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멋대로 음악 미식기 1 : 정우<JUVENILE>
https://youtu.be/9jF5UhkBRRI?si=9q2rRxTlt3kDHPfU
오랜 시간 정우 1집과 ep들을 즐겨들었지만 유독 정규 2집에는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기존의 정우 곡들을 찾으며 몽글함과 맑음을 기대했던 나에겐 전혀 다른 공기를 담은 듯한 앨범 커버부터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다. 여러 생각들로 고민이 많아진 최근에서야 다시 접하게 된 이 앨범이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클라우드 쿠쿠 랜드라는 거대한 몽상과 현실 사이에서 삐뚤빼뚤 살아가는 나 자신이 이어폰을 통해 귀에 흘러들어왔다.
juvenile은 소년을 지칭하는 라틴어이다. 정확히 말하면 청소년 정도의 젊은이들을 부르는 단어이다.
어른과 어린이 사이.
아직은 어린이에 가깝지만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지긋이 어깨를 누르는 나이.
의젓한 듯 보이는 주위의 어깨들을 보며 나만 이런건가하는 혼란에 한껏 위축되는 나이.
juvenile의 가사는 마치 거칠게 쓰인 타인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기분이 든다.
그런 부분이 되려 혼란스러운 우리들 머릿속을 문장으로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늙기 싫고요 아프기도 싫어요 노력 없이 좋은 추억 만들고 싶어요
책임 없는 헛된 꿈은 그저 철없는 아이의 망상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남들에게 차마 꺼내지 못한 유약한 소망을 가슴에 품는 것마저 돌을 던진다면 버거운 현실 속에서 우리가 기대 쉴 수 있는 곳이 있긴 할까.
신난 듯 빠르게 흘러가던 노래가 갑자기 느려지기도 하고 다시 힘 있게 진행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타인의 혼란이 더 잘 느껴진다. 원래 혼란스러운 머릿속은 방향을 잃고 멋대로 튀어 다니는 법이니까.
타인도 불행하다는 사실이 나의 불행을 덮어주진 않는다. 그렇지만 때로는 '남들도 다 이렇게 애쓰며 사는구나.'하는 뻔한 사실이 구덩이에 빠져 지나치게 심각해져버린 나를 꺼내주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 트랙 속 가감 없이 담백하게 혼란스러워하는 정우의 모습이 나의 불안을 어루만져준다. 내가 겪는 혼돈이 내 잘못이 아니라는 위로와 어쩌면 그렇게 심각할 것도 없다는 안심을 타인의 혼란에서 얻는다.
지금보다 조금 더 어릴 적에는 사람들에게 나의 멋지고 당당한 모습만 보이려 애쓰기도 했다. 그러나 그 시간들이 되려 나를 돌봐주지 못하는 경험을 하며 솔직하게 본인의 혼란을 꺼내 보이는 사람들이 정말 용기 있고 자신을 사랑하는 일을 잘 해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손바닥 뒤집히듯 생각이 바뀌고 누군가를 시샘하지만, 노력할 의지는 너무도 쉬이 꺾이는 나의 못난 모습들.
이 모습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끝내 나를 사랑하는 길로 이끌어줄 거란 희망을 이 노래를 통해 얻는다.
"엄마, 있잖아."
"응?"
"나 사실 혼자 사는 게 버겁기도 해."
"왜? 돈 때문에?"
"아니, 그것보다 사실 나는 아직 나 자신을 온전히 책임질 능력이 없는데 엄마 아빠 돈으로 서울 한복판에 집을 구해 살고 있다는 게, 그리고 그 고마움과 소중한 내 젊은 날을 침대 밑에 뭉개고선 게으르게 누워만 있다는 게. 나를 그 방에서 못 나가게 해. 내 주변 사람들이 대신 지탱해주고 있는 내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보여서 겁이 나. 그저 누워서 그것들 대신 죄책감과 자기혐오를 느끼는 비겁한 방법이 아직은 더 편해."
엄마라면 뭐라고 답했을까.
평소 어렵지 않게 엄마와 고민을 나누는 편이지만 지금은 그러기 쉽지 않다.
결국 이 고민을 털어놓는 게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말 같아 상상 속 대화에서 그치고 만다.
아마 나를 위로해 주겠지.
아직 그렇게 많지 않은 내 나이를, 그간 살아온 시간보다 더 많이 남았으리라 추측되는 그 시간들을 잘살면 될 거라고 나를 다독여주겠지.
엄마는 알까?
내가 하는 말과 행동 중 꽤 많은 것들이 실은 나의 나태와 죄책감을 덮으려 그런 것들이라는 걸.
그 사실을 인정할 때마다 내 마음에선 무언가 뒤틀리는 소리가 나는 듯하다.
내가 마치 고장 난 사람인 것 같아서.
어쩌면 내가 진짜 고장 난 사람이었다면 적어도 내가 나태한 사람이라는 죄책감은 벗을 수 있을까?
이런 못난 생각들을 할 시간에 몸을 일으키는 것이 백배는 낫다는 걸 알지만, 그냥 나 스스로를 바보 취급하는 게 당장의 몸이 편하니까 떠오르는 생각들을 머리맡에 뭉개둔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를 사랑하고 싶다.
이런 못난 나의 모습들이 실은 내 잘못이 아니었으면 좋겠고, 나도 남들처럼 당당하고 멋지게 살고 싶다.
노력하긴 싫다는 추악한 모순을 등 뒤에 숨기고서.
내가 진짜 나를 사랑할 수 있는 날이 올까?
내가 그날을 기다려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