

한 번도 엄마에게 그만두겠다고 한 적이 없었는데, 이 날은 꽤나 결심이 섰었다.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용기가 이렇게 나올 거란 상상은 전혀 못했다.

그 순간 나에게는 건강이 너무나도 중요해졌던 모양이었다.



룸메이트가 방문을 두들겼다. 운듯한 내 눈을 보고는 물었다.

“울었어?”


룸메이트에게 숨기고 싶지 않았다.

“응, 나 그만두려고”


룸메이트는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괜찮다며, 비행 몇 번 하면 다시 또 잊어버릴 거라고 우선 다시 생각해보라며 다독였다.

하지만 내 마음속의 큰 결심은 이미 결정되었었다.



퇴사 종이가 없던 나는 룸메이트에게 퇴사 종이를 빌려달라고 했다.

회사에서 몇 장을 가져다가 책상 서랍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룸메이트의 퇴사 종이..

2장 받아서는 혼자 방에서 만지작거렸다.

한 번도 이 퇴사 종이를 가지러 회사에 가본 적이 없었다.

아마 나는 룸메이트의 퇴사 종이를 갚기 위해, 다음 비행 후에

회사에 들려 몇 장 더 챙겨 올 생각이었다.

그렇게 나는 퇴사 이유에 무엇을 적어야 할지 처음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퇴사를 결심 한 날 이후, 1주일 동안 깊이 생각할 시간을 갖기로 했다.

정말로 이 퇴사 종이를 가지고 회사로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서.

왜냐하면 나는 정말로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정말로 후회 없는 선택이 되려면, 끊임없이 이게 맞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변하지 않는 마음이 필요했다.


그렇게 나는 1 주일 내내, 밤에는 잠도 안 자고 생각했다.

매일 밤마다, 일기장을 뒤적였다.

일기에는 내가 가서 하고 싶은 일과 가서 후회할 수 있는 점들

그리고 후회하지 않을 점들을 차례대로 적었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최대한 이성적으로 생각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리고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한번 적어보았다.

그리고 그 최악을 견딜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머릿속 시물레이션을 해보았다.

'응, 견딜 수 있을 것 같아!'

어디서 나온 용기인 건지, 뭐든 견딜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동안 비행하면서도,

넌 언제까지 비행할 거냐는 다른 동료들의 질문에도 난 한 번도 정확한 시점을 이야기해본 적이 없었다.

'그만두긴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야' 이것이 나의 대답이었다.

차마 놓을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았기에..



절대로 놓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놓아야만 한다고 생각하니

나는 더욱더 신중해야만 했다.



그렇게 나는 사직서를 내는 것보다도 더 힘든.

사직서를 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나 자신을 설득시키는 일을 하고 있었다.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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