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멋대로 음악 미식기 2 : 안희수<네 어둠은 내가 먹어치울게>
https://youtu.be/yVZ1ounlwUw?si=pjAzmXboLNMgBIPP
사랑은 어떤 색일까?
어떤 모양일까?
또, 어떤 향기일까?
사랑을 그저 좋아함의 정도가 큰 것으로 이해했던 시절이 있다. 그때의 난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안다고 착각하곤 했다.
'선분홍 빛 바탕에 폭신한 구름 빛깔이 군데군데 끼어있는 커다란 하트 방석 같을 거야.
라일락이 멋들어지게 핀 거리 옆 작은 빵집에서 달큰하게 몽블랑을 구워내는 향기가 날 거야.'
드라마나 영화 속 가슴 아프게 절절하다가도 결국 뜨겁고 아름답게 피어나는 모습들을 보고 그런 게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부끄러울 것도 없지만 살짝은 민망한 이야기를 하자면 20대 초반 나는 연애와 사랑을 같은 의미로 받아들인 적이 있다. 상대방이 너무 좋아서 내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들이, 그 사람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들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그 모든 순간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 여러 관계를 경험하며 내 상상 속 달큰한 향기의 방석은 서서히 옅어져 갔다.
시간이 갈수록 사랑은 정말 어렵다는 걸 조금씩 느낀다. 나 스스로도 사랑하기 힘든 세상이라 그런가?
타인을 사랑하기 위해선 나를 사랑하라는 말이 있다. 말은 쉬워 보이지만 어떤 이는 그걸 해내기 위해 평생을 애쓰며 살아간다. 그런 이를 위해 진심으로 건네는 위로의 말이 자칫 그 사람의 어두운 면을 부정하는 것으로 보일 지도 모른다.
결국 그것마저 나인데. 그런 짧은 위로로 나의 못난 부분을 나에게서 떨어트려 놓을 수는 없어.
왜 괜찮다고만 하지? 너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잖아? 나는 너의 생각만큼 좋은 사람이 아니야.
때로 어둠은 이것보다 훨씬 잔인한 방식으로 우리를 집어삼킨다.
불현듯 뭍에 올라왔다가도 어둠이 발목을 잡아끌어 다시금 깊이 빠지는 너에게.
밝게 웃다가도 혼자 남겨진 채 마주할 어둠이 엄두가 나지 않는 당신에게.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기다릴게 나는 너의 나약한 세계도 사랑해
안아줄게 절망 속에 헤엄치고 있는 너를
어둠에 빠진 사람에게 너의 나약함마저 괜찮으니 기다리고 안아주겠다는 말보다 더 큰 위로가 있을까.
그게 어느 곳이든 너를 감싸고 있는 모든 것이 너를 토닥여주길
내게 던져두고 가 아무 일도 없듯이 네 어둠은 내가 먹어치울게
이 노래는 힘들면 나에게 오라는 식의 진부한 위로를 하지 않는다.
그대가 어둠에 휩쓸려 한껏 흔들리다 돌아올 곳이 필요하면 그 순간에도 나는 여전히 여기에 있겠다고.
네가 너의 어둠을 받아내기 벅차다면 내가 먹어치울 테니 나한테 모두 던져두고 떠나도 좋다고.
지금껏 나는 소중한 이의 어둠을 보면 그걸 밝혀주는 등불이 되어주고 싶었다.
반면 이 노래는 어둠 속에서 외로이 덜덜 떠는 너를 묵묵히 감싸주는 이불이 되겠다 속삭인다.
함께하는 찰나의 순간을 빛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아닌 혼자 마주해야 하는 길고 짙은 어둠을 함께 하려는 사람.
아무 말 없이 안아주고 기꺼이 고통을 대신 감내해주는 사람.
그러다 언젠가 함께 맞을 아침 햇살을 위해 언제까지라도 곁에 있을 사람.
어떤 날은 울고 있는 널 봤지
그때 나는 네가 되고 싶었어
이 노래의 흐름을 한껏 따라오다 다시금 떠올려본다. 사랑의 색과 모양 그리고 향기를.
사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지금의 나는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했지만, 사랑하는 이의 바닥에서 같이 우리들만의 답을 찾는 순간을 간전히 그린다.
*
나 자신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어떻게 너는 나에게 사랑을 속삭이나요.
너는 나의 좋은 부분만 보고 있잖아요.
너는 내가 아닌 그 부분들을 사랑하는 거잖아요.
내 안에 있는 나만 아는 괴물을 너는 모르잖아요.
나의 못난 부분을 알게 된대도
너는 나에게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인가요.
네가 나에게 주는 사랑이 변하는 날에
나는 무너져버릴 거예요.
네가 사라지기라도 하면 전부 내 탓이 되고
끝내 나를 미워하고 말 거예요.
그래서 난 자꾸만 너에게 모질잖아요.
그런데 어째서 아직도 너는 나에게 사랑을 속삭이나요.
**
나 스스로에게만 줄 수 있는 사랑도,
타인이기에 줄 수 있는 사랑도 있을 거예요.
나도 아직 나를 사랑하지 못해요.
사랑은 원래 아프고 어려운 거래요.
얼마나 더 많이 아파야 나를 사랑할 수 있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아요.
어쩌면 꼭 환상적인 것들만 사랑이 아닐지 몰라요.
한눈에 반하고 영원을 약속하는 이야기 속 사랑 말고,
같이 아파하고 어여삐 여겨 손길을 내어주는 것도 사랑이 될 수 있을 거예요.
내가 여태껏 아껴주지 못한 나의 부분들을 안아줄 수 있는 건
내가 아닌 너일지 몰라요.
너도 믿지 못하는 너를 믿어줄 수 있는 건
네가 아닌 나일지 몰라요.
그러니 나는 용기 내어 나의 못난 부분을 드러내봐요.
너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 무척 부끄럽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너이기에 이런 모습을 보일 용기가 생겨요.
무엇보다 나는 나 자신을 무척 사랑하고 싶어요.
그 누구보다 나를 아껴주고 싶어요.
그리고 꼭 그렇게 해내리라 믿어요.
그렇기에 너도 꼭 그렇게 해내리라 믿는 나를 믿어줬으면 해요.
사랑해요.
추상적인 데다
많은 부담과 불확실한 약속이 서려 있는 문장이지만
너를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