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이런, 재수가 없으려니까

회사에서는 나만 미워하는 것 같았다

by 라즈베리맛젤리


중동 승무원이 된 평범한 ‘나’라는 사람







#이런, 재수가 없으려니까


이렇게 회사에 만족이 생겨갈 때쯤, 내 동기들은 한두 명씩 진급이 되기 시작했다.

비즈니스 & 퍼스트 클래스의 트레이닝이 시작된 것이다.

나만 빼고.


이럴 수가. 알고 보니 내가 7개월 차에 받아놓은 'Warning Letter'라는 것이 내 발목을 떡 하니 잡았다.

이 경고장은 1년 동안이나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나는 이 경고장이 효력이 없어질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그리고 경고장의 효력이 사라진다 한들, 언제 다시 진급이 될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나의진급은 누락되었다.맙소사..



물론 다른 항공사에 비해서 진급이 빠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당시 회사는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급격하게 몸집이 커지고 있는 중이었기에,

진급이 되지못한건 너무 슬펐다..

괜찮은 척했지만, 나의 스케줄은 눈에 띄게 나빠지기 시작했다.

승무원들은 한 달의 스케줄을 얼마나 잘 받느냐에 따라서 그 한 달의 기분이 다르다.

사실 나는 그전부터 스케줄이 좋았던 편은 아니었지만, 정말로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로 많은 턴어라운드 비행을 받게 되었다. '이럴 수가. 무슨 낙으로 살지?'



그리고 동기들과 만나 비행 후기로 가득찼던 이야기들도 서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동기들의 주제는, 비즈니스 클래스에 관련한 재미난 이야기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의 비행 후기는 똑같았다.

'나는 또 갤리를 했으며 이제 막 날기 시작한 주니어들을 데리고

최악의 비행이 되지 않기 위해서 아등바등하다 보니 랜딩 했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다.

우선 첫 번째로 우리 항공사에서 '갤리'라는 포지션은 부엌에 있는 모든 일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항공사는 시니어들만 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상황이 다르다. 우리 회사의 갤리 일은 정말로 많다.


그리고 많은 이코노미 클래스의 시니어들은 이미 비즈니스 클래스의 주니어로 올라간 상태.

한마디로 나처럼 진급이 누락되어 여전히 이코노미 클래스에 남아있는

몇몇의 시니어들이 이코노미 클래스에서 매일같이 갤리를 하고 있었다.


때문에 허리가 너무 아팠다.. 매일 무거운 것을 들고 정리하는 갤리일.



비즈니스로 올라간 내 동기들은 앞쪽은 일이 정말로 편하다고,

허리 아플 일이 전혀 없다고 했다.

흠..들어도 소용없는 일..

내일 비행에서도 나는 갤리를 할터.,

커튼 너머로 가보지 못한 비즈니스 클래스를 동기들의 입을통해 전해 들을 뿐이었다.


'하.. 갤리 일은 어떻게든 할 수 있겠는데, 스케줄이라도 좀 어떻게 안될까.'

이러한 생각으로 나는 한 달 한 달을 넘어질 듯 말 듯 버티고 있었다.


인생에 재수가 없으려면 이렇게 없는 걸까?



우리 회사에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부사장이 한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우리 회사의 모든 승무원들이 지상직의 일을 경험하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때 우리 회사는 막 따끈따근하고도 럭셔리한 공항을 만든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그러나 남의 일인 양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듯이, 비행을 하면서 크류들과 가십거리처럼 이 일에 대해서 말하며 하하호호 웃고 넘겼다.

이 프로젝트는 정말로 진행되었다. 어느덧 3개월째였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나만 아니면 되지..!'

그리고 다음 달 스케줄 나오는 날, 스케줄을 확인했더니 나는 비행이 없었다.

출퇴근을 하는 지상직 업무가 가지런하게 내 스케줄에 진열되어있었다.

그 많은 동기들 중에서 나만.



'아니.. 왜?..'



어이없다는 말을 현실에서 실감했던 이 순간.

확인하자마자 컴퓨터를 힘 없이 닫아버리고는 침대에 누워서는 천장을 노려봤다.



'...왜,나야...?...'



너무 어이가 없어서인지, 허탈한 감탄사만 연발했다.

" 만년 이코노미 클래스로 일하고 있고, 어쩜 턴으로만 가득한 스케줄만 주더니

이젠, 나보고 알지도 못하는 지상직 업무를 30일 동안이나 하라고.... ?....."




그나마 유럽 비행을 통해서 콧바람을 쐬고 있던 나를.. 강제적으로 못 날게 하다니.

재수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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