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ER HARBOUR@Victoria BC
진짜 석고상인가 싶었던 플라스터 맨(plaster man). 숨도 안 쉬는 것 같았다. 그는 단지 가만히 서 있을 뿐인데 바라보는 사람들은 예외 없이 즐거워하며 미소 짓는다. 꽤 덥고 햇살도 쨍해서 그나마 흰색이라 다행이라 생각할 때, 우리를 앞서 가던 꼬마가 계속 쳐다본다. 아이는 웃지 않는다. 농담의 실체를 모를 때는 누구나 알고 있는 진실을 대할 때보다 더 진지해진다.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걸어가면서도 고개까지 돌리며 계속 바라보던 아이가 엄마에게 뭐라 속삭인다. 엄마는 짐짓 웃음을 참는 표정으로 아이의 등을 살짝 민다. 아이는 조심스레 다가가 그의 손을 살짝 만진다.
깜짝 놀랐지? ㅎ
그의 움직임에 꺄악~ 소리를 지르며 큰 소리로 웃던 아이는 그의 품에 안겨서 마냥 즐겁다. 어린 소년의 웃는 모습이 어찌나 예쁜지 엄마의 허락을 받고 나도 사진을 찍는다. 미세한 얼굴 근육의 움직임이나 피부색의 변화를 볼 순 없지만 플라스터 맨의 다정함이 아이의 웃음과 어우러진다..
작은 항구를 끼고 이어지는 이 길(harbour causeway)은 그리 길진 않지만 버스킹과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들, 즉석에서 그림을 그려주거나 자신의 작품을 파는 거리의 화가들, 장신구 종류를 만들어 파는 원주민들이 모여있어서 다양한 즐거움을 준다.
바로 길 건너에 있는 '브리티시 콜롬비아주 의사당(BC Parliament Bildings, 1897)'의 고혹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1897년에 완공된 이 건물은 BC주의 주도가 '빅토리아'라는 것을 알려줌과 동시에 일반 관광객도 건물 안을 둘러볼 수 있다. 그리고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화려한 '에프터눈 하이티'를 즐길 수 있는 엠프레스 호텔(Fairmont Empress Hotel)의 부드럽지만 단호한 표정과 깔끔하게 정박해 있는 요트 사이에서,
소박하고 꿋꿋하게
자신만의 삶의 꼴을 지켜가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