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최악을 경험하니, 다른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당연한것들이 당연하지 않게되었을때,
중동 승무원이 된 평범한 ‘나’라는 사람
#사람은 적응의 동물
사실 지상직을 해보는 게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만약, 내가 좋은 인프라가 있는 곳에 살고 있다면.
하지만 이곳에서 오피스잡처럼, 출퇴근을 한다는 것은 정말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것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지상직 일이라니..
출근 첫날, 그렇게 나는 아무런 정보도 없이 회사 픽업 버스에 올라탔다.
우리 회사 버스에 탔던 그 누구의 얼굴도 웃고 있지 않았다.
모두가 반강제적으로 날지 못하게 되었으니. 다들 입이 뾰로통 나와 있었다.
뚱한 표정을 지은 열댓 명의 크류들은 버스에서 내려서는 어디로 갈지 몰라 공항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인솔자가 입이 댓 발 나온 우리를 알아봤다. 그에게서 간단한 설명을 듣고는 삼삼오오 조를 만들어 헤어졌다.
‘그래, 지상직 업무를 배워보는 것도 의미 있을 거야......’
자기 합리화로 하염없이 공항을 걷고 있을 때쯤. 우리의 업무가 주어졌다.
'비즈니스 클래스 라운지 앞에서 손님맞이.'
말인가 방귀인가. 실화인가.
정말로 점심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은 그저 하염없이 서있거나 라운지를 지키거나 라운지 바를 치우는 일을 했다.
그나마 라운지 바를 치우는 일은 바빠서 시간이 금방 가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라운지 앞에서의 손님맞이는 정말로 말 그대로 서 있기만 했다.
회사는 왜 이런 수고스러움을 만들어 일을 벌이는 걸까.
계속 이해 못할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화내면 뭐하니. 그냥 해보던가 아니면 그만두던가 하자.’
그렇게 나는 해보기로 결정했다.
어쨋든 부사장이 모든 크류들에게 이 일을 경험시키겠다고 했으니.
빨리 경험한다 생각할 뿐이었다. 이때 내 인생의 대부분의 긍정적 에너지를 썼던 것 같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다. 나는 어느새 2주 차에 접어들었다.
나름 노하우도 요령도 늘었다.
그리고 지상직 친구들과의 몰랐던 서로의 이야기로 나름 꽤 재미있었다.
이 날은 퍼스트 클래스 체크인 카운터 앞에서 손님맞이하는 포지션이었다.
우리는 또 하염없이 손님들을 기다렸다.
가끔씩 나타나는 비즈니스,퍼스트클래스 손님들도 조금은 우리를 부담스러워하는 듯 보였다.
이유는, 몇 안 되는 손님들을 볼 때마다 크류들이 해맑은 표정으로 다가가서는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사람인데 얼마나 말할 사람이 필요했겠는가..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그때는 너무 심심해서 어쩔 수 없었다.
최악을 겪으면 그 어떤 게 불평이 쌓이랴.
나는 저번 달까지 받았던 수많은 턴어라운드 비행들이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회사의 빅 픽처인가?’ 꼬인 생각들도 가끔 들긴 했지만,
정말로 아무 턴어라운드라도 비행이 너무 하고 싶었다.
때마침 창문 너머로 항공기 한 대가 도착하는 걸 보았다.
‘나도 비행 하고싶다....'
어느덧 4주차가 될 무렵
그 사이에 나는 다음 달 스케줄도 받았다. 수많은 턴어라운드와 몇 개의 레이오버 비행.
상관없었다.
지금은 비행기에 그저 타고 싶을 뿐!
한달을 무사히 마치고, 내가 다시 비행기에 오르던 그 첫날.
함께 있던 모든 크류들에게 내가 얼마나 행복감을 느끼는지 자랑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해 못하는 눈치였다.
이 비행기는 인도 턴어라운드 비행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2개월이 더 흘렀을까?
부사장이 내세웠던 지상직 프로젝트는 모든 크류들이 채 해보지도 못한채..막을 내렸다...하하
나는 정말 선택받은 사람이었나보다...하며 위로했다.
이때의 일은, 나중에 룸메이트와 맥주 한잔을 하며 이야기하는 안줏거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