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SBS 스페셜 <아이 낳을까 말까>를 다 보고 나서 한숨을 푹 쉬며 남편에게 말했다.
“낳을까 말까 고민하는 척 하더니. 결국은 낳으라는 거네.”
혹시나 우리같이 맞벌이면서 아이 없이 살기로 약속한 부부들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반가운 마음에 TV를 켰던 게 화근이었다. 안 그래도 월요일 출근을 앞두고 마음이 뒤숭숭한 일요일 밤, 그냥 잠이나 일찍 잘 걸. 남편하고 다시 한 번 육아에 대해 깊게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그것만으로도 값지다 위로했지만 다시금 이방인이 된 듯 한 기분은 쉽게 떨쳐지지 않았다. 육아에 우리 인생을 잠식하지 않고 온전히 우리 둘의 자아로 세상을 살아보겠다는 부부, 정녕 그대들은 우리뿐인가요 아님 우리 이야기는 쉽게 외면 당해도 좋을 뿐 인건가요?
2018년 예상되는 출산율이 1명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런 세상에서 아이없이 살기로 한 30대 부부의 이야기가 뭐 그리 유별나겠는가. 출산율 0명 시대에 우리는 결코 특별한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의 선택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어쩐지 주변의 시선은 싸늘하다. 대면하는 지인이 미혼이든 기혼이든 우리 이야기에 동조해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이를 낳지 않을 거면 애초에 결혼은 왜 했느냐. 차라리 연애만 하지.’ 라는 말은 그나마 배려해 말한 거란 생각이 들 지경이다. 결혼을 안 했다면 매번 긴장하며 모셔야 하는 시부모님도 없었을 테고, 자유로운 연애를 할 수 있었을 테고, 다른 기회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왜 했냐는 말이겠지 뭐. 그렇지만 우리의 선택을 시시비비 재단하려 드는 사람들을 매번 상대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 어느 샌가 우리는 우리의 선택에 대해서 굳이 이유를 설명하려들지 않았다. 공감은커녕 말도 꺼내기 힘든 타자라고 생각하니 곧 외로움이 밀려왔다.
그도 그럴 것이 출산율은 0명대일지라도 기혼여성의 합계 출산율은 2.23명이다. 이 수치도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다고 하니 결혼은 곧 출산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결혼한 부부치고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결심한 부부는 우리 두 사람이 유일하다.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위안이나 공감을 얻고 싶어서 열심히 딩크부부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 ‘나섰다.’ 아이를 낳을까 말까 고민하는 시대를 취재했다는 프로그램은 딩크 부부에 대한 이야기는 아예 담아내지도 않음으로서 하나의 선택지를 배제해버렸고, 서점에 최근에 나온 딩크 부부 관련 서적은 ‘비자발적인’ 딩크 부부의 이야기였다. 처음부터 아이 가지기를 원치 않는 부부의 생각이나 생활은 좀처럼 보고 듣는 게 힘들었다. 정말 우리는 사람들의 관심 밖의 영역에 사람들인 걸까? 그렇다기엔 기혼자 커뮤니티에 매일 빼먹지 않고 올라오는 딩크를 선택할 것인지에 관한 고민, 딩크 부부로서 진정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구심, 딩크 부부는 어떻게 관계를 유지시키며 어떤 유대감을 느끼는 지에 관한 호기심이 적지 않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 내가 한 번 써보기로 했다. 우리가 사는 모습과 그리는 미래를. 그리고 우리 일상을 단단히 받치고 있는 가치와 생각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