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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셀러리 Nov 25. 2021

영화 골라주는 아주 사적인 선택

에이미 : 신이 질투한 천재 뮤지션 

“내 얘기가 아닌 곡은 안 쓸 거예요. 내가 겪은 게 아니면 제대로 표현할 수 없으니까. 슬픈 경험도 있지만 마냥 슬프게만 만들진 않아요. 늘 핵심을 찌르는 가사를 넣죠. 나만의 가사를 쓰려고 노래해요. – 에이미 와인하우스

영화 제목인 ‘에이미’는 너무 흔한 이름이다. 말괄량이 소녀 같은 이미지를 추측해본다면 미국의 어느 평범한 사람의 일상을 다룬 영화라고 생각할 것 같다. 하지만 뒤이은 풀네임을 밝히는 순간.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가수의 다큐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지금은 이 세상에 없고, 스물일곱의 나이에 일찍 요절한 가수라면 더욱더 특별하게 느껴지고, 영화 속에서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호기심이 생긴다. 나 또한 ‘에이미 와인하우스’란 이름을 노래보다는 신문의 가십난이나, 기이한 눈썹 분장과 알코올 중독의 모습으로만 알고 있었다. 물론 독특한 그녀만의 음색, 20대의 나이에 믿기지 않는 원숙한 목소리, 명곡을 재해석하는 특별한 음악적 재능에 대해 짧은 지식으로만, 대중매체에서 말해주는 단편적인 모습들로만 그녀를 기억했다. 더 알 필요도 없고, 알 수도 없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이었다. 감독은 처음 이 영화를 기획했을 때 많은 이들에게 왜 이런 영화를 만들려고 하냐는 비난과 질타를 받았다고 한다. 그녀의 음악보다는 다른 여타 기행의 이미지로만 기억되는 사람들에게 왜 그래야만 했는지, 아티스트로서 좀 더 다양한 모습으로 기억되길 원했고 감독은 과거 기록들을 모아 최대한 객관적으로 ‘에이미 와인하우스’란 인물에 성큼 다가갈 수 있게 차근차근 조용히 그 뒤를 따라가는 방식으로 보여줬다.

영화의 첫 장면. 10대 소녀들의 생일파티 홈 비디오가 나온다. 친구들 셋이 모여 주인공을 위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마치 짜고 한 것처럼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친구들이 노래를 멈춘다. 그러자 그 한 명이 마지막 소절을 멋지게 장식하며 끝맺음을 맺는데 카메라는 그녀의 열창하는 모습을 계속 담는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유명 재즈곡 ‘moon river’ 노래가 흘러나오며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사진이 함께 등장한다. 이 moon river버전은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국립 청소년 재즈 오케스트라’에 참여한 곡이다. 이 첫 장면에서 마지막 소절을 멋지게 부른 앳되 보이는 열네 살 소녀가 ‘에이미 와인하우스’라는 걸 관객들은 알 수 있다. 그리고 다음 장면. 음반회사의 홍보직원이었던 친구 ‘닉 시멘스키’는 그 소녀를 녹음실로 데려갔고 다음일은 모두가 아는 대로다. 

이 다큐는 생전 그녀의 인터뷰와 매니저, 친구, 제작자 등 그녀 주변 사람들의 인터뷰. 그리고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장면들을 간간히 담고 있다. 친구들이 직접 찍은 일상 셀프 카메라, 어렸을 때의 홈 비디오, 스튜디오에서 작곡하고, 연주하며 고뇌하는 영상 등등 셀프 카메라가 그렇게 일상화되지 않았던 때에 그녀는 많은 영상들을 남겼고, 그 영상들을 일일이 편집하고, 거기에 맞는 노래들을 삽입하고, 세심하게 편집한 감독의 열정이 돋보인다. 계속 보고 있으면 자기 자신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고,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가득한 뮤지션이었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노래 부를 때 노래 가사가 화면 상단에 필기체로 예쁘게 쓰이면서 하나씩 보이는데 잠자코 귀 기울이고 듣고 있으면 그녀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거 같은 기분이 든다.(그녀는 모든 곡의 가사를 직접 썼으며 다큐 중간중간 습작 노트와 작곡하는 모습도 나온다) 어릴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크게 힘들었던 일, 자신을 보살펴 주었던 할머니의 추억과 그녀가 돌아가셔서 힘들어했던 일, 전남편의 끊임없는 자살충동과 마약, 알코올 중독으로 괴로웠던 일, 자신의 이런 행동으로 인해 어릴 때 친구들과 사이가 멀어졌던 일 등등 그녀는 이런 모든 부분들을 모아 음악으로 풀어냈다. 어쩌면 신문 가십난에 보이는 기이하고, 난폭한 행동들, 마약중독 때문에 재활원에 들락거렸던 일 등은 어쩌면 더 잘하려고 발버둥 치며 버티려고 했던 마지막 수단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객관적인 감독의 시선에 따라 진행되는 이런 다큐를 봤다고 해서 그녀를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에이미’라는 열정적이고 깊은 음악적 역량이 있는 가수의 모습, 위의 말처럼 자신만의 신념으로 곡을 썼던 일, 여러 가지 일들로 마음이 어지러웠던 일 등을 멀리서 지켜볼 수 있었고 조금이나마 객관적으로 그녀를 바라볼 수 있는,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영화 속 에이미의 인생, 삶, 노래들을 듣고 있으면 기존에 라디오나 주변에서 흔히 들었던 그녀의 노래가 왠지 모르게 다른 의미로 전달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관객들은 슬프면서, 짠하면서, 애잔하면서.. 가슴 아픈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들게 될 것이다. 그녀와 그녀의 노래가 영원히 팬들에게 기억되길 바랄 뿐이다.


Written by Concub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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