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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서 Feb 27. 2024

이제 집에 돌아왔구나.

Ed sheeran _ Supermarket Flowers



이제 집에 돌아왔구나 _ You're home


언젠가도 쓴 적이 있는데 저는 호불호에 대한 질문 중에서 '가장'이란 수식어가 붙으면 무척 망설이는 편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책, 가장 좋아하는 영화, 가장 좋아하는 음식.. 등등. 요즘엔 '인생 **'라는 표현을 쓰더군요. 제 경우엔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대상이 단 한 가지의 이유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서 고르는 게 어렵습니다. 결정을 위해 지나치게 많은 것들을 생각해서 우유부단하기도 한 제 성향을 들킬까봐 이런 질문을 싫어하는지도 모르겠어요. 특정 사물에 대한 선호도는 나이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니 이 질문에 가장 쉽게 대답하는 방법은 지금 현재 가장 좋은 것을 말하면 되는데 누가 이런 질문을 하면 저는 순식간에 제 인생 전체를 소환하거든요. 네, 아주 총체적 난국형 인간입니다.


그래서 저는 특정 가수가 좋다고 말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노래를 잘 하는 가수도 한두 곡의 노래만 좋고 다른 건 취향에 맞지 않을 때가 많거든요. 하지만 제가 망설임 없이 이름을 대며 이 가수가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몇 명 있습니다. 그중 한 사람이 에드 쉬런입니다.  그리고 이 곡은 그의 노래 중에서 제가 가장 많은 들은 노래기도 합니다.


광역 밴쿠버에는 꽃만 파는 꽃집이 흔하지 않습니다. 그런 꽃집에 가면 꽃을 취향껏 고르거나 예쁘게 포장을 할 수도 있지만 당연히 비쌉니다. 그래서 대개는 코슷코, 세이브 언 푸드, 세이프웨이 같은 대형 수퍼마켓이나 드물게 있는 동네의 작은 그로서리 스토아에서 삽니다. 이런 꽃들은 벌크로 들여온 후 이미 꽃다발로 포장해  놓은 소위 '기성품'이기 때문에 전문 꽃집보다는 훨씬 쌉니다. 그리고 그로서리 쇼핑을 갔다가 '로메인' 상추 한 다발 사듯 집어올 수 있어서 접근성도 좋지요.


이민 온 직후에 처음으로 수퍼마켓 플라워를 봤을 때, 다소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지만 '촌스럽다'라는 생각을 했어요.(촌스러운 게 바로 친환경적이라는 걸 인식하지 못하고 습관적인 단어로 쓸 때라... ) 한국의 꽃집이나 예쁘게 만들어 주는 꽃다발에 익숙했던 저에게 색깔이나 꽃의 종류가 모두 다른 꽃다발이 제 취향으론 그리 조화로워 보이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마음에 드는 꽃다발을 고르기가 참 어려웠는데 체념 반 적응 반으로 익숙해질 무렵부터 점점 더 예쁘고 다양한 꽃다발도 나오고 지금은 코슷코에만 가도 같은 색깔의 장미나 튤립으로 묶여져 있는 꽃다발도 있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꽃이 사고 싶을 땐 '수퍼마켓 플라워'를 삽니다. 집 근처에 꽃집이 없기도 하지만 장 보러 갔다가 문득 마음이 끌려서 한 다발 살때나 집안에 꽃을 들이지 평소에 일부러 꽃을 사러 가진 않으니까요. 사실은 언젠가 일이주에 한번씩 나를 위해 꽃다발을 사자고 마음 먹은적도 있는데, 꽃을 꽂아두면 기분이 좋아지는 감성과 집에 있는 바이올렛 화분과 비교하며 금세 시들어서 소모성 품목이라고 생각하는 이성이 자꾸 부딪쳐서 결국엔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딸아이가 제 정체성에 대해서 '평생 문과인줄 알고 산 이과'라고 놀린 적이 있는데 그래서 그럴까요? 꽃 한다발을 그냥 못사고 효용성을 따지니 말입니다. 저는 꽃다발은 선물로 받는 게 제일 좋습니다.


이 노래의 제목이기도 하고 가사의 첫 줄에 나오는 Supermarket Flowers.

구체적인 꽃 이름은 아니더라도 그냥 '화병에 꽂혀있던 꽃들' 정도로 표현해도 되는데 굳이 왜 '수퍼마켓 플라워'라고 했는지 궁금하실까봐 덧붙이다보니 설명이 길어졌습니다. 하긴 꽃 이름으로 가사를 쓸 순 없었겠어요. 수퍼마켓 플라워는 대개 여러 가지의 꽃이 섞여있으니까요. 제 생각대로라면 소박하고 평범한 일상을 표현하는 은유로 썼을수도 있겠군요.


2017년 발매된 Divide 라는 앨범에 들어있는 이 노래는, 앨범 작업을 하는 동안 많이 아프셨던 외할머니가 막바지 작업을 할 즈음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즉석에서 기타로 만들었다는 아야기도 있는데 시간적으로 그게 가능했을까 싶어서 어쩌면 위독하실 때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며 작업을 시작했을 수도 있단 생각이 듭니다.


그는 이 노래를 할머니를 추모하고 가족들의 추억을 위해서 만든 것이라며 발매 예정인 앨범에는 넣지 않으려고 했는데 아버지의 요청으로 장례식에서 불렸고, 이 노래를 들은 할아버지께서 추억의 의미로라도 꼭 발표를 해야 한다고 해서 뒤늦게 앨범에 넣었다고 합니다. 또한 2013년에 알츠하이머로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를 기리며 조부모님의 사랑에 대한 노래를 만들어서 Afire Love란 곡명으로 2014년에 발표한 적이 있는 걸 보면 조부모님으로부터 꽤 많은 예술적 영감을 받은 것 같아요. 이 두 노래의 가사만으로도 그의 가족들 사이의 따뜻한 사랑과 신에 대한 믿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가사의 배경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병실을 정리하는 모습으로 시작하는데 가사 속의 화자는 에드 쉬런이 아니라 할머니의 딸인 그의 엄마(Imogen Sheeran)의 시점에서 쓴 것입니다. 부연하자면 가사 속에 나오는 '매튜'는 에드의 형이고, '존'은 아버지입니다. 영상 속의 사진도 모두 가족들인 것 같아요.


마지막 부분의 가사 몇 줄에 다시 떠올려봅니다.

Spread your wings and I know

That when God took you back he said

Hallelujah, You're home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가세요. 전 알아요.

하느님이 당신을 맞아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죠.

할렐루야, 네가 돌아왔구나.


종교적인 성향을 떠나서, 사랑하는 사람이 다시는 볼 수 없고 내가 알 수도 없는 곳으로 떠났을 때, 거기 신이 있어서 그동안 사느라 애썼는데 이제 집에 돌아왔으니 편히 쉬라며 반갑게 맞아줄거란 상상을 하면 상실감이나 슬픔이 훨씬 덜어질 것 같거든요. 우연하게도 이 글을 쓰기 전날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었어요. (아, 정확하게 오디오북을 들었습니다. 요즘 제가 입을 스웨터를 뜨고 있거든요. 네, 여전히 뜨개질할 땐 오디오북입니다.^^ ) 얼핏 별로 연관성이 없는 것 같지만, 벌을 받아 인간이 된 후 가난한 신발 수선공으로 지내며 하느님이 숙제로 내주신 인간의 비밀 세 가지를 깨닫고 다시 천사로 돌아가는 미하일(원래는 대천사장 미카엘)이 떠올랐어요. 다시 생각해 보니 이 노래의 가사 속에도 미하일의 깨달음이 있습니다.


사람은 자신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몰라서 -죽음을 예측할 수 없어서- 어리석은 행동을 할 때도 있지만, 사람의 마음속에는 타인을 향한 측은지심이 있고, 그런 마음으로 서로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그리고, 이 노래를 들면서 죽음이 모든 것의 끝이나 두려움이 아니라 삶이라는 문장을 완성하는 마침표라는 생각도 새삼 다시 했습니다.


수퍼마켓 플라워는 아니고 지난 생일에 선물로 받은 꽃, 예쁘죠?^^

가사 해석


I took the supermarket flowers

from the windowsill

I threw the day old tea from the cup

Packed up the photo album

Matthew had made

Memories of a life that's been loved

Took the 'get well soon' cards and

suffed animals

Poured the old ginger beer down the sink

Dad always told me,

'Don't you cry when you're down'

But mum, there's a tear every time that I blink


창가에 놓여있는 수퍼마켓에서 산 꽃을 치웠어요.

어제 마시다 남긴 차를 버리고

매튜가 만들었던 사랑받았던 날들의 추억이 담긴

사진첩도 쌌어요.

사람들이 완쾌를 바라며 보냈던

카드와 인형들을 치우고

오래된 생강 음료도 개수대에 버렸어요.

아빠는 항상 말씀하셨죠.

슬플 때도 울지 말라고.

하지만 엄마, 눈물이 멈추지 않는걸요.


Oh I'm in pieces, it's tearing me up

but I know

A heart that's broke is a heart

that's been loved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파요.

하지만 전 알아요

마음이 아픈 건 사랑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So I'll sing Hallelujah

You were an angel in the shape of my mum

When I fell down

you'd be there holding me up

Spread your wings as you go

And when God takes you back

he'll say Hallelujah

You're home


그래서 저는 할렐루야~라고 노래 부를래요.

당신은 내 엄마의 모습을 한 천사였어요.

내가 넘어질 때마다 당신은 늘 내 손을 잡아 일으켜 주셨죠.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가세요

하느님이 당신을 데려가시며 이렇게 말씀하실 거예요.

할렐루야, 네가 돌아오는구나.


Fluffed the pillows made the beds,

stacked the chairs up

Folded your nightgowns neatly in a case

John says he'd drive

then put his hand on my cheek

And wiped a tear from the side of my face


침대 정리를 하고 의자를 가지런히 쌓아놓고

엄마가 입던 잠옷을 곱게 접어서 박스에 넣었어요.

존은 운전을 하면서도 한 손으론

제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었어요.


I hope that I see the world

as you did 'cause I know

A life with love is a life that's been lived


저는 엄마가 하셨던 것처럼

세상을 보며 살아가고 싶어요. 왜냐하면

당신의 인생은 사랑이 있는 삶이었다는 걸 아니까요.

So I'll sing Hallelujah

You were an angel in the shape of my mum

When I fell down

you'd be there holding me up

Spread your wings as you go

And when God takes you back

he'll say Hallelujah

You're home


그래서 저는 할렐루야~라고 노래할 거예요.

당신은 엄마의 모습을 한 천사였어요.

제가 무너질 때마다 당신은 내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주셨죠.

당신의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가세요.

하느님이 당신을 데려가실 때

이렇게 말씀하실 거예요.

할렐루야, 네가 돌아오는구나.


Hallelujah

You were an angel in the shape of my mum

You got to see the person I have become

Spread your wings and I know

That when God took you back

he said Hallelujah

You're home


할렐루야

당신은 엄마의 모습을 한 천사였어요.

엄마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다 보셨으니 걱정말고

날깨를 활짝 펴고 날아가세요.  

나는 알아요.

하느님이 당신을 맞아주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죠.

할렐루야, 이제 집에 돌아왔구나.



Music Video _ Ed Sheeran _ Supermarket Flowers


워낙 유명한 곡이라 이미 아시겠지만 노래는 처한 상황이나 함께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니까 새로운 마음으로 들어보세요. 그리고 영상도 꼭 보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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