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멋대로 음악 미식기 6 : 한로로<자처>
https://youtu.be/JyoltvsJ9Fw?si=8cSRtY9Vy-7_OJuw
누군가 묻지 않은 책임을 스스로 지는 것이 자처라고 한다면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회피하지 않겠다는 용기일까, 다른 선택지가 없어 마지못해 하게 된 처연한 순응일까.
주워야 하는 것, 놓쳐야 하는 것
안고만 싶은 것, 묻어버리고 싶은 것
선택할 수 없어요 그게 나예요
우리는 때로 책임에 필요한 용기만큼 포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놓치곤 한다.
차마 놓지 못해 손에 들린 것들을 내려놓기 위해선 되려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 용기가 슬프도록 가상해서 박수를 쳐주면서도
아직 용기가 서지 않아 스스로를 나무라는 이에게는
너의 탓이 아니라고 작은 손길을 내어주고 싶다.
손가락 걸었던 행복만 빌었던 그때의 것들을 뺏기고 있어요
많이 무섭고 벌써 그리워요 이런 내 울음도 가치가 있나요?
이별의 가장 아픈 부분은 소중했던 그 시간을 더 이상 온전히 아껴주기 힘들어지는 것 아닐까.
어떤 이유에서 우리는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지만 그 순간만큼은 한없이 사랑하고 행복했을 텐데.
그것들을 나에게서 빼앗은 게 설령 나라고 해도 그 사실이 아프지 않을 순 없다.
나는 나의 오늘을 자처했고
울기 쉬운 우리를 자처했고 또 살아가 사라져 가
그렇기에 그간 해내지 못한 것을 해내기 위한 용기를 내본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마침표를 찍지 못한 어제를 두고서 오늘을 살아내는 것.
너가 없는 오늘을 써내려 너와 함께한 어제와 멀어지는 것.
뒤돌아보지 마, 한참 남았잖아 지나간 빗물에 잠겨 있을 뿐야
나의 발밑은 맑을 줄 몰라서 당연하게 너를 떠올려야겠지만
행복했던 어제를 그리지 않고 너가 없는 오늘을 행복하게 써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직 한참을 더 너와의 시간에 젖은 채 머무를테지만 그럼에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살아야 한다.
나도 알아 오늘의 난 어제의 내가 될 수 없는 거야
먼지 묻은 너와의 기억 혀끝에 묻혀 영원히 발음할 수 있도록 도망쳐
추억도 후회도 갖는 건 모두 오늘의 나이기에 다시는 어제의 내가 될 수 없다.
멈춰버린 우리의 시간을 더 이상 건드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그 순간들로부터 멀어질 용기를 낸다.
그렇게 우리가 사랑했던 시간은 여전히 사랑스러운 채로 둘 수 있도록.
놓친 것들을 놓친 채로 오늘을 살 용기.
그 뒤편에 두고 온 너와의 행복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