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그대, 모든 헤맬 길
서러움도 마른 뒤엔
살구꽃 피는 동구洞口에서 만나리.
-박호민, 별 후別 後 전문
토함산 추령 너머 감포 가는 길
잡목림 우거진 산정에서 오줌을 누는데
구경 나온 안개족 처녀들이 치마를 걷더니
사람 것들은, 쏴아 ─
한바탕 까르르 하늘로 가버렸다
그래, 창피했지
언어만 파먹고 살던 시인도
그림자 없는 고향을 서성대는 객도
돌아갈 차표 한 장 없으니
사람 것들은, 쏴아 ─
소낙비 퍼붓는다.
-졸시, 동행 전문
가난한 친구가 받아주는 낮술은
아끼는 맛이 좋아라
비 오는 바다 위로 청둥오리 떼 내리니
세상도 조금 느긋해지려나
수수깡, 마른 풀대 뼈를 부딪는 늦가을
기다림도 한 희망이라지만
기다림마저 잃었을 땐 어이 하리
드틴 약속은 부질없이 모래펄로 쌓이고
십리 해변길엔 파도소리뿐.
다시 돌아 돌아가려네, 비 그친 뒷길로
잡히지 않는 세상의 낮은 눈물들
반쯤만 버리고.
-박호민, 해변길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