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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결락 Jan 19. 2021

불행

단상

불행





나는 인간의 모든 불행은 그들이 정확한 언어를 사용하지 않은 데서 비롯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정확하게 말하고 정확하게 행동함으로써 바르게 살기로 마음먹었지요. 따라서 나는 재앙과 희생자가 있다고 말할 뿐, 그 이상은 더 얘기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비록 나 자신이 재앙이 되는 일이 생기더라도 나는 그것에 동조하지 않을 겁니다. 차라리 나는 내가 죄 없는 살인자가 되길 바라지요.  별로 대단한 야심은 되지 못하지만요.

-카뮈 「페스트」 타루의 말 中


세상에 툭 던져놓는 마지막 말 한마디, 몹시 지루하군요. 의사 리외가 건네주는 물 한잔을 마시고 타루는 밤을 넘기지 못하고 죽다. 팽팽히 당겨져 있던 전선 한 줄이 툭 끊어지듯.


페스트와의 투쟁은 침묵이 되고 침묵은 할 말 없음, 정적이 되어 살아남은 자들의 언어를 잡아먹는다. 투쟁에는 대가가 따르고 따름에는 나 또는 누군가의 희생이 무기가 되어준다. 그게 자신이 아니었을 때에는 눈물보다 침묵이 일견 정직해 보이기도 다. 한 종지도 안 되는 눈물의 양 보다는 만 가지 말을 집어삼키는 캄캄한 혼돈이 우리를 멈춰 세울 때 오히려 각자의 나는 살아남은 이유를 곰곰이 짚어보게 된다.


“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가지고 있다.”

-톨스토이 「안나 카레리나」 中


당신 안전하시냐? 며 하루에 몇 번씩 안부를 묻는 안전문자 덕분에 내가 사는 세상은 조금 더 평등해졌다. 갈래갈래 구분되었던 세상의  언어들이  보이지 않는 모형 겨누며 최후의 1인이 아닌 최선의 1인이 되라고 한다. 럼에도 몇몇의 날 선 언어들은 모처럼의 평등을 못마땅해하며 모형의 윤곽선을 찢어발긴다. 용기가 아닌 봉기를 부추긴다. 아주 못됐다.


결과는 끝이 아닌 진행의 언저리다. 언어로 만들어 낸 생각이라는 혼합물에 최선의 결과가 있겠는가. 이럴 땐 침묵하는 것이다. 그래도 궁금하면 물어본다.


당신, 안전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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