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찾았다, 내 인생이 재미없었던 이유

다 아는데, 나만 몰랐던 것들

by 라즈베리맛젤리






나는 한 번도 내가 우유부단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가 먹고 싶은 메뉴보다는 다른 사람의 취향을 그저 따라갔고, 어딘가를 가고 싶다가도 다른 사람이 다른 곳을 가자고 하면 그곳으로 따라갔다. 별거 아닌 듯, 나에겐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딱히 그렇게 먹고 싶지도, 가고 싶지도 않았던 거니까..라고 치부해버리곤 했다.


하지만 이러한 희미해지는 취향들이, 내 인생을 점점 더 재미없어지게 만들고 있다는것

눈치채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왜 재미가 없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정말로 답을 몰랐었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모르는 게 있다니...'

이 나이쯤 되었을 때는, 인생의 많은 것을 깨닫고 느끼며 모든 것을 알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30대가 되었다고 아는 것이 더 많아지는 건 아니였다.

그렇게 나는 이유도 모른채, 6개월이라는 시간을 흘려보냈다. 여전히 나는 잘 살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합리화를 시키고 싶었지만, 여전히 재미없고 하루하루 살아가기 급급한 내 일상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러다 코로나로 인해서 나는 3개월간의 긴 무급휴가를 가게 되었다. 무급휴가 동안 나는 합가 한 친 오빠네 집에서 지냈다. 한마디로 나는 우리 부모님과 새언니, 친오빠 그리고 갖 태어난 지 6개월 된, 조카와 함께 살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코로나로 인해서 내 생활은 자연스럽게 육아로 이어졌다. 혼자 사는 게 익숙했던 나에게는 굉장히 독특한 경험이었다.



냉동식품에 익숙해져 있던 나와는 달리, 친오빠는 고기를 사서 직접 부위별로 해체작업을 해서는 냉동고에 보관해놓았고. 가족들이 그날그날 먹고 싶어 하는 요리를 해주었다. 나와 같은 피를 가졌다고 생각했던 오빠는 나와는 참 다르게 살고 있었다.

회사를 다녀와서 피곤할 텐데, 바로 가족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일상이 당연해보였다.(저녁식사는 오빠가 담당하고있다.) 신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요리를 하기 위해서, 유튜브로 항상 요리 관련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었다. 오빠의 본업은 요리가 아닌데.. 꽤나 열심히 공부하는 게 신기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는 바빠도 항상 작은 것들까지도 본인의 취향과 입맛에 맞게 살고 있었다. 그리고 오빠뿐만이 아니라 다들 이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이렇게 나는 우리 가족이 살아가는 삶을 통해서, 풀지 못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적나라하게 깨달아 버렸다. 아주 작은 행동을 통한 성취들 혹은 취향들.. 정말로 간단한 것들이었다. 혼자 살았던 삶이 길어서라는 핑계를 대 보지만, 사실 다른 친구들은 꽤나 잘 실천하는 삶을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는게 함정이었다.


나는 그동안 바쁘고 귀찮다는 이유로, 얼마나 편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었다. 요리는 재미없으니까 시도해보지도 않았으며, 내가 모르는 문제는 내가 몰라도 된다는 생각으로 풀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알고 이해하는 것들로만 나의 세계를 꾸미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사실을 깨달은 나는 굉장히 부끄럽고 초라하기까지 했다. 인생 다 산 것처럼, 우울해했던 나 자신이 놓치고 살았던 것이, 이러한 작은 성취 혹은 취향들이었다니..



항상 혼자 있는 것이 익숙했던 나는, 나에게 잘 보일 수 있는 실천은 게을러져만 갔다. 혼자 먹는 밥은 대충 차려먹게 되었고, 아무도 보지 않는다는 이유로 방안에서의 나는 굉장히 게을러졌다. 그렇게 나의 세계는 작아졌던 모양이다. 이러한 인생의 당연한 원리를 지금 깨달았다는 사실에, 나 자신에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무슨 낙으로 살아온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니..



그래서 요즘은 아주 작은 행동에도 성취감을 느끼며,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취향에 대해서 생각하기도 한다.


이러한 내 모습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