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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링링 Sep 16. 2021

‘까짓 거 뭐 대충 하지.’가 안 통하는 이유

실력보다 더 중요한 것


 퇴사 후 처음 참여한 프로젝트는 한 달간 이모티콘 클래스를 들으며 상품화까지 하는 것이었다.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프로젝트로 교육 내용도 아주 유익하고 프로그램 구성도 알찼다. 중요한 것은 선발된 프로젝트 참가자 50명 중에 최종 30명의 작품만 선정해서 상품화 예산을 지원해준다는 것이다. ‘과연 내가 저 30명 안에 들 수 있을까?’ 생각보다 능력이 출중한 참가자가 많았던 터라 같이 수업을 듣고 작품을 만들면서 꽤 부담을 많이 느꼈다. 아니, 애초부터 ‘난 어떻게 이 50명 안에 뽑힌 거지?’하며 신기해했다.


 디자인, 일러스트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10년 가까이 해온 나는 거의 모든 것을 새롭게 배우는 입장이었다. 8월부터 시작한 프로젝트가 지난주로 끝이 나고 최종 결과물 제출을 앞두고 있었다. 멘탈이 센 나도 마지막 제출일자가 다가올수록 멘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벌써 관련 분야에서 오래 근무했거나, 다양한 경험들을 갖고 있었고 그들에 비하면 나는 아주 초보 중의 초보였으니.


 하지만 불안해하고 걱정만 한다고 해서 무언가 해결되지는 않으니, 겨우 멘탈을 부여잡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기로 했다. 모르는 건 물어보고, 찾아보면서. 그렇게 최종 결과물을 만들다가 중요한 한 가지를 깨달았다. 무언가를 할 때 ‘까짓 거 뭐 대충 하지’로 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 우리가 이런 마음을 갖는 이유는 대부분 앞으로 받을 상처에 미리 대비하기 위함이다. 그냥 귀찮아서 그런 건데 무슨 상처냐고? 진짜 진짜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안됐을 경우에 대한 자기 방어인 것이다. 결국 귀찮음을 가장한 두려움이 뒤에 숨어 있다. “이 정도 하고 내보지 뭐.” 하는 마음은 스스로 “그래 그 정도 했으니 떨어졌지, 뭐.”라며 합리화할 공간을 미리 마음에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점점 안 되는 방향으로 일을 하고 있게 된다. 안돼도 괜찮을 정도로.


 때로는 능력보다도 간절함, 곧 정성이 결과를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이번 프로젝트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생전 처음 해보는 마감에 잠도 설치고 제출 뒤에는 며칠 몸살로 고생도 했지만 후회나 미련이 없다. 이제 내일이면 결과가 나올 텐데,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최선을 다했으므로. (물론 떨어지면 슬프겠지. 흑흑) 최선을 다한 것은 ‘아 이거까지 해야 하나?’를 했는지 스스로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무언가를 이뤘을 때는 다 그만한 노력과 정성이 가득했었다. 결국 실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성이다. (물론 실력까지 겸비한다면 더욱 좋겠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 만든 결과물들 :-)


 일을 할 때, 공부를 할 때, 또는 사랑을 할 때 조차도 ‘까짓 거 대충 하지 뭐.’하는 마음은 좀 버려보면 어떨까. 물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최소한 내가 ‘이것만큼은 해내고 싶다.’ 하는 일 앞에서는 자존심도 두려움도 내려놓고, 한 번 제대로 몸을 던져보는 것이다.

무언가를 미친 듯이 해본 경험이 나중에 더 큰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힘을 키워준다.

“나 오늘 시험인데 어제 놀았잖아.(또는 술 마셨잖아.)” 하면서 자랑하듯 말하는 것이 결국은 내 안에 있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숨기는 일이라는 것, “에이 그렇게까지 할거 있어?” 라며 태평한 것처럼 말하는 것 또한 결국 나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요령 없이 미련하게 하라는 뜻이 아니다. 무언가 해야 할 것들 앞에서 귀찮음을 이기고, 두려움도 이기는 순간 진짜 나만의 승리가 찾아온다. 당신은 무슨 승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볼 것인가? 당신도 당연히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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