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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셀러리 Nov 22. 2021

'어른이'들을 위한 그림 작가들 : 워윅 고블

탐미적이고 관능적인 성인들을 위한 동화 

워윅 고블 <잠자는 숲 속의 공주>

같은 이야기 다른 느낌 

영국 태생, 1867년 생 아서 래컴과 1862년 생 워윅 고블 

일러스트레이션의 황금기를 같이 보내고 이끌어 낸 작가들입니다. 

아서 래컴의 <잠자는 숲 속의 공주>


Remember that the most beautiful things in the world are the most useless : 

peacocks and lilies, for instance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은 가장 쓸모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예를 들면 공작새라던가 백합이라던가 

                                                                                   존 러스킨 (John Ruskin, 1819~1900)


비록 아서 래컴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또 다른 뛰어난 삽화가였던 워윅 고블의 작품 세계를 소개해보려 합니다. 


비단으로 짐작되는 캐노피와 화려한 문양의 침구 위에 비스듬히 기대어 누워있는 공주는 흑발에 새하얀 피부를 가졌습니다. 

어깨를 드러낸 의상, 흐트러진 침구류를 반쯤만 덮은 공주의 모습은  16세에 마녀의 저주로 인해 비극적으로 잠든 모습이 아니라 마치 오수를 즐기는 성숙한 여인의 모습 같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디즈니의 금발미녀로 묘사된 캐릭터와는 완연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공주를 깨우러 온 왕자의 모자 또한 동양풍의 터번을 연상시킵니다.


프랑스 동화 작가인 C. 페로의 동화집 <옛이야기와 교훈>의 한 편으로 출판한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디즈니사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고 고전 발레의 대표적 레퍼토리로 그리고 이제는 "말레피센트"까지 다양한 변주를 통해 창조되고 있는 스토리인데 우리에게 익숙한 오로라 공주는 천사 같고 정결한 이미지를 가졌습니다. 


그러나 워윅 고블이 창조해 낸 공주의 모습은 서양 미녀의 모습이 아니라 동양풍 미인에 침대로 조심히 다가가는 왕자를 유혹하는 세이렌 같은 매력을 느끼게 해주고 있습니다. 


워익 고블은 지금으로부터 약 150년 전에 태어난 19세기에 활약한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그림책 시장을 꽃피운 발원지인 영국 출신으로 평범한 상업가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런던시티 스쿨과 웨스터민스터 예술학교에서 정규 교육 과정을 거치고 잡지사의 삽화가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림책의 삽화는 1896년부터 그리기 시작했는데 당시 선물용 그림책(주로 크리스마스 선물용으로 제작된)이라는 고급 도서 속 작화를 맡았습니다. 


그가 활동한 당시는 일러스트레이션의 황금기로 에드먼드 뒬락과 아서 래컴이 그 전성기를 이끌고 있었습니다. 

둘의 명성이 워낙 컸기에 워윅 고블의 이름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습니다. 

황금기라는 시대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한두 명의 뛰어난 작가만으로는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고블의 작품 또한 완성도와 독창성면에서 일가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의 선은 부드럽고 우아하며 수채화 특유의 온화하고 따뜻한 색감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핑크와 청록, 민트 그린 같은 색상을 잘 써서 

환상적이고 고혹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그의 장기이기도 합니다. 


위의 같은 스토리를 두 작가가 각기 어떤 방식으로 구현했는지가 아주 잘 드러나고 있는데 

아서의 그림이 좀 더 선명하고 정교하며 동화적이라면 

워윅의 그림은 인물에 집중하는 단순함과 어른의 취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의 그림이 동화이면서도 동화적이지 않은 또 다른 이유에는  동양풍 장신구와 소품, 의상, 콘셉트도 한 몫합니다. 

19세기 ~20세기 초 유럽 미술 전반에 일본의 우키요에(채색판화)가 영향을 주었고 특히 파리에서는 대유행을 하게 됩니다. 

19세기부터 일본의 미술품과 공예품들이 들어오며 패션리더들 사이에서는  일본 악세러리와 의상이 유행했고 라이프스타일의 필수요소로 자리 잡았으며 세련된 취향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프랑스 동화인 <잠자는 숲 속의 공주>에서도 이런 오리엔탈적 무드가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당시 유럽인들에게 동양이란 신비롭고 비의적이며 매력적인 이상향과도 같은 곳이었습니다. 

삽화가들은 가보지 않은 동양의 무드를  동화 속 세상에 구현하였고 그림은 더더욱 비현실적이지만 아름다워졌습니다. 

수많은 삽화가들이 그림형제와 안데르센과 같은 동화를 계속해서 그렸는데  오리엔탈풍은 선대의 답습을 타파하는 돌파구였을지도 모릅니다. 


워윅 고블의 그림은 탐미적이며 때로는 관능적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성인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고 상상력을 자극하며 심미안을 만족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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