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아버지의 길
앞산 아랫목,
청무 몰래 뽑아 먹고 설레는 날
아빠, 무 쌔벼 먹었는데 좆나 맵더래
이 쌍놈의 새끼
술에 취해 폐광처럼 구겨져 있던 아버지는
때마침 벗던 구두 한 짝으로 내 얼굴을 후려쳤다
그대로 도망쳐 동네를 헤매던 밤길
이마가 파르스름한 달이 부끄러워 울고
어린 입맛을 ‘좆나’ 몰라주는 아비의 무식함이 미워 울고
금방이라도 석탄이 굴러 나올 것 같이 코를 고는
잠든 아버지의 까만 코 밑이 서러워 끅끅 또 울고
서른 해를 넘긴 추석
병원 옥상정원에서 아들의 담배를 뽑아 피우시며
이제는 달의 저쪽을 더듬으시는
당신의 시든 눈가에 걸린 잘 익은 달빛에도
아버지, 당신의 이마가 까매지셨다고
사라진 당신의 길들이 아들의 얼굴에 생겼다고
코가 억지로 붙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슬리퍼에 박힌
아버지의 오그라든 발을 보며
갑자기 좆나 매운 청무가 먹고 싶어 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